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었던 당신에게

책 <내 마음,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저자 홍순범, 글항아리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죽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진지하게 죽고 싶은 마음에 실제로 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겼다가 죽기 직전 응급실에서 깨어났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고, 그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죽고 싶다’가 입버릇이 되어버렸을 수도, 속으로 수도 없이 ‘왜 사냐’를 되뇌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 당신의 마음, 새로 태어나보고 싶지 않은가?

 

주인공은 강물로 투신자살을 하기 직전에 뛰어내리려던 다리에 적힌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세 군데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본다. 그리고 순서대로 생각연구소, 감정수련원, 행동체육관을 방문하면서 그곳의 생각, 감정, 행동을 대표하는 인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생각연구소에서는 논리로 자기 자신의 생각을 비판하고, 감정수련원에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며 행동체육관에서는 행동으로 마음을 바꾸어 나간다.

우리의 생각에는 의외로 허점이 많다. 내 얘기일 땐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생각이라면 그 허점을 발견하기가 쉽다. 주인공이 생각연구소에서 하나하나 뜯어보는 생각은 그의 생각이기도 하지만 죽고 싶었던, 혹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던 당신의 생각이기도 하다. 취업이 되지 않아서, 그리고 앞으로도 영영 안 될 것 같아서 죽으려고 했다는 주인공의 말은 언뜻 보면 일리가 있다. 취업이라는 주인공의 가장 큰 고민을 각자의 삶에 대입해 본다면 사랑이 될 수도, 학업, 인간관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연구소에 간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뀐다. 나를 죽음의 문턱까지 이끌었던 생각이 모순 투성이가 되어버리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내가 왜 죽어야하지? 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내가 얼마나 생각으로 나 자신을 옥죄고 있었는지도 깨닫는다. 속이 뒤집힐 정도로 생각도 뒤집혀야 내가 생각했던 모든 고통이 나의 생각으로 만들어낸 족쇄였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그 다음에는 감정을 배워야한다. 삶을 돌이켜 봤을 때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한 적이 얼마나 있는가? 애초에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있을까?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감정과 어떤 상황에 대한 해석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해석을 감정으로 착각하고, 가슴으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마음 속에 있는 나의 감정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를 눈물 흘리게 하고, 절망하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그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를 똑바로 바라봐야 비로소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해가 되지 않도록 다스릴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는 행동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고 넘어가는 한 가지가 있다. 생각과 감정도 신체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생각과 감정 모두 우리의 뇌에서 이루어진다. 인체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에 영향을 준다면 생각과 감정도 영향을 받는다. 온전한 식사, 신체 활동 및 운동, 규칙적인 수면과 각성, 친한 사람들과의 교류가 신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이다. 죽고 싶은 마음이 새롭게 태어나려면 이런 행동들을 꾸준히 지키면서 살아가는 게 도움이 된다. 못 믿겠다면 당장 오늘 매일 20분 달리기를 시작하는 것부터 실천해보자.

 

하지만 이 책을 소개하면서 구태여 내용을 일일이 읊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는 ‘상담’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실제로 정신과에서 이루어지는 인지치료, 정신치료, 행동치료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의미는 읽는 사람의 몫이 된다. 읽는 이가 가볍게 읽는다면 자기계발 서적을 읽듯이 읽고 넘어갈 수 있고, 무겁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는다면 한없이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전자든 후자든 이 책을 읽고 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이 생소하게만 느껴지던 독자들이 상담의 구조를 어렴풋하게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정신과에서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를 배울 수 있었다면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신과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임상적인 상담이 궁금했던 학생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관심 있는 학생들이 읽는다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허재영 기자 / 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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