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맞춤 의료의 시작 – 유전자 검사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전자 검사는 유전자를 분석하여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이상을 확인하거나, 개인을 식별하거나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검사를 말한다. 그래서 주로 유전질환이 의심될 때 많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유전자 검사는 좀 더 폭넓은 방향으로 시행될 것이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검사가 쉽고 간편해지면서 질환에 걸리기 전에 이를 예측하여 예방하는 DTC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DTC(direct to consumer)는 소비자들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 기업에 의뢰해 유전자 검사를 하는 서비스다.
유전자 검사 시행방법은 매우 쉽고 간편하다. 키트를 구매하여 타액 샘플과 동의서를 유전자 회사에 배송하면 일주일 정도 후 온라인에서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를 분석한 뒤 회사에서는 개인 맞춤 운동, 피부, 식단 등을 제공해준다. ‘생명 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중성지방 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비타민C 농도, 카페인대사, 색소침착, 탈모, 모발 굵기, 피부노화, 피부 탄력 12가지 종목에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10만원 내외의 가격으로 12가지 모두 검사할 수 있다. 반면, 질병 예측성, 유전성 질병 인지검사, 약물 유전체 검사는 병원과 연계하여 검사해야 한다.
비의료기관의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게 되면서, 유전 기술을 보유한 생명공학 기업과 전문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손잡고 제품개발에 나서게 되었다. LG생활 건강은 생명 공학기업인 마이크로젠과 협력하여 개인 맞춤 피부건강에 관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콜마는 유전체 분석 개발 전문 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와 손을 잡고 유전체 정보를 뷰티 및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한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마이지놈스토리 플러스뉴트리션에서는 영양 전문가와 유전체 분석 연구진이 협력해 영양 전문 유전자검사를 개발하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영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비의료기관에서 질병 예측을 포함한 보다 폭넓은 검사가 가능하다. 미국의 23andMe에서는 20만 원 정도의 가격에 가계보고서(ancestry report), 질병위험유전자(genetic health risk reports), 보인자 검사(carrier status reports), 건강보고서(wellness reports), 특성보고서(traits reports), DNA를 통한 친척 찾기(DNA relative finder)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DNA 검사를 통해 소비자들은 위험 질병을 예측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 조상이 어느 나라 출신으로 구성되었는지와 천 년 전에 살았던 조상의 흔적을 추적해준다. 연구에 동의한 사람들에 한해서는 가까운 친척 찾는 걸 도와주기도 한다. 덕분에 입양된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을 찾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의 성격적 특성과 지능 관련 유전자 등을 알 수 있다.
유전자 회사는 이렇게 수집한 막대한 양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바이오은행의 역할을 하게 된다. 유전자 회사는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서 유전 정보를 연구자와 제약회사에 다시 판매한다. 이렇게 시행된 연구는 기존 임상시험보다 연구대상자가 10~50배 많아져 훨씬 다양한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유전자 회사에서 제공받은 데이터를 통해 지능 관련 유전자, 우울, 불안 신경증 관련 유전자가 새로 밝혀지기도 했다. 제약회사에서는 질환 관련 유전자를 바탕으로 표적치료 의약품을 개발한다. 이렇게 의료 회사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협력하여 연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의료산업의 다양한 발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선진의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규제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도에서야 비의료기관의 유전 검사 시행이 허가되고, 그것도 미용적 측면과, 기본적 건강에만 초점이 맞춰진 12가지 항목만 검사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한 질병 예방 연구는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유전 검사를 우리나라보다 많이 시행하는 미국에서는 사생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CNBC 뉴스에서는 5가지 위험가능성을 제시한다. 첫 번째로는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해킹이 우려된다. 이에 대비하여 개인정보를 암호화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유전 검사를 통해 얻는 이득이 소비자보다 기업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 GlaxoSmithKline(GSK)는 23andMe에 3억 달러를 투자하고 4년간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대해 독점적 접근권을 획득하였다. 유전자 회사에서는 보유한 소비자들의 정보들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세 번째로 유전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주는 법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유전자 정보를 보호하는 법이 올바르게 제정되지 않고 무차별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면, 보험회사에서 악용하거나, 유전자 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 네 번째로,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서는 유전자 회사에 DNA 정보 제공 협조를 강요할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 회사에서 DNA 데이터를 보호하려해도, 범죄자를 식별하기 위한 데이터 제공을 요구하면서 인권에 대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전 정보를 보유한 회사의 상황이 변화할 수 있고 개인 정보에 관한 정책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는 사업 중단에 따른 유전 정보 처리와,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화에 따른 대책을 정확히 명시하여야 한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유전자 검사가 상용화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앞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축적된 유전자 정보는 분명 현재보다 큰 의료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다. 그러나 유전 정보유출, 유전자에 따른 차별, 인권 문제 등 기존의 사회 문제와 다른 형태의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의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전문가 모두 논의하여 각 분야에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김보민 기자/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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