의사과학자가 되려면

의사와 연구

임상 진료 및 연구 경험을 토대로 논문을 출간하고 학계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의사라는 전문직의 기본 덕목 중 하나이다. 대한내과학회 수련교과과정에 의하면, 내과 전공의에게는 연차별로 요구되는 논문 실적이 있고, 내과분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에도 만 60세가 되기 전까지 매 5년마다 정해진 연수교육 및 논문평점을 취득하여야 분과전문의 자격 갱신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의 교수직을 꿈꾼다면 논문 실적은 필수적이다. 미래 의사의 연구역량을 길러내기 위해 의과대학에서도 연구에 관한 교육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기자의 학교에서는 의학연구과정 수업이 배정되어 있다. 이 수업에서는 한 학기 동안 연구방법론과 연구노트 작성법 등에 관해 배우고, 이후 세 학기 동안 일주일에 하루, 오후 수업시간에 지도교수와 개별적으로 의학 연구를 진행한다. 본과 2학년 말에는 학술제를 열어 각자의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우수학술연구를 선정하는 등 학생들의 연구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가 되기 위한 과정

대사질환을 연구하는 의사 출신 오창명 교수의 교수신문 사설에 따르면, 의사과학자(Physician Scientist)는 ‘임상 경험을 통해 얻은 질병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증명하기 위해 기초 연구를 하는 의사’나, 반대로 ‘기초 연구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을 실제 임상에서 증명해 나가고 있는 의사’이다. 일반적으로는 임상 수련과 전일제 연구를 모두 마친 인재를 의사과학자의 역할 모델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의과대학 학사과정과 수련 과정만 해도 긴 시간인데, 이와 더불어 전일제 연구경험까지 모두 갖춘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이에 최근 연구하는 의사를 위한 여러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고 있다. 남자 병역미필 의과대학 학생이라면 대부분 거쳐야 하는 3년간의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사를 대체하여, 4년 안에 박사학위 취득과 군복무를 해결할 수 있는 임상의 대상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전국 의과대학의 석·박사 학위 과정 연구를 지원하는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의과대학 기초연구연수의, 대학병원 의공학 연수의사 등의 제도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의사과학자의 진로

미국에는 의사과학자의 노벨생리의학상 산실로 여겨지는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가 있다면, 한국에는 최근 질병관리본부에서의 소속 이전을 문제로 이목이 집중된 국립보건연구원이 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16년 서울의대 교수 출신 박도준 원장을 영입하는 등 국가 연구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기준 연구인력 350명 중 의사는 4명뿐이지만, 민간 영역에서 하기 쉽지 않은 감염병과 난치성 질환 등의 연구에 관심이 있는 의사과학자에게는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의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의과대학에서만 교수로 임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소개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은 물론이고,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등에 이미 많은 의사 출신 연구자들이 교수로 진출하고 있다. 의사과학자는 창업에 뛰어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기초의학 연구자 출신 창업자는 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일 것이다. 그는 임상의사의 길을 걷지 않고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의과대학 생리학교실의 전임강사를 역임한 뒤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생리학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창업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니었으나, 생리학 전공 실험을 더 잘하기 위해서 컴퓨터 언어 공부를 한 것이 창업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다수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연구 과정에서 얻은 기술적 역량을 활용해 의학 이외의 분야에 가치를 창출하여 창업에 성공한 예시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유전체의학 분야의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에 성공한 바 있는 생화학교실 교수 출신의 서정선 마크로젠 창업가 등 여러 의사과학자들이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고할 만한 것들

다음은 의학 연구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첫째, BRIC(생물학연구정보센터) 커뮤니티(ibric.org)에는 많은 선배 의사과학자들이 활동 중이다. BRIC이 만난 사람들, 한빛사 인터뷰, 연구자가 선정한 국내 바이오 분야 연구성과 TOP5 의과학부문에서 다양한 의학 연구성과 및 연구자들의 피와 땀이 서린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둘째, 일본의 정형외과의사 출신 2012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의 책 ‘가능성의 발견’을 통해 연구자의 가치관과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끝으로,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의대생들 근처에 계시며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은 바로 연구와 임상진료에 매진하시는 교수님들이다. 관심있는 분야의 교수님께 용기를 내어 정중히 연락한다면 큰 동기부여를 얻게 될 것이다.

정병관 기자/가천

<jungbk@gc.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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