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지난 12월 13일 (목요일) 13시 공군회관에서, 국방부 주최로 ‘종교 또는 개인적 신념 등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공청회’가 열렸다. 국방부는 지난 10월 4일에 열린 1차 공청회와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된 안을 참고해, 연말까지 정부 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그들의 대체복무에 대한 논란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속적으로 존재했다(본 기사에서는 종교적, 개인적 신념에 따라 입대 또는 집총을 거부하는 행위를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이르겠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특히 안식교(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기독교의 한 분파)와 여호와의 증인(기독교의 분파 중 하나) 신자에서 많이 나왔는데, 안식교인들은 군대에 입대는 하지만 집총을 거부하고 비전투병과에 근무를 희망했던 한편, 여호와의 증인 교인들은 전쟁 관련 행위를 완전히 거부하기 때문에 군 입대 자체를 거부하였다. 안식교인과 같은 사례를 일컬어 양심적 협력자, 여호와의 증인 교인과 같은 사례를 완전거부자라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와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다스려왔다. 특히 1961년 5.16 쿠데타에 이은 군사정권이 들어선 후, 병역법 제 88조 1항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에 근거하여 많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징역에 처해지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이와 같은 처벌에 대한 논란은 2000년대 개인의 자유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점화되었다. 2001년 불교신자로서 입대 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오태양씨 사건, 2002년 마찬가지로 입대를 거부한 나동혁씨 사건 등으로 인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의 정당성이 이슈가 되기 시작했고, 처벌의 근거가 되는 병역법 제 88조 1항에 대해 위헌 여부 심사가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이루어졌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두 번의 결정에서 각각 합헌의견 7명/헌법불합치의견 2명, 합헌의견 7명/한정위헌의견 2명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을 찬성한다는 의견이 70%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2016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에서 실시) 대체복무 실행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헌법재판소 판례와 별개로 점차 형성되어왔다.
그리고 지난 2018년 6월 28일,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도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 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의견 6 대 각하 의견 3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병역법이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도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결정에 따라 국방부는 대체복무지를 교도소 등 교정시설로 제한하고 3년의 기간 동안 합숙하며 복무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그에 따른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청회에 앞서 대체복무제도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징집과 군 복무는 생명을 담보로 행하는 것이니만큼, 위험하고 기피 대상이 되는 작업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 24명과 무소속 서청원 의원 등은 대체복무지의 1순위로 ‘지뢰제거 임무’를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반면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위험한 임무에만 투입될 경우 자칫 대체복무제도가 그들에 대한 징벌적 법안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좀 더 다양한 분야의 복무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권고하기도 했다. 복무 분야 뿐만 아니라 그 기간 또한 논란이 되었다. 현재 공중보건의사나 산업기능요원 등 다른 분야의 대체복무기간이 대부분 3년으로 지정되어있는 만큼(많은 남자의대생이 가는 군의관의 복무 기간은 훈련기간 포함 총 38개월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복무기간은 그보다 훨씬 길어야 한다는 주장부터, 현재 육군 복무기간(18개월)의 1.5배인 27개월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국민적 정서 및 병역 이행자들의 형평성과 결부되어있으며, ‘양심’의 판단 기준이 모호해 병역 기피 용도로써 악용될 수 있고, 입대 인원이 감소에 따른 군사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처음이니만큼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인데, 현재 징병제도를 운영하는 59개국 중 20여개의 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독일과 현재 타이완, 그리스, 러시아,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참고할 만 한데, 각각 복지분야 또는 치안 분야, 공공시설 분야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기간 또한 현역병 입대 기간보다 1.2배에서 1.9배 정도 길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이 있고 현역 복무를 마친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만큼, 외국의 사례를 무조건적으로 따르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체복무자의 ‘양심’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설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현석 기자/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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