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의 의료기기 사용선언-의료일원화에 영향 줄까?

지난 5월 13일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회장은 한의사 의료기기(혈액분석기, 엑스레이) 사용 확대 기자회견을 열고, “10mA 이하 저출력 엑스레이부터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선도적 사용 운동을 펼쳐나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1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최혁용 한의협 회장을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및 방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였다. 

이와 같이 의료체계가 의사와 한의사 둘로 이원화된 우리나라에서는 끊임없는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치료를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지만, 의사와 한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를 뺏고 뺏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수가 문제와 한의원 인기가 떨어지는 등 수입에서의 문제가 이러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협이 의료기기 사용을 선언하면서 의협은 무면허자의 불법 의료기기 사용으로 한의학의 영역을 넘어서는 행위로 해석한 것이다. 또한 의협은 “복지부가 공인하는 한의사 중앙단체인 한의협이 공공연하게 법을 어기라고 회원들에게 종용하고 장려하는데 복지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만약 복지부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정말 곤란한 일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갈등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우리나라는 한의사제도가 일제시대에서 해방 후 한의사 면허제도로 시행됨에 따라 의료이원화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의료일원화가 이루어져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한의학과 의학 사이의 강력한 갈등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의학의 입지가 좁아짐으로 인해 의료계 영역을 침범하거나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분야에서 한의사와 의사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의료일원화는 꾸준히 논의되어 왔지만 확실한 결론은 아직까지 이루지 못하고 있다. 

분명히 의협과 한의협 모두 의료일원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통합 방법에 있어서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다. 의료일원화를 위해서는 교육에서의 통합과 면허에서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갈등이 생기는 부분은 주로 면허통합 관련인데 두 단체가 생각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이미 의료일원화가 이루어진 중국과 일본과 비교해보면 매우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중의(한국으로 치면 한의사), 서의(한국으로 치면 의사), 중서결합의(한국으로 치면 복수 면허소지자)로 나뉘어 각기 대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분리는 되지만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며 처방이 가능하여 상생하는 구조이다. 이는 주로 한의협에서 제시하는 방식이며 2018년 최혁용 한의협 회장도 2020년 내에 중국식을 내세워 의료일원화를 성사시킬 것을 공언했다.

이에 반해 일본의 경우 모든 의사가 서양식의 현대 의학에 따른 교육을 받고 그중 전문과목으로 한방을 개설하여 한방 전문의를 육성하는 방식이다. 즉 한의학만 배운 의사는 존재하지 않고 서양 의학을 기본으로 한의학을 흡수하게 된다. 이런 방식을 우리나라에 도입할 경우 의료교육 일원화를 통해 한의대를 폐지하고 한의사 면허를 발급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한의사가 더 이상 배출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방식을 의협은 주장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4월 11일 성명을 통해 ‘한의대, 한의사제 폐지를 통한 의료일원화’와 ‘기존 면허 소지자에 대해서는 기존 면허를 유지하고 상대 영역 침해 금지’라는 기본 원칙은 절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지난 4월 17일부터 22까지 의협신문 설문조사 시스템을 활용해 의협 회원 3974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의료일원화에 대해 찬성(47.6%)과 반대(46.8%)로 양분됐다. 의료일원화 찬반이 갈렸지만 하게 된다면 한의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의학교육일원화 논의를 위한 협의체에 의협이 참여한다면, 협의 과정에서 의협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하는 정책 목표에 대한 질문에서 한의대, 한의사 제도 폐지, 기존 면허자는 상호영역 침범 금지 응답자 60.4%가 꼽은 것을 보아 의협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상반기 중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가칭) 의료일원화·의료통합을 위한 의료발전위원회(이하 의료발전위원회)’를 구성해 2년의 기한을 두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이 ‘의료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양측의 발전적 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한의협의 엑스레이와 혈액 검사 사용 선언으로 인해 의협은 ‘의료일원화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협은 “한의협이 의료일원화 논의에 참여한 의도가 불법적인 의과 의료기기 사용과 혈액검사에 있음을 고백했으므로 더 이상 어떠한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에서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 추진과 의료발전 위원회 구성에 모두 동의하였다. 비록 기존 면허자에 대한 내용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이러한 점은 이후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해 나갈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두 단체의 갈등 속에서 시작도 못 한 채 표류 중이다. 의협과 한의협은 눈앞의 진료권 확보만이 아닌 의료일원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검증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정부는 중재자로 두 단체 사이를 조율하려 빠른 시일 내에 의료일원화를 이루기 위해 도와야 한다. 의료일원화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동의한 만큼 모두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서 꾸준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의사와 한의사, 의대생과 한의대생을 비롯한 관련자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황석호 기자/ 연세대(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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