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가 주연인 연극 작품, 무엇이 있을까?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의사는 인체의 여러 부위 중 무형의 것, 마음을 돌보는 의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문학 작품에서는 정신과 의사를 소재로 삼아 인물의 심리를 들여다보곤 한다. 때로는 사건의 감추어진 진실을 밝히는 탐정이 되기도 하고, 혹은 인물의 아픈 내면을 어루만져주는 치료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이제 곧 연말이다. 코로나로 깊은 침체를 겪었던 대학로는 다시 연말을 즐기기 위한 연인들과 가족들로 붐비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연극 작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1. 에쿠우스(EQUUS)

<에쿠우스>는 영국의 극작가 피터 쉐퍼의 대표작으로, 정신과 의사가 등장하는 연극 작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극 중 하나이다. 1973년 영국에서 초연되었으며 앤서니 홉킨스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1975년 초연 이후 한국 연극사상 최초 관극 1만 명 돌파, 최초 3개월 장기 공연 등 기록을 세우며 큰 인기를 끈 작품이다.

 

라틴어로 말을 뜻하는 에쿠우스(EQUUS)라는 제목답게, 말과 매우 밀접한 작품이다. 일곱 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죄로 고발된 17세 소년 알런 스트랑과 알런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 사이의 긴장감이 극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알런은 말(馬)을 신(神)이자 성(性)으로 숭배하는 소년으로 삭막한 현대사회와는 어울리지 않게 순수하면서 야성적이다. 반면 다이사트는 기성세대의 무력감과 허탈함을 상징하며, 알런에게 한 치료가 알런을 유령으로 만든다는 그의 후반부 대사는 그의 감정을 상징한다. 극을 보는 관객에게도 다가와 꽂히는 대사이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인근 충무아트센터에서 내년 1월까지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2. 신의 아그네스(Agnes of God)

<신의 아그네스>는 미국의 극작가 존 필미어의 작품으로 3명의 여성 등장인물이 나오는 여성극의 대표 주자이다. 1979년 미국에서 초연되었으며 국내에서는 1983년 초연되었다. 김혜수(1998), 전미도(2008) 등이 아그네스 역할을 맡아 공연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젊은 수녀 아그네스가 갓난아기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장에 서게 된 일이 연극의 시작점으로, 극이 진행되며 원장수녀인 미리암 루스 수녀, 정신과 의사 마샤 리빙스턴 박사는 서로 대립한다.

 

아그네스는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자란 인물로, 외부와 단절된 채 17세까지 생활하다가 수녀원으로 보내진 21세의 여성이다. 기본적인 관념이 왜곡되었으나 그만큼 순수한 인물로,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수태하신 방식으로 자신도 아이를 가졌다고 말한다.

 

미리암 수녀는 사건을 은폐함으로써 아그네스를 보호하려는 인물로 아그네스의 어머니, 자신의 동생을 방관하였다는 죄책감을 아그네스를 통해 이겨내려 한다. 반면, 리빙스턴 박사는 종교가 아닌 이성을 통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인물로 수녀였던 동생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아그네스에게 자유를 주며 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리빙스턴 박사의 “그녀를 돕고 싶습니다”라는 대사의 의미를 생각하며 극을 보면 좋을 것이다.

 

3. 톡톡(TOC TOC)

<톡톡>은 프랑스의 작가 로랑 바피의 작품으로, 앞선 작품들과는 다르게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극이다. 2005년 프랑스에서 초연되어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16년 국내 초연이 있었다.

 

정신과 의사 스텐 박사의 진료 대기실이 무대의 배경으로 뚜렛증후군, 계산벽, 질병공포증, 확인강박증, 동어반복증, 대칭집착증을 가진 6명의 강박증 환자가 모이며 나타나는 해프닝이 작품의 줄거리이다.

 

스텐 박사가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이고 환자 6명은 스텐 박사를 기다리며 서로의 병을 고백하고 그룹치료 겸 심심풀이로 여러 가지 게임을 한다. 게임이 무르익으며 환자들은 자신의 강박증을 나타내지만, 그 과정에서 위로와 공감을 얻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남에게 무관심한 현대사회 속에서 상대에게 가지는 연민과 배려가 어떤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풀어내는 작품이다.

 


 

이동훈 기자/충남대
ldh784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