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수석 경북대 서민규씨 인터뷰

국시 수석 경북대 서민규씨 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서초생활관 근처 카페에서 서민규씨를 만났다. 인터뷰를 하게 되어 오히려 자기가 영광이라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겸손한 분이었다.

Q. 늦었지만, 수석하신 소감이 어떤가요?
A. 벌써 그때 감흥이 잊혀지고 있는데… 이전 수석 기사들을 보고 수석을 하면 국시원에서 전화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직접 전화를 받았을 때는 많이 놀랐죠. 제 점수가 (수석하신) 선배들의 평균적인 점수보다 높지 않은 것 같아서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서울 지역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설마 국시원인가?’ 싶었어요. 그 전에 합격했다는 문자를 먼저 받아서 아니구나, 했었거든요. 국시원에서 온 전화라는 걸 알았을 때 그 순간 심장이 터질 것처럼 놀랐어요. 그러고 나서 좋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어요. 전화 후에 바로 기자님들 전화가 와서 부담도 되더라고요. (수석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남들이 기대를 더 할 텐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Q. 국시가 실기를 먼저 보고 필기를 보니까 인터뷰도 그 순서대로 진행할게요. 국시 관련 기사들을 보면 실기 자체의 합격률은 작년보다 높아졌지만 몇몇 의과대학에서 필기보다 오히려 실기 탈락자들이 많았다는 자료를 봤어요. 합격률을 보면 실기 난이도가 올라갔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직접 실기를 치르시면서 느낀 점과 후배들이 주의해야할 점을 말씀해주세요.
A. 실기를 붙고 떨어지는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해내려고 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하는 것이에요. 너무 긴장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나올 수가 있거든요. 저도 실기 전날 ‘떨어지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고 무서웠어요. 떨지 않을 만큼 능숙하게 실기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틀릴 수도 있지’ 라는 마음을 먹고 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Q. 실기를 위해서 따로 전부터 준비를 하셨나요, 아니면 평소 하던 그대로 공부하셨나요?
A. 다른 학교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실기 3~4주 전부터 올라가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따로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그냥 그거대로 쭉 준비했어요.

Q. 실기를 일찍 치면 남은 기간 동안 필기 준비에 매진할 수 있다고 하던데, 실기를 언제쯤 치셨나요?
A. 10월 12일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실기를 빨리 끝내놓고 마음 편하게 있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필기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어요. 물론 실기를 11월에 늦게 쳤으면 부담이 많이 되었겠죠.

Q. 이제 필기에 대해서 여쭤볼게요. 이제껏 상승곡선을 그리던 국시 합격률이 이번에 낮아졌다고 들었어요. 필기 문제 유형이 달라져서 체감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해석이 있어요. 암기식 문제가 줄어든 대신 문제해결능력과 진료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문제가 늘었다고 해요. 또, 시험의 가이드라인이었던 기본항목이 삭제되었고, 새로운 사진을 보강해서 기존 사진 자료들을 배제했다고 해요.
A. 제가 4학년 초반 때 국시가 바뀐다는 공지가 있었어요. 문제 유형이 좀 더 실제적으로 변하고 문제 수도 바뀌었어요. 2교시에 R형이라고 확장결합형 문제를 푸는데 그 수가 늘었어요. 그리고 반드시 나오는 기본항목이 있었는데 없어지고 아무데서나 문제가 출제되었죠. 이번에 평균도 예전보다 많이 내려갔더라고요. 네, (필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첫날 2교시가 너무 어려워서 2교시 끝난 후 점심시간에 시험장 사람들 사이에선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렸어요. 사실 제가 작년 기출로 공부하면서 비슷한 문제를 본 기억에 쉽게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번 국시가 어려워진 건지 확신을 못했어요. 그런데 평균이 낮아서 어려워졌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Q. 필기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건 언제인가요?
A. 본과 3학년 때 국시 모의고사를 치기 한 달 전부터 중요한 과목들만 몇 개씩 보면서 공부를 했었고 4학년 때도 모의고사 전에 바짝 공부하는 건 항상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건 실기를 치고 나서예요. 3학년 때는 실습 돌기 바빠서 모의고사 직전에만 옛날 기억을 떠올리며 공부를 했었는데 아무래도 2학년 때처럼 완벽하게 공부를 하진 못했고 그때부터 KMLE 문제집을 통해서 공부를 시작했죠.

Q. 퍼시픽과 동화를 어떻게 활용하셨는지, 그리고 자세한 공부법을 말씀해주시겠어요?
A. 전 동화 위주로 공부했어요. 동화가 설명이 줄글로 되어있고 양이 많은 반면에 퍼시픽은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긴 해요. 저도 동화로 공부하다가 막판에 퍼시픽도 훑어보았어요. 두 책을 같이 보면 말이 서로 다른 내용이 있는데 이때는 교과서를 찾아서 공부하고 없는 내용은 서로 보완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 공부할 양이 많아서 두 책을 다 보기가 힘든 게 사실이에요. 앞서 말한 것처럼 3학년 때 모의고사 전에 동화로 공부를 조금씩 해놓았기 때문에 4학년 때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의고사에 급급해서 공부하기보다, ‘이번 달에는 이 과목을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워서 궁금한 것들을 논문과 교과서를 통해 제대로 이해하며 공부하려고 노력했어요. 기억을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전체적인 내용을 훑되, 하나씩 집중적으로 팠던 거죠. 국시는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반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주 보면서,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이해해 들어가는 거죠. 그냥 외운 거랑 한 시간을 찾아보는 데 공들여서 이해하는 거랑 정말 달라요. 이 과정이 처음에는 더딘 느낌이 있기 때문에 약간 답답한데, 그래도 눈앞의 상태에 얽매이지 않고 해서 결과가 좋았어요.

Q. 시험을 위해서 하루 일과를 어떻게 짜셨나요?
A.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오래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주의도 산만하고 집중도 오래 못해요. 그래서 잠깐 잠깐 공부를 해요. 하루 종일 공부를 짬짬이 하긴 하는데 저녁에는 많이 놀았던 것 같아요. 몇 달간 공부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잖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하자’ 이런 생각으로 친구도 많이 만나고 운동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Q. 시험이 가까워졌을 때는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A. 국시 1~2주 전까지는 항상 하던 대로 공부를 했어요. 얼마 안 남았을 때부터는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그때까지 공부한 것만 빠르게 훑으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작년 국시를 풀면서 문제 푸는 감각도 길러보고, 그렇게 준비했어요. 그런데 순식간에 많은 것을 복습하다보면, 막판에 자기가 하나도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갑자기 들어요. 기억도 하나도 안 나고. 그럴 때 정말 많이 당황해요. 그렇지만 막상 문제를 풀어보면 또 다 알아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전날 밤까지 한 권 붙잡고 있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러면 컨디션도 나빠져요.
물론 내과나 외과 같이 이해가 충분히 필요하고 의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과목들은 빨리 끝내놓고, 막판에 마이너 과목들(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법규 등)을 위주로 외우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죠. 국시가 가까워졌을 때 모의고사를 쳐보면 내과나 외과 같은 과목들의 성적이 어느 정도 선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내용을 몰라서라기보다 학생 수준의 한계가 오는 것 같아요. 그 때부터 그런 과목들은 성적 유지에만 신경 썼어요. 저 같은 경우에, 막판에 정신과와 예방의학을 열심히 하면 성적이 더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과목들 교과서를 다시 읽었어요. 전략이 잘 맞았는지 이번에 정신과에서 특이하게 원론적인 문제가 많이 나오고 예방의학도 어려웠는데 둘 다 성적이 좋았어요. 본인을 잘 이해하고 전략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해요.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그걸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걸 말해요. 확실히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지식이 많다기보다 그런 걸 더 잘 파악했던 것 같아요. 시험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계획을 잘 세워야 해요.

Q. 국시 전 모의고사에서도 성적이 좋으셨나요?
A. 4학년 때 전국 모의고사를 9월과 12월에 쳤어요. 9월에 1등을 했어요. 기분은 좋았는데… 그 때는 남들도 공부를 안 했을 때라, 순전히 운이었죠. 그랬는데 12월에 2등을 해서 저도 놀랐어요. 성적이 계속 잘 나왔지만 국시 수석을 기대하진 않았어요.

Q. 국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하신다면?
A. 자주 보면서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봐요. 사실 어렵긴 한데, 일찍 시작하면 여유가 있어서 다 해낼 수 있어요.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궁금한 것들을 계속 찾다보면 다른 내용을 공부 할 때도 도움이 되거든요. 이해하고 나면, 처음에는 시간이 걸려도 공부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여러 번 반복하면서 보는 게 가능해져요.

Q. 이제 의대 내신을 여쭤볼게요.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성적이 어땠는지 말씀해주세요.
A. 제가 본과 1학년 때 3등이었고, 2·3·4학년 때 1등을 해서 결국 1등으로 졸업했어요. 원론적으로 내신도 국시와 비슷해요. 확실히 이해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전반적인 그림을 알고 기초를 잘 닦는 게 중요하죠. 잡다하게 외울 내용은 기초가 되어있으면 자연스럽게 쌓이거든요. 주변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이해를 먼저 하고 그 바탕 위에 암기를 하면서 공부해야 해요.

Q. 서울대 바이오소재공학부를 마치고 경북대 의전원에 들어가셨는데, 다른 과에서의 경험이 의대생활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궁금해요.
A. 다른 과 생활과 의대생활이 확실히 비교가 되는데, 전 ‘이곳(의대)이 나에게 잘 맞구나’를 느꼈어요. 여기 와서 공부가 재미있다는 걸 처음 느껴봤어요. 재미가 있으니까 궁금한 것도 더 찾아보려고 한 것 같아요. 의대생활만 해봤으면 힘든 순간이 왔을 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난 다른 것보다 이걸 더 좋아하지’라는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바이오소재공학을 전공했다고 의대 공부에 유리한 점은 딱히 없었어요. 생명과학부를 나오신 분이라든지, 약대나 수의대 출신이라면 모를까.

Q. 인턴으로 삼성서울병원 오셨잖아요. 여기로 오신 이유와 앞으로의 포부, 꿈이 궁금해요.
A. 제가 하지 않은 무언가를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거든요. 경북대병원도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병원이지만, 예전에 서브인턴도 서울 쪽에서 하고 좀 더 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요. 저기 가서 배워보면 어떨까, 하는. 삼성서울병원에 전국에서 잘하시는 분들이 모이잖아요. 더 똑똑하신 분들 사이에서 많이 배우고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직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하고 싶은 전공으로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워요. 인턴 돌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학생 때 봤던 눈에서 벗어나 (의료현장) 가까이에서 실제로 경험하면서 뭐가 나에게 맞을까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Q. 제가 이제 예과 2학년이 되는데요. 본과생활이 정말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본과 들어가기까지 남은 1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한 방법으로 추천해주실 만한 게 있으신가요?
A. 본과생활이 정말 힘들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것 같아요. 도망갈 수 없으면 즐겨야죠. 물론 저는 예과생활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제 대학생활을 돌이켜보자면 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서 즐거운 것들을 했으면 좋겠어요. 외국 여행을 많이 다닌다든지, 외국어 공부에 재미를 붙인다든지, 악기를 배운다든지, 운동을 열심히 한다든지… 전 대학생 때 남긴 게 없는 느낌이어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 예과를 돌이켜봤을 때 ‘내가 하나 했다’라고 할 수 있는 걸 뭐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미리 만들어놓으라는 거죠.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A. 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생명을 다루는 것에 대한 경외심 이런 거요. 그런데 본과 1학년 때 해부를 하잖아요? 처음에는 그분들한테 감사한 마음이 드는데 시간이 흐르면 도구가 되거든요. ‘이거 왜 이렇게 안 보이냐’ 이러면서. 아무튼 의대생활 재밌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서예진 기자/성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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