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 그런 병명은 없다고요?

냉방병의 원인과 치료, 예방방법

올해도 어김이 없다. 예년보다 길어지는 듯 한 봄은 잠시, 6월이 되자마자 낮 기온이 30도가 넘는 더위가 찾아왔다. 에어컨을 하루 종일 가동해야하는 강의실, 병원, 각종 시설에서는 두통과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냉방병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예방방법과 원인을 알아본다.

 

냉방병, 의학용어로는?

냉방’병’이다. 병이라면, 이를 지칭하는 용어가 있어야할 것인데 딱히 규정되어있는 의학 용어가 없다. 특별한 혈액 검사수치나 영상 검사 등으로 진단이 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정식 병명이 없는 대신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으로 설명된다. 냉방병에 걸린 사람은 우선적으로 두통, 전신 무력감, 근육통, 집중력저하, 메스꺼움 등을 호소한다. 위장증상으로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 등이 올 수 있으며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에는 인후통과 함께 몸에 한기를 느끼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증상은 있는데, 의료계에서 인정하는 정식 병명이 아니다? 그렇다면 냉방병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냉방병, 발생 원인은?

5도 이상의 실내. 외 온도차가 냉방병을 유발한다. 30도를 쉽게 넘나드는 여름 날씨 탓에 실내 냉방기구사용이 증가하면서 안팎온도차가 5도 이상 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러나 자율신경계에서는 이 작은 온도차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체내의 항온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상하부는 24시간 항상성 유지 및 감시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장시간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이 자율신경계에 혼란이 오면서 혈압, 심박 수, 호흡속도 등의 조절에 교란을 주게 된다. 또한 우리 몸의 호르몬 분비와 스트레스에 대한 조절에도 이상 반응을 일으켜 근육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물질 대사 작용, 위장관계의 운동을 방해하여 환자로 하여금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하게 한다. 이른바 ‘냉방병’에 걸린 것이다.

냉각수와 필터가 청소되지 않은 에어컨을 가동시키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 된다. 강의실과 회사, 병원 등 ‘밀폐’된 공간은 유해물질과 병원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므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낮추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침입을 용이하게 한다. 에어컨 냉각수에서 자란 레지오넬라 균(Legionella species)은 에어컨을 가동시킬 때 공기 중으로 퍼져 인체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냉방병 유발 원인 균 중의 하나 이다. 특히 기침, 인후통 등의 호흡기증상과 근육통, 미열 등의 전신 증상을 일으킨다. 한 가지 유의해야할 점은 냉방병과 감기는 명확히 다르다는 것이다. ‘여름철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 이 말의 참 뜻을 우리 조상들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여름철에 감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나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에 의한 감염이 가장 많고, 그 외에 설사, 복통, 구토 등을 동반하는 장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가 그 뒤를 잇는다. 냉방병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이 감기들을 더 쉽게 걸리게 한다. 그러나 본질은 분명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감기와 냉방병의 치료법도 다르다.

 

냉방병의 치료방법과 예방법은?

‘치료 방법’ 이라 하였지만 사실 냉방병을 다루는 뚜렷한 방법이란 것은 없다. 그 말인 즉, 국가고시 시험문제의 답안으로 종종 나오는 ‘수액보충 및 경과관찰’, 혹은 ‘preservation’이 되겠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냉방기구 사용을 줄이고 실내외 기온차를 줄이면 수일 내에 증상이 좋아진다.

예방법 또한 마찬가지이다. 냉방기에서 전파되는 균을 막기 위해서는 본격적으로 냉방기를 가동하기 전에 필터, 냉각기, 냉각수, 배관 등을 한꺼번에 청소 하는 것을 권장한다. 오염물질이 축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밀폐된 공간을 환기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실내 온도를 외부와 크게 차이나지 않게 조절하는 것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여름철 전력난을 방지하기 위해 관공서 건물은 에어컨 가동 시 실내온도를 25-26도로 유지하기로 밝혔었다. 이는 전력난 해결안이 될 뿐만 아니라, 냉방병 예방에도 매우 적합한 온도이다. 제습기를 사용하여 실내 습도를 줄이는 것도 온도를 조절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습기는 같은 온도일 때도 더 덥게 느끼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위에 약한 체질이라면, 개인적인 보온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휴대성이 좋은 얇은 겉옷 등을 준비해서 체온이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거나, 따뜻한 차를 주기적으로 마셔 체온을 높이고 체내 수분을 충분하게 유지하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신윤경 기자/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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