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의 공포,
원인은 지카(Zika) 바이러스?
지카바이러스, 전시계로 확산, WHO 국제보건비상사태 선포
브라질 보건부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소두증 확진 신생아가 1주일 만에 508명에서 58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브라질에서 일반적으로 소두증이 진단되는 경우는 연간 150건 정도에 불과하다. 소두증은 두부 및 뇌가 정상보다도 이상하게 작은 선천성 기형의 하나로 머리둘레가 해당 연령의 하위 3% 미만일 경우 소두증이라고 볼 수 있다. 신생아의 경우 평균 머리둘레는 34~37cm인 반면 소두증 신생아의 머리둘레는 32cm 이하다. 대개의 경우 안면의 발달은 정상적이며 앞이마와 두부의 발달이 나쁘다.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뇌로 인해 정신지체, 보행장애, 시력장애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을 겪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소두증에 걸리고도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두증은 일반적으로 유전적인 기형에 의해 나타난다. 13번 염색체가 세 개가 되는 파타우 증후군(Patau syndrome)과 성염색체인 X염색체 돌연변이인 레트 증후군(Rett’s syndrome) 대표적인 유전적 기형이다. 임신 중 겪은 약물 및 화학물질의 노출과 감염성 질환이 소두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풍진, 톡소플라스마증, 시토메갈로바이러스(CMV)와 임신부의 음주, 불량한 영양상태, 당뇨 및 골반부의 X선 조사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에서 시작된 소두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카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루블라냐 대학 연구팀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낙태한 태아의 뇌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발견했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출산 후 사망한 브라질 아기 2명의 뇌와 임신 중 유산된 태아 2명의 태반에서 지카 바이러스를 검출하였다. 브라질 파라냐 대학교의 연구진은 임신부 두 명의 양수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로 알려진 이집트숲모기
지카 바이러스는 뎅기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같은 플라비(Flavivirus) 계열로 대부분의 경우 감염된 모기로 전염된다. 지카 바이러스를 전파한다고 알려진 모기로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모기 이외에도 수혈과 성적접촉에 의해서도 전파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23일(현지시각) 지카바이러스 성적 접촉으로 인한 감염자가 14건 추가 발생했다고 공식발표 하였다. 또한 환자의 타액과 소변에서 활동성 바이러스가 검출된 점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모기에 의한 전파 방법 외에는 거의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는 학계의 의견과 상반되는 발표로서 이는 지카 바이러스의 범유행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리면 3~7일이 지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최대 잠복기는 2주일이다. 열과 함께 몸에 붉은 점처럼 발진이 일어나고 관절통, 근육통, 두통, 안구통 및 결막염, 안구충혈, 구토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80%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충분한 물과 휴식을 취한다면 대부분 낫고, 진통제와 해열제로 완화될 수 있다. 지카바이러스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소두증과 길랑-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 등 다른 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과거에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가 거의 없었으나 북동부 지역에서만 55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남미 엘살바도르에서도 2015.12-2016.01까지 46명의 길랑-바레 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겨 신경세포의 절연물질인 수초가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병이다. 마비는 하지에서 시작하여 상지로 올라오는 양상을 띠는데, 질병이 진행되면 호흡근까지 마비되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신생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소두증과 달리 전 연령층에서 발병할 수 있다.
26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2007.01-2016.02 기간동안 브라질과 콜롬비아, 마셜제도를 포함한 52개국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15년 이전에는 아프리카, 동남아, 태평양 섬지역 일부에서만 발생했던 것과 달리 2015.05 이후 브라질에서 첫 보고된 이후 점차 유행지역이 확산되어 중남미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확진자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WHO는 1일(현지시간) ‘국제보건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HO 비상사태 선포가 나오자 브라질 정부는 오는 8월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임신부들은 방문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서 배포한
지카 바이러스 예방 포스터
현재(27일 한국시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지카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감염 의심사례 신고가 계속 되고 있고,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과 일본에서 확진자가 나온 상태이다. 중국에는 6번째 바이러스 확진자가, 일본에는 첫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과 일본으로 여행하는 내국인이 많은 특성상 지카 바이러스로부터 더 이상 안전하다고 볼 수 없음은 분명하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가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28일 지카 바이러스를 제 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하는 한편, 모기 방제활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기로 하였다. 또한 신속한 진단 필요성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국립보건연구원에만 가능한 진단검사를 전국 21개 거점 검역소와 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실시하기로 하였다.
김나영 기자/한양
<gnskdud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