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은 당신에게
책<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 저자 장석주, 을유문화사
수많은 사람들이 COVID-19에 힘겹게 맞서 싸우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최소한의 역할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자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평소에 비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활동반경이 좁아지다 보니 매일 반복되는 비교적 단순한 생활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초유의 사태 속에서 반복되는 실내생활에 대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계획을 세워 다양한 활동을 하며 생산적이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날들을 보내기도 한다. 혹시 평소 못했던 문화생활을 누려보겠노라 하고 야심차게 넷플릭스를 켜고는, 막상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오후를 다 보내버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유튜브 알고리즘을 따라 동영상들을 보다 보니 어느새 채널 하나를 정주행 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이지는 않았는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SNS에서 유행하는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를 열심히 만들어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예쁜 잔에 담긴 노력의 결과물을 두세 모금 만에 마셔버리고 나니 찾아온 허무함을 외면하고 싶었던 적은 없는가? 성실한 학생이 되기로 결심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다가, 몇 주째 계속되는 혼자만의 방구석 캠퍼스 라이프 속에서 이내 지루함이 밀려오고 있지는 않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는 것이 그리 쉽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 전염병의 위기 속에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생활에 권태감과 답답함, 때로는 우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COVID-19로 인해 세계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삶을 이어나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일상의 단조로움을 불편하고 힘겹게만 느끼기보다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인간관계 속에 잠시 생긴 간격, 그리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생활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에 좋은 환경일 수 있다. 몇몇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작품을 쓰는 기간 동안 방 한 칸을 빌려 그 속에서만 오랜 시간 작업한다고 한다. 오직 자신만이 존재하는 공간 속에서 작품 세계에 깊이 몰두하기 위함이다. 물론 이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우리 역시 바쁜 일상 속 다양한 사건들과 복잡한 인간관계로부터 조금은 멀어지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이번 기간 동안, 평소 돌보지 못했던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행복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장석주 시인의 에세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이러한 시도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작가 장석주 시인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 몫의 행복’을 찾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한 행복의 빛나는 찰나들을 공유하고, 독자가 직관적이고 생생하게 그 순간을 느끼게끔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적으로 흘려보냈던 사물과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정겨운 시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에 제쳐둔 소재들을 슬그머니 끌어와 생각하고 음미할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사소하지만 충만한 작가의 행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행복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완전한 행복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말한다.
“복어 독은 사람 목숨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지만 일류 요리사는 복어 회의 풍미를 돋우려고 극미량의 독을 남긴답니다. 마찬가지로 약간의 우울감을 곁들여야 행복의 양감이 분명해집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관찰해보면서 자신만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장석주 시인은 불행과 청춘, 꿈을 대하는 자신의 방식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이 스스로 대면한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자. 행복의 답은 다른 어떤 곳이 아니라 ‘나’로부터 찾을 수 있다.
COVID-19 라는 위기 속에서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다. 책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통해 일상 속 행복을 찾는 다양한 방법을 발견해보자. 나아가 평소 잘 마주하지 못했던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마련해 마음 속 근육을 키워보자. 세계적 위기 상황을 이겨나가는 힘은 사회 제도적인 대처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개인들의 안정된 정서와 단단한 의식에서도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이소정 기자 / 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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