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머리를 이식하는 시대가 올까?
원숭이의 머리를 이식하다
지난 1월 20일,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들은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신경외과전문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중국 하얼빈의대 런샤오핑 공동연구팀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머리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수술은 한 원숭이에게서 머리를 통째로 분리한 뒤 이를 다른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하얼빈의대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번 원숭이 머리이식 수술은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의 2014년 6월 미국 신경과학회 컨퍼런스에서 소개한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계획’의 연장선으로 진행되었다.
다소 황당하게도 느껴지는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전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도 1970년 미국의 뇌 이식 전문가 로버트 화이트 박사가 원숭이 머리이식 수술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다른 원숭이의 머리를 통째로 이식받은 원숭이는 수술 후 깨어나 눈을 뜨고 맛을 보는 등 일부 성과를 냈으나 9일 후 죽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카나베로 박사는 뇌손상을 막기 위해 머리를 12도~15도 환경에서 머리를 정교하게 분리한 후 1시간 내에 특수 고분자 소재의 ‘접착제’로 다른 신체의 혈액 순환계에 연결한 뒤, 이후 척수연결 등의 고난도 과정을 거쳐 100명의 외과 전문의가 달라붙어 성공적인 수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혈관부분만 연결 성공,
골수 신경 연결 문제 남아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의료팀은 원숭이 머리를 다른 원숭이의 몸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목 부위의 혈관 부분만 연결해 혈액공급에만 성공했으며, 핵심인 골수신경은 연결하지 않아 목 부위 이하는 마비상태로 완전한 성공이 아닌 부분적인 성공을 이뤘다고 한다. 의료팀은 머리 이식 수술을 한 지 20시간 후 윤리적 문제로 해당 원숭이를 안락사 시켰다고 설명했다. 카나베로 박사는 이번 수술 비용을 우리 돈으로 약 13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고 또한 이번 수술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으며 대중들에게 머리 통째 이식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 연구진도 참여,
사람 머리 이식 수술에 도전
이번 연구에는 또한 한국 연구진으로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김시윤 교수가 참여했다. 김시윤 교수는 머리 이식 수술이 성공한 것으로 보려면 혈관이식과 함께 신경연결이 모두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수술은 혈관이식만 이뤄졌기 때문에 부분적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카나베로와 중국, 한국 의료팀은 내년 말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머리 이식수술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 수술을 받는 환자는 근육이 퇴화하는 희귀병 베르드니히-호프만 병을 앓고 있는 러시아의 컴퓨터 엔지니어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0)로, 이미 수술을 받겠다고 자원해놓은 상태다.
사람 머리 이식 수술은 전대미문의 이식수술이며 위험요소 역시 아주 많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정형외과학회 회장 윌리엄 매튜 박사는 “머리 이식 수술이라는 아이디어와 방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아직 수술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먼 미래에서나 이루어질 일”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또한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윤리적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수술이 성공한 뒤 그 사람의 신체와 머리의 주인이 같다고 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되며, 수명연장과 그에 따른 사회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머리이식수술은 1954년 조지프 머리 박사로부터 성공하기 시작한 신장이식 수술과는 또 다른 의학계의 큰 흐름을 가져올 것이다.
양은건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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