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을 안정시키는 꽃

심신을 안정시키는 꽃

치열했던 여름이 드디어 지나갔다. 가을이 왔지만 우리의 몸은 오랜 더위에 지쳐 버렸다. 지친 몸을 기다리는 것은 개학 후의 여러 수업들과 과제들이다. 인간관계 중 가끔씩 일어나는 작은 갈등들도 쌓여서 어느새 내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맛있는 음식들, 취미생활, 친구와의 만남도 더 이상 지친 내 몸을 달래 줄 수 없을 때,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가장 본능적인 심신 치료법을 소개하겠다. 치료제는 바로 “꽃”이다.

Meadow of lavender. Nature composition

꽃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오랜 친구였다. 꽃은 인간에게 색과 향기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빨간색은 지쳐서 모든 일에 의욕이 떨어진 나에게 열정을 채워주고 기를 북돋아준다. 빨간색의 장미는 단지 사랑 표현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올해 같은 지독한 폭염에 녹아버린 나에게 한 쪽의 장미는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하나의 약수일 터이다. 빨간색 튤립도 좋은 선물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서양의 먼 나라를 떠올리겠지만, 말라가는 한 중생에게는 비타민 C로 느껴질 것이다.
노랑색은 생기와 밝음을 준다. 노랑색인 비타민 C처럼 느껴져 생기를 준다. 민들레는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특유의 노란 빛은 하나의 전등처럼 칙칙한 밤과 같은 나에게 한줄기의 빛을 선물한다. 해바라기도 마찬가지다. 평생 우울증을 알았던 고흐도 해바라기를 자주 그렸고, 희망의 이미지를 해바라기에 투영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꽃에 가까이 가보면 알싸한 향기가 난다. 이 꽃의 향기는 여러 문학적 표현으로 변용되어 낭만적으로 쓰인다. 이 향기, 즉 aroma를 이용하여 아로마테라피를 통해 치료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로마테라피의 몇몇 예를 소개한다.

캐모마일은 국화과에 속하는 하얀 작은 꽃으로, 이것의 향기는 불안감, 스트레스, 우울, 불면 등에 효과가 있다. 캐모마일은 실생활에도 많이 쓰이고 있으며, 주로 차나 아로마 오일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클라라세이지는 줄기에 나뭇잎처럼 피는 꽃이다. 자주색으로 고매한 이미지를 연출하고, 심리적으로 상승, 이완작용이 있어 극도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피로한 사람에게는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제라늄은 이름에서부터 강한 향기를 내포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의 종명은 “Pelargonium graveolens”로 “graveolens”는 강한 향기를 의미한다. 예로부터 유럽에서는 건물 창가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였던 이 꽃의 강한 향기는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잘 맞다. 은은하기보다는 센 이 향은 마음을 편안케 하고 지친 심신을 건강하게 회복시킨다.


처음 들어볼 수도 있을 만큼 매우 생소한 꽃인 우슬초는 의대생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많은 과제로 생긴 여러 피로를 날려버리는 것이 이것의 주 기능이기 때문이다. 또한 운동량이 부족한 사람들의 고질적인 증상인 신경쇠약을 치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이름으로도 쓰이는 예쁜 하얀 꽃인 자스민은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불안함과 자신감의 결여에 효과가 있다. 많이 들어보았을 꽃인 자주색의 우아한 라벤더는, 심신의 조화로 건강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것의 이름은 프랑스어 “Lavare”가 어원인데, 이것은 프랑스어로 “씻다”를 의미한다. 의대생들의 심신의 때를 씻어버릴 것으로 기대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십일 동안 핀 꽃은 없다는 뜻이다. 항상 지친 우리에게 꽃은 영원한 위안은 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톡톡 튀는 탄산음료와 같은 가벼운 자극, 가벼운 위안이라도 우리의 심신에 도움을 주는 것이 꽃의 소임일지도 모른다. 시간도, 장소도 필요 없는 꽃을 친구 삼아 우리의 심신을 안정시켜 보자.

유현수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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