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먹어보자

최근 유튜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챌린지가 있다. “뭉티기”가 담긴 접시를 뒤집어서, 뭉티기 조각이 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쫀득하고 찰기 있는 식감의 이 음식은, 육회와 비슷하지만, 일반적인 육회와는 다르게 양념을 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사후강직 시기 단단한 상태의 소고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당일 도축을 원칙으로 하고,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가수 성시경의 ‘먹을텐데’나 풍자의 ‘또간집’ 등 많은 유투브 컨텐츠에서 소개된 대표적인 뭉티기 맛집은 대구의 ‘왕거미식당’이다. 뭉티기는 대구 10미(味) 안에도 속할 정도로 대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대구 10미에는 뭉티기 외에도 타지인에게 잘 알려진 막창이나 납작만두 등이 속하며, 이외에도 따로국밥과 동인동찜갈비, 논메기매운탕, 복어불고기, 누른국수, 무침회, 야끼우동이 있다. 말만 들어도 입에 침이 고일 듯하니, 이것이 대구 여행에서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 식도락인 이유다. 따라서 대구의 음식들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따로국밥은 일반적으로 밥과 국을 따로 담아내는 요리이다. 옛날 양반들이 밥을 국에다 말아먹는 것을 천박하게 여겨 따로 내놓은 것에서부터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보온밥솥이 없던 옛날, 돼지국밥 등에서 사용하는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면서 데우는 과정)을 하지 않고 따뜻한 밥과 국을 내야 했기 때문에 고급 음식으로 취급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합당한 추론이다. 국은 육개장에 가깝지만, 쇠고기와 선지가 함께 들어 있으며 때에 따라 대파와 무가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 국일따로국밥 식당이 유명하다.

두 번째로, 동인동찜갈비는 소고기를 양념한 후 양은그릇에 담아 조린 음식이다. 마늘과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특유의 매운맛이 나며, 밥과 비벼 먹으면 중독적이다. 1960년대 동인동에 찜갈비 식당들이 모여 골목을 형성했고,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이후 방송에 소개되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동인동 찜갈비골목은 매출액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기부하면서 2013년 ‘착한골목1호’로 지정되었으니, 방문하여 맛볼 것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누른국수는 경상도 칼국수의 별칭으로, 멸치육수로 맛을 낸 심심한 맛의 국수이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넓적하게 밀었기 때문에 구수한 맛이 난다. 새빨간 겉절이와 고추, 그리고 직접 담근 된장과 함께 먹는 국수의 맛은 향토적이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대구에서 살아온 기자는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시는 누른국수를 맛볼 수 있어 사서 먹진 않지만, 금와식당과 할매칼국수 등이 유명하니 한 번 가보길 권한다.

네 번째는 납작만두다. 납작만두는 말 그대로 납작한 만두이며, 소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납작만두만 먹지는 않고, 바싹하게 구워 찜닭, 떡볶이, 쫄면, 심지어는 다섯 번째 음식인 무침회 등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동성로에 있는 중앙떡볶이나 서문시장에서 납작만두를 구매하여 먹을 수 있다.

다섯 번째는 무침회다. 대구는 분지로 모든 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기술이 없을 시절 생선을 살아있는 채로 유통할 수 없어 회로 먹기에 무리가 있었고, 오징어와 소라 등을 삶아 새콤달콤한 양념으로 무쳤다. 미나리와 양파로 식감까지 더하면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좋았다.

여섯 번째는 논메기매운탕이다. 2030 세대들은 즐겨하지 않는 음식이지만, 나이가 있으신 어른들에게는 이만한 보양식이 없다. 1990년대 달성군 다사에서 논에 메기를 풀어 양식을 시작한 후 이를 잡아 매운탕을 끓인 것으로부터 기원했다. 다시마와 무로 낸 육수에 갖은양념과 논메기를 넣어 바글바글 끓이면 완성이다. 논메기는 실제 낙동강 물로 자연에 가깝게 키우기에 자연산에 가까운 맛이 나며 비린내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일곱 번째, 복어불고기는 뼈를 발라낸 복어살에 콩나물과 양념을 넣어 볶은 음식이다. 담백하게 먹는 기존 복어요리와 달리, 대구 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매콤하게 만들었다. 복어는 살이 단단하고 부서지지 않아 볶음요리에 적합했다고 알려져 있다. 복어불고기를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과 김을 넣어 만든 볶음밥 또한 별미다. 미성복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음식이며 이곳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여덟 번째 음식은 야끼우동이다. 현재 볶음우동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퍼져 있는 이 음식을, 일본의 야끼소바에 면의 종류를 바꿔 대구의 한 중식당에서 내놓았다. 야끼소바 면과는 다르게 미리 삶아둔 우동을 사용하기 때문에 조금 더 담백하다. 리안과 중화반점이 유명하다.

마지막 아홉 번째 음식은 막창이다. 1970년대 도살장 주변에서 돼지의 부속물들을 얻어 찌개에 섞어 내다가, 연탄불에 구웠는데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으로 입소문을 탔다는 것이 유래라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곱창과 막창을 즐길 수 있는 안지랑 곱창골목까지 생겼으니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이외에도, 대구에서 주목할 만한 요리는 ‘치킨’이다. 스포츠 시즌만 되면 불티나게 팔리며, 힘든 하루를 보낸 후 보상하는 느낌으로 먹었던 그 치킨이 여기서 언급되는 것이 뜬금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치킨은 대구와 관련이 깊다. 한국전쟁 이후 국민들에게 다양한 육류를 제공하고자 계육산업이 발달하였고, 현재까지 유명한 다양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발생했던 대구는 치킨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특히, 맥시칸치킨의 창업자 윤종계 씨가 대구에서 처음 양념치킨과 치킨무를 개발하여 화제가 되었다. 개발된 양념치킨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역수출되고 있고, 한류를 이끄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이에 대구에서는 매년 8월 말~9월 초 사이 치맥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참여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무더운 여름, 살얼음이 낀 시원한 맥주와 바삭한 치킨의 조화는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조윤아/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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