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방관의 현실

대한민국 소방관의 현실

많은 사람들은 불이 났을 때, 누군가를 구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소방관들을 필요로 하고, 그들이 소중한 사람들을 구해 주기를 기다린다. 불이 난 위급한 상황에서 그들이 믿을 사람은 주황색 작업복을 입은 이들 밖에 없다. 하지만 소방관들도 인간이기에, 그들 또한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뒤에 남겨 놓은 채, 쉴새 없이 밀려오는 공포를 인내 해 가며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이들을 지키기 위해 불과 맞서 싸우는, 아주 숭고하고 위대한 직업이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소방관 이라는 직업을 많은 이들이 동경하고, 국민들의 인식과 대우도 군인 못지않게 높다. 그만큼 나라에게, 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들이기에 뽑히기도 쉽지 않다. 소방관 이라는 직업은 이처럼 나라에서 존경받고 높은 대우를 당연히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한민국의 소방관들은 높은 대우는 고사하고 연간 47명이 자살 할 정도로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다.

먼저, 근무 시간 및 질병 문제가 심각하다. 대부분의 외근직 소방공무원들은 2조 맞교대로, 주 84시간을 근무한다. 대한민국의 법정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일 8시간)으로, 그들이 일하는 시간은 이의 2배를 뛰어 넘는다. 민간 기업도 아니고, 한 국가의 공무원으로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라에서 정한 기준 근로시간 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목숨을 걸고 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소방관의 총 정원인 3만 7894명 중에 2만 1376명의 소방관이 직업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고, 확실히 직업병이 있다고 진단받은 소방관은 14.3%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직무 연관성을 기반으로 국가에 보상 신청을 하면 인사상의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88%의 소방관이 공상을 신청 하지 못하였으며, 공상을 신청해도 승인 판정이 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소방관들이 걸리는 직업병 중에 하나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데, 이는 사람이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 신체 증상들로 이루어진 증후군 이다. 화재 속에서 불타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목격한다거나, 자신이 구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마지막 눈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그 충격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화재 상황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일을 주 업으로 하는 소방관들에게는 이러한 PTSD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 치료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물론 그 비용은 국가에서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 치료사는커녕 대한민국에서는 PTSD의 치료에 대한 지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국가에서 소방관들을 어떤 방식으로 대우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근무 시간 및 질병 문제 이외에도, 국가직 전환 문제도 존재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중앙 부처의 고위 간부를 제외한 나머지 소방 공무원들은 각 광역자치단체 소속의 지방 공무원이다. 쉽게 말하면, 대한민국 소방관들은 독립된 국가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 지역의 소방 업무는 국가가 아닌 각각의 광역 자치 단체에 위임되어 있어서 모든 권한은 각 지방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모든 업무는 국가에서 총괄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인데, 모든 권한이 지방 자치단체에 위임되어 있으면 그들의 인사, 체계, 복리후생 등은 지역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소방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소방 공무원들의 복지 발전에 있어서도 좋지 않으며, 그들의 사기를 꺾을 수밖에 없다.

종종 뉴스를 보면, 인명 구조를 하다 순직한 소방관들과, 그들의 유가족을 비춰 주는 기사가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일시적인 동정 여론을 형성하게 되고, 국가에서는 그러한 여론을 의식하고 ‘마치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소방관들을 ’예우‘하고 ’존중‘ 해 주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여론이 사그라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방관들의 열악한 환경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더더욱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소방관들이 신뢰 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 위해서,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서 하는 ’쇼‘ 보다는 소방공무원들이 직면한 문제들과 열악한 환경, 그들이 마주하는 수많은 고통들을 이해하고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동규 기자/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