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참사 밀양 세종병원은 ‘사무장병원’, 사무장병원이란 무엇인가?

밀양 세종병원 화재참사의 원인

보건당국은 ‘독버섯’ ‘악마’로 비판

 

지난 2018년 1월 26일 오전 7시 32분 경상남도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4월 7일 경찰 발표 기준 전체 사망자 47명, 부상자 108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최초 발화는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에서의 전기합선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번 엄청난 화재 사건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건축물 불법 개조, 환자 결박, 방화문 개방여부, 소방차 발수 지연, 정전 후 비상발전기 가동유무” 등 여러 원인들이 제시되었고, 세종병원의 운영에 대한 의심도 증폭되었다. 그리고 지난 4월 5일 경남지방경찰청은 화재참사가 난 밀양 세종병원이 속칭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됐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세종병원을 운영한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의 이사장 56살 손 모 씨가 2008년 영리 목적으로 의료법인을 불법 인수한 것으로 확인했다. 의료법인을 인수할 때에는 이사회를 통한 정식 절차를 거쳐 이루어져야 하지만 세종병원의 경우 손 씨와 전 이사장이 사실상 개인 간 거래 형식으로 법인을 사고팔았다고 경찰은 판단하였다. 이렇게 영리목적으로 인수된 세종병원 측은 홍보 담당 직원을 통해 다른 요양원 등에 있는 기초수급자 또는 독거노인을 찾아가 입원을 권유하기도 하였으며, 입원환자 일인당 5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실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였다고 일부 직원들은 진술하였다. 또한 손 씨가 편법을 이용하여 병원 자금 10억 원 상당을 횡령했다는 사실도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처럼 실제 의료행위보다는 환자 유치 등 수익 증대를 추구하는 점을 들어 경찰은 세종병원이 사무장병원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찰 측은 “병원 관계자들이 과밀 병상, 병원 증설 등으로 수익을 얻은 반면 건축·소방·의료 등 환자 안전과 관련한 부분은 부실하게 관리해 대형 인명피해가 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달 검찰은 이사장 손 모 씨, 병원 총무과장 김 모 씨, 병원 행정이사 우모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였고 병원장 석모 씨, 밀양시 보건소의 전·현 공무원 등 2명을 불구속기소하였다.

이렇듯 경찰은 밀양 세종병원이 ‘사무장병원’ 형태로 운영되었다는 점이 이번 대형 참사의 큰 원인들 중 하나라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사무장병원이란,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인의 명의를 빌리고 비용을 대어 설립한 병원을 의미한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의하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비영리 의료법인의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한 행위는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의료기관의 개설로 가장한 것이어서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한다(대법원 1995. 12. 12. 선고 95도2154 판결). 즉 사무장병원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불법이다.

사무장병원이 문제가 되는 이유로는 의료기관이 자칫 주식회사처럼 수익성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환자 수 늘리기에 치중하고 환자의 안전이나 치료보다는 어떻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지에 치중하다 보면 과잉진료, 의료사고 등이 발생하여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환자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사무장병원이 성행한다면 의료인에 대한 환자의 불신도가 점차적으로 커질 것이고, 적발될 시 의료인은 사무장병원인지 몰랐다 하더라도 사무장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을 지고 가중 처벌을 받는다. 또한 사무장병원들에 의해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성실한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본다. 그렇기에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려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응하여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2014년부터 실태조사를 시작했으며 2016년 2월 16일부터 사무장병원 근절 및 징수 강화와 위해 대응을 위해 건강보험공단 내에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 전담조직을 설치, 운영하였다. 그러나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하는 등의 초기 수법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뿐 아니라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병원경영지원회사)를 악용하는 등 개설방법이 진화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총 1393개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해 2조863억 원을 환수 결정했으나 사무장 등이 사전에 재산을 은닉하면서 실제 환수율은 7.05%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한다. 그만큼 국민 혈세로 이뤄진 건강 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

여기에 추가해서 이번 밀양 세종병원 참사의 원인 중 하나도 사무장병원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사무장병원 문제 해결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4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무장병원 등 불법 개설 기관의 병폐와 근절 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사무장병원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 대책 마련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가까운 미래에 의료업에 종사하게 될 의대생들에게 ‘사무장병원’ 문제는 결코 남 일이 아니다. 사무장병원 문제와 같은 현재 대한민국 의료현장의 현실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나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했을 때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준엽 기자 / 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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