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속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한계점

자폐인의 삶을 담은 미디어와 나아가야 할 방향

 

최근 종영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 국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해당 드라마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및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직장, 사회,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매 회차마다 사회비판과 함께 풀어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란 다양한 신경생물학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뇌 발달상의 장애이며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그 특징이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 뇌 손상 등이 있는 사람이 기억, 계산 등 특정 영역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서번트 증후군의 극적인 성격 때문에 드라마 소재로 활용되며 널리 알려졌지만, 실제로 자폐인에게서는 매우 드물게 확인된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만큼, 자폐 스펙트럼을 소재로 지금까지 여러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어왔다. 미디어에서 어떻게 자폐인들의 삶을 그려냈을지 간단하게 알아보자.

 

영화 <말아톤>

영화 <말아톤>은 배형진 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달리기에 재능이 있는 윤초원과 그의 엄마 경숙, 코치 정욱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이다. 윤초원은 얼룩말에 집착하고 짜장면과 초코파이를 매우 좋아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년이다. 지적 장애를 가져 행동과 말투가 5세에 머물러 있지만 달릴 때만큼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경숙은 마라톤 서브쓰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초원을 훈련시키고 정욱에게도 초원을 부탁한다. 그 과정에서 경숙은 초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본인의 욕심 때문에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며 포기를 결심하는 데 이른다. 그러나 경숙이 쓰러져 입원해 있는 틈을 타 초원은 경기에 참가하고 출발선에서 자기를 말리는 경숙에게 ‘초원이 다리는?’이라 물으며 마라톤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엄마 품 안에서 나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 스스로 달려가는 모습, 경기를 하는 도중 수없이 찾아온 좌절을 극복하며 완주를 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드라마 <굿 닥터>

KBS 드라마 ‘굿닥터’는 자폐증 및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시온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학병원 소아외과 레지던트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병원과 의료의 모순까지도 다루며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미국에서 각색된 작품은 시즌을 거듭하며 현재까지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시온은 어릴 때 키우던 토끼와 형의 죽음으로 인해 의사가 되어 작은 생명을 살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병원 취업부터 시작된 수많은 반대와 편견에도, 누구에게도 견줄 수 없는 뛰어난 암기실력과 의사로서의 비범한 능력을 이용해 소아외과의 환자들을 살리는 데 힘쓴다.

 

KBS 시사교양프로그램 <시사직격: ‘우영우’ 신드롬-끝나지 않은 자폐인 이야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높은 시청률과 함께 많은 관심을 받아 2022년 8월 KBS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이다. 가장 먼저 창단 16주년인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만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포함한 발달 장애를 가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만큼 다양한 삶을 살고 있음을 조명한다. 또한 자폐인들이 보는 세상을 표현한 VR 영상을 체험하게 해 그들의 구체적인 고통을 알린다. 더불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개개인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심층 취재해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어려움들을 보여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페인들이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이야기했다는 호평이 많았으나, 현실과 괴리가 크며 실제로 드라마 속 우영우처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웠다.

 

자폐인들의 어려움을 알리고자 했던 ‘시사직격’도 마찬가지였다. 성인 자폐 자조모임인 estas는 방송 직후 SNS와 언론을 통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Estas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살펴보면 제도적 대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에서 자폐 당사자는 배제되고 부모와 전문가의 의견에 초점을 맞춘 부분을 지적한다. 또한 estas 공동조정자 윤은호(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가 2022년 8월 29일 ‘미디어 오늘’과 나눈 인터뷰에서는 진학, 취업 등 “자폐당사자로서 살아가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저희가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지점에 대한 대화가 전부 보도에서 빠졌다.”, “자폐당사자를 무시하는 언론 현실이 아직도 그대로임을 직시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를 하며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에 시사직격 제작진 측에서는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편은 화제의 드라마 ‘우영우’ 이후 자폐성 장애인에 대해 커진 관심 속에서, 발달장애인들이 현실적으로 겪는 아픔에 대해 조금이라도 그분들의 입장에서 다루기 위해 기획된 것”이라고 말하며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했음을 표했다. 더해서 “참가자들이 원한 만큼 반영되지 못했을지언정 그분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프로그램에서 누락되거나 왜곡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의도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면 그 역시 제작진의 불찰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이러한 노력이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한 사례로써 기록되는 것은 몹시 유감스럽다”고 전했다.

 

자폐인의 삶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들이 질환을 인식하고 그들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얻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자폐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그들의 생활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 하는 이유에는 조금 더 크고 현실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미디어가 가진 힘은 분명히 있다. 매체가 그들의 삶을 다룸으로써 사람들이 다름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취업, 진학 등 현실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제도적 환경적인 문제를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천소현 기자/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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