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까지 당신과 함께할 거야”
영화에서 평화로운 들판에 누운 채 주인공 줄라가 빅토르를 가만히 쳐다보며 한 대사다. 이토록 애절하고 뜨거운 대사의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경제·외교·정보 등을 수단으로 하는 국제적 대립 항쟁이라는 뜻의 냉전 시대가 있다.
‘콜드 워’는 1940년대 후반, 냉전 시대의 폴란드에서 폴란드 민속 음악 연주와 함께 시작하는데, 흑백의 화면 속 연주자들의 모습은 당시 폴란드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의 시작에 음악이 있었던 만큼 영화의 전개에 있어서 음악은 계속해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빈민가 출신인 줄라 역시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마주르카’라는 폴란드 민속음악단에 입단을 하게 되면서 빅토르를 만나게 된다.
빈민가 출신인 줄라와 달리 빅토르는 소위 교양 있는 집안 출신으로 엘리트 예술가로서 줄라를 평가하고 음악적으로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 배경도 성격도 너무나 다른 둘이지만 그들은 열렬히 사랑에 빠지게 되고, 너무나 다른 서로를 못 견뎌하면서도 몹시 그리워하게 된다.
여기서 시대적 상황이 개입하는데, 당시 폴란드에서는 공산주의 체제하에 개인의 자유가 억압당했고, 폴란드 민속 음악은 공산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이용된다. 이를 견딜 수 없었던 예술가 빅토르와 함께 줄라는 폴란드를 떠나게 되고, 그렇게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로 옮겨가면서 둘의 사랑에는 더 많은 장애가 생긴다.
사랑은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할 수도 있고, 무수히 많은 사랑 영화를 보면서도 각기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콜드 워’ 속의 사랑은 서로 무척 다른 사람들이 만났을 때의 괴로운 마음과 그럼에도 절절한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며, 거기에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폴란드의 배경이 더해져서 더욱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감독인 파벨 파블리코브스키는 이 영화의 영감을 본인의 부모님의 사랑 이야기에서 얻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10년간의 고민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한 ‘콜드 워’에서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OST를 충분히 즐길 수 있기에 눈과 귀가 함께 즐겁다. 주연인 요안나 쿨릭과 토마스 콧은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주며, 특히 요안나 쿨릭은 영화 OST를 직접 부르기도 한다. OST는 영화의 묘미가 되곤 하는 요소인데, ‘콜드 워’에서는 음악이 영화의 감정이나 상황과 굉장히 밀접해 있다는 점도 영화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한국에서는 2019년 2월 7일에 개봉한 ‘콜드 워’를 영화관에서 만나보자.
탁주현 기자 /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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