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제2외국어를 찾는다면

최근 우리나라 의사들의 해외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의대생의 교환학생 참여가 증가하면서 영어가 아닌 제2외국어를 관심 있게 찾아보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기본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영어가 최우선이지만, 그 나라의 언어를 할 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문을 열어보고 싶은 의대생들을 위해, 배워두면 좋을 제2외국어를 조사해보았다.

어떤 언어를 배워보면 좋을까?

가장 먼저 소개할 언어는 독일어이다. 독일은 의료체계가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많고 최신 의료기술이 발달해 있어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다. 또 독일 의대에 교환학생을 가면 영어와 독일어의 사용 비중이 비슷하고, 독일어가 가능하면 실습 기회가 확대되는 경우도 많아 독일어를 배워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독일어는 단어의 성별이 세 가지이고, 성별에 따라 정관사와 동사형, 형용사 어미가 달라진다. 또 우리나라에 없는 발성이 많다는 점에서 까다롭지만, 차근차근 배우다 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프랑스어다. 프랑스어는 유럽 연합의 공용어 중 하나이며, 캐나다, 벨기에, 모로코를 비롯한 29개국에서 지정한 공용어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언어라는 인식이 있어 여러 국제회의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제보건 쪽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발음이 아름답지만 묵음이 많아 헷갈리기 때문에, 원어민의 발음을 참고하고 철자와 발음을 대응시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유럽 언어 중 상대적으로 배우기 쉬운 언어를 찾는다면 스페인어를 추천한다. 스페인어는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언어이며,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공용어로 사용된다. 스페인어의 장점은 발음이 쉽다는 것이다. 한국어에 없는 발음이 몇 개 되지 않고, 각 철자의 발음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신경 쓸 것이 적다. 물론 주체나 화자의 의도에 따라 동사변형이 달라진다는 점은 조금 까다롭다.

유럽의 언어들은 서로 연관이 깊은 경우가 많기에 묶어서 배우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독일어는 네덜란드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등과 같은 어파에 속하기 때문에 함께 배우면 쉽다. 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는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와 같은 어군에 속한다. 따라서 한 언어를 배우면 나머지 언어들은 비교적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상기한 3개 언어 외에도 불가리아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체코어, 슬로바키아어는 어파가 같으며, IFMSA(세계의대생협회연합, 의대생 교환학생 프로그램 SCOPE·SCORE 주최) 홈페이지에 따르면 서로가 서로의 언어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소개할 언어는 라틴어다. 라틴어는 사어로, 실질적인 소통에 활용되는 언어가 아니다. 그럼에도 충분히 배워볼 가치가 있다. 로망스어에 속한 유럽 언어들은 라틴어에서 파생된 것일뿐더러, 학기 중 마주치는 대부분의 의학 용어도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의미를 맞게 추측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동사변형은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니, 문법보다는 단어를 위주로 학습하자.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

학업이 바빠 틈틈이, 그러나 효과적으로 언어를 공부하고 싶다면 듀오링고(Duolingo)를 추천한다. 전 세계 3억 명이 사용 중인 듀오링고는 위에 소개한 모든 언어는 물론 희귀 언어와 인공어까지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다. 테마별 퀴즈를 푸는 형식으로 진행되며, 읽기와 쓰기, 듣기 능력을 골고루 향상시킬 수 있다. 문법부터 여행회화, 속담까지 다양한 테마가 있고, 한 테마를 마치는 데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부담이 적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습을 유도한다는 점도 언어를 체화하기에 좋다. 단점이라면 아직까지 한국어로는 많은 언어를 배울 수 없다는 점이다. 주로 영어로 배워야 하나, 지시문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알아듣는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언어와 더불어 나라의 분위기와 문화까지 알아보고 싶다면 BBC Languages에 접속해보자. 영어로 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사이트이다. 언어별로 학습용 단편 드라마가 제공되며, 영상을 따라가면서 대본을 공부하고 퀴즈를 풀며 배우는 방식이다. 복습용 영상과 듣기 연습 프로그램도 탑재되어 있다. 실제 나라를 배경으로 영상이 제작되기 때문에 국가의 문화 전반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으며, 흥미로운 스토리 덕분에 언어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인터넷 강의 사이트 LangCook, 화상 강의 사이트 Preply, 언어 교환 어플리케이션 Tandem 등의 유료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비용이 조금 들어도 본격적으로 외국어를 배우고 싶고, 코로나로 인해 대면 학원 방문이 꺼려질 경우 도전해보자.

언어는 국가의 역사와 문화, 사상이 종합적으로 녹아든 산물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그 나라의 사람들을 알아가는 첫걸음으로 볼 수 있다. 의학은 결국 사람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제2외국어 습득은 의사로서 치료해야 할 사람들, 접하게 될 연구들, 그리고 마주하게 될 임상적 기회들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수민/경희
lucid020219@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