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취미의 습격 (1)
필름 사진 취미를 위한 준비물은?
2017년 7월에 출시되어 애플 앱스토어를 강타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있다. 바로 한국인 4명으로 구성된 ‘구닥’이 만든 카메라 앱, ‘구닥캠’이다. 구닥캠은 출시되자마자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서 애플 앱스토어 유료 앱 전체 카테고리 1위를 차지했고, 34개국에서 사진 및 비디오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다. 구닥캠은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오마쥬한 앱이다. 디지털 사진이 만연한 현대에 필름 카메라 앱이 인기를 얻었다는 사실에 기자는 흥미를 느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오마쥬한만큼 구닥캠으로 찍은 사진은 필름 사진과 같은 느낌이 난다. 이를 위해 구닥의 강상훈 대표는 수천 장의 사진을 직접 인화하고 비교 분석하면서 필름 카메라를 통해 인화된 사진의 미세한 공통점을 찾아 디지털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카메라 앱과 차별화된 필름 사진의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한 구닥캠만의 방법은 아래와 같다.
구닥캠으로 촬영한 사진은 72시간이 지나야 확인 가능하다. 과거에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면 통상적으로 3일 뒤에 찾으러 오라고 했는데 72시간이라는 설정은 그 기억에 근거한다는 후문이다. 또한 피사체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카메라 앱이 휴대폰 화면 전체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휴대폰 화면에 구현된 작은 뷰파인더를 통해야 한다. 이 또한 필름 카메라만의 감성을 담기 위한 구닥캠의 장치이다. 거기다 사진을 확인하면 뜻밖의 빛 흔적이 사진에 생겼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실제 필름 사진을 찍거나 현상할 때 빛이 새어 들어와 결과물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본 딴 것이다. 이런 디테일을 통해 구닥캠은 아날로그 감성을 전달한다.
구닥캠의 인기를 통해 디지털과 다른 필름만의 성질이 현대인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본 기자는 이런 현상을 등에 업고 독자들에게 취미 하나를 추천하고자 한다. 필름 사진 취미이다. 이번 호에서는 필름 사진 입문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을 알아보고 다음 호에서는 준비물을 가지고 실제 필름 사진을 찍는 방법과 필름 사진 취미를 향유하는 방식에 대해 소개하겠다.
필름 사진 취미 입문을 위한 준비물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준비물은 카메라 바디다. 카메라 바디는 대중적인 기종으로 구매할 것을 권한다(대표적인 기종으로는 니콘 FM2가 있다). 대중적인 기종의 경우 관련 정보를 구하기도 쉽고, 중고로 구매 또는 판매를 할 때도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 수리를 맡길 때 수리점에서 필요 부품을 구비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또 다른 조건은 휴대성이다. 대부분의 입문자들은 필름 카메라를 구매한 후 몇 번 사용해보고는 카메라를 “장롱에 처박아” 버린다. 디지털 사진이든 필름 사진이든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사진을 자주 찍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한 평소에도 카메라를 휴대하는 것이 좋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카메라는 외출 시에 손이 잘 가지 않고 이동 시에도 불편하기 때문에 구매하지 않을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 준비물은 카메라 렌즈다. 카메라 바디만으로는 필름 사진을 찍지 못한다. 렌즈는 용도나 예산 등에 따라 선택지가 매우 많다. 하지만 입문자를 위한 첫 렌즈로는 50mm 단렌즈를 추천한다. 50mm 화각은 사람이 눈으로 봤을 때와 같은 화각인 표준 화각이다. 따라서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피사체를 바라보는 데에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표준 줌렌즈 역시 좋다. 줌렌즈의 특성상 여러 화각을 경험해 볼 수 있고, 그중 자신에게 가장 맞는 화각의 렌즈를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0mm 단렌즈 또는 표준 줌렌즈를 사용하다가 다른 렌즈의 필요성을 느낄 때 추가 렌즈에 대해 고민해보자.
세 번째 준비물은 카메라 필름이다. 후지, 코닥, 아그파에서 만든 ISO가 200인 롤필름을 추천한다. 각각의 롤필름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다. 정확한 피부 톤과 초록색 표현에 좋은 후지 C200, 맑은 날의 따뜻함을 잘 표현하는 코닥 컬러플러스 200, 레드 계열의 색상과 이미지를 강렬히 담아주는 아그파 비스타 200과 같이 다양한 매력을 가진 롤필름을 직접 사용해보는 것이 좋다. 롤필름을 여러 종류 구매해 촬영한 후 결과물을 보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필름을 고르자.
곽민섭 기자/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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