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과 의학

본 기자는 지난 겨울,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 위치한 ‘다합’이라는 마을에서 스쿠버다이빙 자격증과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고 왔다. 스쿠버(SCUBA: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다이빙은 말 그대로 숨 쉴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다이빙하는 것이고, 프리다이빙은 반대로 호흡을 도와주는 장비 없이, 숨을 참고 맨몸으로 다이빙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스킨스쿠버’가 바로 프리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다. 다이빙은 즐거운 활동이지만, 인간이 그 동안 진화해온 방향과는 다르게 ‘물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신체에서 평소와는 다른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 기사에서는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숨 참기, 의식소실
프리다이빙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물 속에서 숨을 쉬게 해주는 장비 없이 다이빙하게 된다. 그래서 마치 해녀처럼 숨을 참고 다이빙해야 하고, 이 숨을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냐가 성공적인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지금 당장 누군가가 당신에게 숨을 참아보라고 한다면, 아마 1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가슴이 조여오면서 숨을 참기 힘들어질 것이다. 이것을 ‘호흡충동’이라고 부르는데, 호흡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체의 산소 농도가 아닌 이산화탄소 농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체의 동맥혈 이산화탄소 분압(PCO2)은 38~42mmHg가 정상인데, 호흡을 하지 않으면 대사작용에 의해 조직 세포에서 생산되는 이산화탄소가 쌓여서 이산화탄소 분압이 상승하고, peripheral/central chemoreceptor가 상승한 이산화탄소 분압을 인지하여, 호흡충동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간의 훈련만 받으면 2분 넘게 숨을 참을 수 있다. 프리다이빙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 훈련은 바로 ‘긴장 완화’이다.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 수면에 떠서 2분 정도 몸과 마음의 긴장을 완화하고 신체 활동을 줄이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심박수가 떨어지게 된다. 심박수를 낮게 유지하면 대사작용이 느려져서 이산화탄소를 덜 생산하게 되고, 따라서 그만큼 호흡충동이 찾아오는 시간이 늦춰지게 된다. 이와 같은 기술을 통해 숨을 참는 시간을 점점 늘려나갈 수 있는데, 프랑스의 Stephane Mifsud라는 선수는 스태틱 압니어(static apnea: 물 속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채 오직 숨을 참는 시간을 겨루는 프리다이빙 종목) 11분 35초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호흡충동은 동맥혈 이산화탄소 분압에 의해 결정되는 반면, 우리의 의식은 혈중 ‘산소’ 포화도 (SpO2)에 의해 좌우된다. 보통 SpO2는 96~99%에서 유지되며, 95%이하로 내려갈 경우 저산소증 주의 상태, 만약 90%이하로 내려간다면 의식이 약해지고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기는데, 왜냐하면 호흡하고자 하는 욕구는 이산화탄소에 의해 결정되지만, 정작 생명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산소포화도 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이빙 준비를 한답시고 시작 전 숨을 너무 깊고 빠르게 쉰다면-이를 초과호흡 hyperventilation 이라고 한다-혈중 산소포화도는 계속 99%로 유지가 되고 더 상승하지 않는 반면, 혈중 이산화탄소 분압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상태로 다이빙을 진행할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는데, 숨을 참으면서 혈중 산소포화도가 위험할 정도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분압이 충분히 높지 않아 숨을 쉬어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프리다이버는 평소보다 더 숨이 오래 참아지고, 다이빙이 잘 되는듯한 느낌을 받다가, 갑자기 의식소실(blackout)이 찾아와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2. 감압병 (DCI: Decompression Illness), 동맥공기색전증 (arterial gas embolism)
프리다이버에게 가장 위험한 상황이 의식소실이라면, 스쿠버다이버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은 감압병과 공기색전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시는 공기는 질소 78%와 산소 21%, 기타 이산화탄소나 아르곤과 같은 기체로 이루어져있는데, 잠수를 해서 공기통 안의 공기를 마시면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질소가 혈액 내로 녹아들게 된다. 이렇게 혈액 속에 질소가 녹아든 상태에서 갑자기 빠른 속도로 수면을 향해 상승할 경우, 정상적으로 질소가 천천히 빠져나가지 않고 혈액 내에서 공기방울을 형성하게 된다. 이 기포가 몸 이곳저곳으로 이동해서 문제를 일으키는게 바로 감압병이다.(감압병은 동맥공기색전증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감압병은 주로 신체의 관절이나 근육 부위에 많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심한 근육통을 호소할 수 있다. 만약 기포가 중추신경계 (뇌, 척수 등)를 침범한다면 말초부터 진행하는 무감각, 마비, 심하면 사망까지 야기할 수 있다.

감압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물 속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다이빙 컴퓨터’를 손목에 차고 다니는데, 이것은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경우(1분당 9m보다 빠를 경우) 다이버에게 알려주는 기능이 있고, 또한 다이빙 수심과 시간을 계산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비행기를 타면 안되는지 (비행기를 타면 기압이 낮아져 기포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알려준다. 또한 40m이상 수심의 딥다이빙을 했을 경우, 수면으로 올라오기 전 수심 5m 지점에서 안전정지(safety stop)을 하여 몸에서 질소를 배출해야 한다. 만약 너무 빠르게 상승했다거나 (ex: 위급한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상승한 경우) 안전정지를 시행하지 않아 감압병에 걸린 경우, 고압산소치료로 100% 산소를 공급해주면 치료될 수 있다.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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