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휴양지는 말고!
내가 가고 싶은 겨울 이색 여행지 추천
여러분에게 누군가가 ‘겨울에 해외에 갈 만한 여행지 아는 거 있어?’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하실건가요? 아마도 세부, 푸켓, 다낭 등 우리가 잘 아는 동남아의 휴양지의 이름이 나오겠지요? 사실 겨울에는 여행할 곳이 여름에 비해 마땅치 않은게 현실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은 너무 추울 것 같고, 그렇다고 남미를 가기에는 너무 멀게 느껴지죠. 하지만 뜨거운 남국의 휴양지들 말고도, 나만의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은 세계에 너무나도 많습니다. 여러분이 이 추운 날씨에 공항까지 갈 용기만 있다면 말이죠. 여기에 필자가 추천하는, 2019년 겨울방학 대비 이색 여행지가 있습니다.
포르투갈 – 리스본, 포르투
유럽의 겨울은 춥고 어둡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따뜻하다고 해도 눈도 오고, 낮은 너무 짧고 그에 비해 밤은 너무 길죠. 하지만 포르투갈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통 유럽 배낭여행 계획을 짤 때 혼자 뚝 떨어져있어서 코스에서 빠지곤 하는 이베리아반도, 그 서쪽 끝에 있는 포르투갈은 한겨울에도 낮 최고기온 15도~20도를 오르내립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춥지만, 재킷 하나 정도만 있다면 관광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19세기 이후의 건축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운치있는 도시, 리스본에 가면 언덕을 오르는 노란색의 28번 트램을 꼭 타보셔야 합니다. 아침에는 호스텔에서 운영하는 팁투어를 통해서 성 제로니모스 수도원, 리스본 대성당 등의 유적을 가보고 설명을 듣는게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디저트 마니아라면 근교 도시 벨렘 (Belem) 으로 가셔서,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는 에그타르트에 블랙커피를 한잔 마시면 최고의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포르투에 가면 해리포터의 모티브가 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인 렐루서점에 가보는 건 어떨까요? 포르투를 남과 북으로 나누는 도우루강, 그 위에 놓여있는 동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너며 바람을 느끼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유서깊은 와이너리에 방문해서 도수가 높고 아주 단 포트와인을 맛볼 수 있습니다. 혹은, 그냥 거리를 거닐면서 포르투의 전통 타일 작품인 ‘아줄레주’가 옛 건물들의 벽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구경해도 운치있는 하루가 될 것 같네요.
태국 – 치앙마이, 빠이
‘태국이 무슨 이색 여행지야?’ 라고 생각하셨다면 잠깐! 태국에는 방콕, 파타야, 푸켓, 끄라비만 있는게 아닙니다. 고대의 정사각형 성벽 안에 형성된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에 가면, 휴양지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방콕이 발달되고, 복잡하고, 현대적이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면, 반대로 치앙마이는 아기자기하고 시간이 천천히 가는 도시입니다. 지하철은 당연히 없고, 공공버스도 거의 없어서 주된 이동수단은 픽업트럭을 개조한 ‘썽태우’입니다. 하지만 며칠 있다보면 누구든지 이 도시의 매력을 알게 될 겁니다. 서울로 치면 신사동 가로수길과 비슷한 느낌의 젊음의 메카, 님만해민에 가면 맛있는 식당들과 감각적인 카페들이 골목마다 진주처럼 숨어있습니다. 카페에서만 마냥 앉아있기가 심심하다면 북서쪽의 언덕 위에 있는 도이수텝 사원으로 가서 경건한 마음과 함께 치앙마이의 경치를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도 왓 체디 루앙 등의 사원과, 전통시장이나 강가 투어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해 정말 싼 물가는 덤!
치앙마이에서 미니밴을 타고 구불길을 세시간정도 가다보면 나오는, 세계 배낭여행객들의 메카, 빠이. 치앙마이가 ‘시간이 느리게 가는 도시’라면, 빠이는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을이라고 해봤자 걸어서도 한 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라서,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할 만한 일도 없지요. 늦은 아침에 중심 거리 (해봤자 골목길 정도밖에 되지 않는 넓이입니다)로 나가서 죽을 한그릇 먹은 뒤, 책을 한 권 들고 햇볕이 잘 드는 카페에 자리를 잡습니다. 점심이 되면 아마 팟타이를 한그릇 먹을수도 있겠죠. 그리고는 오후동안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저녁쯤 눈을 뜹니다. 다시 중심 거리로 나가보면 야시장이 열려 있습니다. 거기서 닭꼬지며, 전병이며, 볶음밥이며, 새우튀김이며 하여튼 마음에 드는 것들은 전부 사먹습니다 (다 해봤자 5000원을 넘기기 힘들 겁니다). 그리고는 어제 봐놨던 괜찮은 라이브바로 가서 맥주를 한 잔 하며 달큰히 취하다가, 들어오고 싶을 때 들어와서 자는 하루. 그런 하루를 원하신다면 이번 겨울에는 빠이로 가보는 건 어떨까요?
네팔 – 히말라야 트레킹, 포카라
겨울에 무슨 얼어죽으려고 히말라야 트레킹?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사실 겨울과 여름 중 히말라야에 가기 좋은 시기는 겨울입니다. 여름에는 울창한 숲과 날벌레들 때문에 트레킹을 하기가 쉽지 않죠. 트레킹을 위한 베이스캠프, 포카라에 도착해서 짐을 싸고 우리의 길안내와 짐 운반을 도맡아줄 포터와 가이드를 구하면 준비는 끝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가는 코스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일명 ABC)’ 트레킹.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한달 정도 시간이 있다면 안나푸르나 산군 전체를 돌 수 있는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를 도전해볼 수도 있겠네요. 트레킹이 동네 마실가는것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평소에 조금씩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조금의 준비를 통해서 무리없이 도전할 수 있습니다. ABC는 해발 4200m에 위치한, 일반인들이 안나푸르나 봉(8091m)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입니다. 이 곳으로 가는 길에는, 안나푸르나 뿐만 아니라 네팔 사람들의 영산(靈山) 마차푸차레 또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고산병을 극복하고, 와이파이가 안터지는 숙소에서의 밤도 잘 보내면서 하산했다면, 이제는 휴양지인 포카라에서 쉬면서 몸을 회복할 때입니다. 포카라에는 유서깊은 사원들과, 패러글라이딩같은 액티비티가 많습니다. 또 고즈넉한 페와 호수와 함께 운치있는 분위기를 자랑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산길을 올라가며 마음도 몸도 정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번 겨울,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현석 기자/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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