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노벨 생리의학상을 파헤쳐 보자

2018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의대생이라면 수업 시간에 한 번쯤 들어보았음직한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에 관한 연구로, 미국의 텍사스대 앤더슨 암 센터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일본 교토대 혼조 다스코 명예교수에게 주어졌다. 우리 몸의 면역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T 세포의 CTLA-4, PD-1 등의 면역 조절 단백질을 목표로 하는 면역 관문 억제제는 ipilimumab, nivolumab 등의 이름으로 지금도 임상에서 항암제로써 활발히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2019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어떤 업적으로 주어지게 되었을까? 2019년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신체의 저산소 상황 감지에 대한 연구로 하버 대의 윌리엄 케일리 교수, 옥스퍼드대의 피터 랫클리프 교수, 존스홉킨스대의 그레그 서멘자 교수에게 수여되었다. 그들의 연구 업적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리 몸은 저산소 상황에서 경동맥 기부 근처의 경동맥체(Carotid body)가 저산소임을 인지하여 반응하고, 특히 신장에서는 적혈구를 생산을 유도하는 EPO 호르몬을 생성하여 저산소 상황에 대응한다. 그레그 서멘자 교수팀은 각각 유전자 조작 쥐를 통해 EPO 유전자 근처의 특정 DNA 서열들(HRE)이 저산소 상황에 대한 반응을 매개한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피터 렛클리프 교수팀과 함께 신장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조직이 저산소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이 있음을 밝혀냈다. 서멘자 교수는 산소 상황에 따라 이 특정 DNA 서열(HRE)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찾아냈으며, 이를 HIF(Hypoxia inducible factor)라고 명명한다. 또한 HIF는 HIF-1a와 ARNT라는 두 개의 전자 인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낸다.
HIF-1a는 저산소 상황에서는 핵에 축적되어 ARNT와 HRE라는 특정 DNA 서열에 붙어 전사를 유도하지만, 산소가 충분한 정상 상황에서는 HIF-1a에 수산기가 붙어 VHL라는 단백질의 매개 하에 프로테오솜(Proteasome)에 의해 분해된다. (그림 참조) 이 VHL 단백질의 역할은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제임스 앨리슨 교수팀이 규명하였다.
그렇다면 몸이 세포, 분자적 단위에서 저산소 상황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 그들의 업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메커니즘은 대사, 운동, 발생, 면역 반응, 호흡 등 몸의 생리에 중요하고 빈혈, 암, 발작, 감염, 상처 회복, 심근경색 등의 병태생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기전에 작용하는 여러 약제들이 현재 개발 단계에 있으며, 여러 질병의 대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되고 있다.

이재환 기자/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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