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와이파이,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

이제는 비행기에서도 ‘비행기 모드’ 필요 없어요
 학교에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낸 의대생들은 방학을 맞아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곤 한다. 들뜬 마음으로 탑승한 비행기에서의 설렘도 잠시, 기내에서는 ‘이륙 시 소지하고 있는 전자기기를 꺼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은 하나둘 전자기기를 끄거나 전자기기의 통신 기능을 차단하는 ‘비행기 모드’를 켠다. 안전한 비행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24시간 스마트폰 없이는 생활하는 것이 어려워진 현대인들에게 긴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는 비행기 안에서도 와이파이(Wi-fi, Wireless Fidelity)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는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파가 항공기 계기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2013년부터 기내에서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였고, 이에 여러 항공사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는 무선 공유기에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하여 유선 인터넷 신호를 무선으로 전환하는 원리로 작동된다. 다시 말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선 인터넷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비행기는 케이블을 연결할 수도 없고 이동하는 속도도 굉장히 빠른데 어떻게 인터넷 신호를 받아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것일까?
 
인터넷 통신 방식 비교 – 지상 기지국 vs 인공위성
 비행기의 인터넷 통신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ATG (Air To Ground) 방식으로, 비행기 하단에 위치한 두 개의 안테나가 항공기의 경로를 따라 위치한 지상 기지국으로부터 전파를 받아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KTX나 버스에서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기지국이 있는 육지 위에서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선 등 내륙으로 다니는 노선에서 주로 사용된다. ATG 방식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속도가 3Mbps로 굉장히 느리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페이지가 뜨는 데에도 지연이 생길 정도로 느린 속도이다. 또한 비행기가 이동하는 동안 기지국을 계속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이 끊기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Ku band 방식으로, 지상에서 인공위성으로 전파를 보내면, 인공위성이 이 전파를 중계해 비행기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바다를 건너야 하는 국제선의 경우 지상 기지국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ATG 방식보다는 Ku band 방식을 활용한다. 인터넷 속도는 최대 50Mbps로 ATG 방식보다 빠르고, 여러 지상 기지국을 거치는 ATG 방식과는 달리 한 번 연결되면 연결이 끊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데이터 송수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Ku band는 하나의 와이파이를 기내의 모든 승객들이 나눠쓰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느려진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또 한 위성이 넓은 영역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영역에 다른 비행기가 많아질수록 속도가 느려지며, 전파가 인공위성을 지나 비행기까지 먼 거리를 거쳐서 도달하는 만큼 지연 시간이 발생한다.
 한편 Ku band와 같이 인공위성을 활용하지만 더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Ka band 방식도 있다. Ka band가 사용하는 전파의 주파수는 27~40GHz로 Ku band가 사용하는 12~18GHz의 전파보다 더 높으며,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다. Ka band는 미국의 위성통신 회사인 비아셋(Viasat Inc.)이 제공하고 있으며 최대 70Mbps의 속도로 현재로서는 가장 빠른 기내 와이파이 방식이다. 하지만 아직은 미국 지역을 담당하는 위성과 캐나다와 유럽 일부를 담당하는 위성 하나로 총 위성이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의 현황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IT 강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기내 와이파이에 있어서는 세계적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 상태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이나 아메리칸 항공 등 세계의 여러 항공사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항공기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의 델타 항공의 경우 최근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국내선을 중심으로 시범운행에 들어간 상태이다.
 반면 국내 항공사는 기내 와이파이 보급률이 굉장히 저조하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2017년 아시아나항공이 처음으로 A350 항공기에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일부 항공기에서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용료는 1시간에 USD 11.95(한화 약 1만 4천원), 3시간에 USD 16.95(한화 약 2만원), 무제한 이용 시 USD 21.95(한화 약 2만 6천원)이다. 대한항공은 아직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이며, 3년 내 서비스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CS300 국내선에 와이파이가 적용되었지만, 기내 엔터테인먼트(IFE) 전용 서비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직은 비행기에서 편안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기내 와이파이의 속도도 지상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현저히 느리며, 안테나의 연료 소비량도 상당해서 와이파이 서비스 이용료도 비싼 편이다. 그러나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기내 와이파이 시장은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비행기에서도 편안한 인터넷 환경에서 영상 스트리밍을 즐기며 지루하지 않은 비행을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태희 기자 / 인하
<hungrybear127@gmail.com>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