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단편소설, 코로나 시대의 일상을 드러내다

– 2020년 출간된 코로나바이러스 소재의 우리나라 소설들

COVID-19가 일상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염병’을 소설에 녹여내는 방식도 변화했다. 기존의 소설들에서 전염병이 거대한 재난의 원인 혹은 결과에 그쳤다면, 이제는 전염병이 삶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설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가 바꿔버린 일상의 풍경에 서사적 상상을 더해 탄생한, 우리나라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소개한다.

<여기 우리 마주> 저자 최은미, 현대문학
“그 봄에 나는 불특정 다수의 방문을 원했고 불특정 다수 모두를 의심했다.”
제 66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이다. 주인공은 막 공방을 개업한 워킹맘으로, 영업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휴업 처분을 받는다. 코로나는 주인공이 꿈꿨던 육아와 일의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의심과 경계가 당연시되는 상황 속에서 외로움이 증폭되고 가정불화가 심화된다. 후반부에는 확진자가 된 친구와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이 소설은 전염병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어떻게 깊숙이까지 바꿔놓는지 보여준다.
소설을 읽었다면 맨 뒤의 평론도 확인해보라.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이 소설이 “공감, 연대, 안전의 이름으로 배제와 폭력이 버섯처럼 증식”하는 시대를 잘 투영했다고 평가한다. 소설가 이기호는 “코로나 이전부터 어려움과 위기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수면 위로 드러난 것뿐”이라고 쓰며, 이 책이 “우리 사이에 잠복되어 있던 차별과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같은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는 더 큰 짐을 짊어지는 현실이라면, 모든 것을 전염병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중요한 건 전염병이 아닌, 전염병이 드러낸 우리의 마음”이라는 평이 소설을 읽는다면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격리된 아이> 저자 김소연 외, 우리학교
“아까는 오전에 망원동 집 근처 공원에서 반려견 산책시키고 단골 빵집에 들렀다고 하지 않았어? 어머니가 아침으로 달걀 토스트 해 주셨다더니, 삼각김밥 두 개 사먹은 게 다야?”
자가격리와 동선 조사, 마스크를 소재로 한 3편의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타겟층도 주인공도 청소년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성인의 내면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모두 역동적이다. ‘격리된 아이’는 귀국해 자가격리하게 된 남학생이 동네 살인사건에 대한 소문을 듣고 느끼는 공포를 그려낸다. 관계성이 사라지고 혼자 남겨진다는 것의 두려움을 느껴볼 수 있다. ‘거짓말’은 역학조사관들에 의해 동선 조사를 받는 남학생의 모습으로 시작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감염자가 범죄자로 여겨지고, 사생활이 사라져버린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 ‘마스크 한 장’에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생이 등장한다. 한정된 자원 앞에 힘없이 뒤로 밀려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을 절감할 수 있다.
저자들은 “청소년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신들의 권리를 더 늦기 전에 되찾았으면” 하여 이 책을 출판했다. 코로나 사태가 막 시작되었을 당시의 혼란함과 불안감을 되짚어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남겨진 과제를 고민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코비드19의 봄> 저자 이덕화 외, 문학수첩
“왜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어야 서로를 지킬 수 있는지, 어떤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기 위해 이렇게 고독하고 외로운 날들을 보내야 하는지 묻는다.”
‘작가포럼’의 소설가들이 모여 기획한 코로나19 테마 소설집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며 삶의 방향이 변화하는 실태에 대한 소설가들의 인식을 총 8편의 이야기에 담아냈다. 코로나라는 소재는 같지만 각 단편의 설정은 천차만별이라, 팬데믹에 다양하게 대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4월의 독백’은 여행사 가이드를, ‘벚꽃 지기 전에’는 연예기획사 팀장을, ‘명자꽃이 가네’는 99세 노인을, ‘그는 그렇게 갔다’는 LA 이주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언젠가 한 번쯤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 했던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단편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다 보면, 등장인물의 현실이 모두 다른 듯 비슷하게 뒤틀려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비슷함이 공감을 유도한다. ‘코로나19의 시절을 넘어’는 코로나 블루를 겪으며 우울감과 행복감을 오가는 한 여성의 내면을 보여준다. ‘2020년 봄’은 예식 연기, 알림 메시지, 선별진료소 방문의 공포 등 누구나 경험해봤을 만한 일들을 서사로 연결한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우울하지만도 않다. 등장인물들은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코로나를 잊기도 하고, 사이가 멀어지며 오히려 사랑을 깨닫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눈으로 현 사태를 바라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의대생이라면 바이러스가 세상을 뒤덮은 상황에, 사람들의 일상과 마음이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소설은 그러한 내면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책을 읽는 것이 단지 유익함 때문이겠는가. 코로나 시대, 나만이 고독과 외로움을 느끼며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면 상당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전례 없는 역사의 한 순간인 지금, 혼란과 불안을 어루만져주는 소설을 읽으며 극복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수민/경희
lucid020219@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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