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최악의 황사를 막아준 시베리아 기단

지난 3월 15일 중국 베이징 등지에 중국 중앙기상대가 “최근 10년간 최강·최대 규모”라고 말할 정도의 역대 최악의 황사가 덮쳤다. 중국 내몽골과 고비 사막 부근에서 기원한 황사가 바이칼호 부근에서 발달한 고기압과 중국 북동 지방에서 발달한 저기압 사이에서 부는 시속 50~70km의 강풍의 영향을 받아 더욱 심각해진 상태로 발달한 것이다. 12일 밤부터 몽골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모래폭풍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548명이 실종된 상황이었다. 베이징의 실시간 공기질지수, 미세먼지 농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고치에 달했고 결국 올해 첫 번째 황사 황색경보가 내려졌다. 베이징 미세먼지 농도는 m3당 8108μg까지 올랐는데 이는 국내 미세먼지 등급 중 ‘매우 나쁨’ 최소치 (m3당 151μg)보다 53배 이상 심한 수치였으니 그 심각성이 조금은 체감되는 것도 같다. 하늘은 누렇다 못해 주황빛으로 변했고 시민들은 제대로 눈을 뜨기도 어려웠으며 외출 자제령이 내려졌다. 가시거리가 400m까지 떨어져 항공편 400여편이 취소되는 상황까지 벌어져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되었다. 때문에 기상청은 16일 새벽이나 아침부터 중국발 최악의 황사가 국내에 유입되어 17일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나라는 황사가 덮치기는 했지만 ‘최악’은 피했다. 실제로 SNS상에서도 잔뜩 겁먹었던 것에 비하면 16일 새벽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는 등 공기 질이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실제로 16일 새벽부터 서해안으로 황사가 유입되면서 한때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했지만 오후로 갈수록 기압계의 변동으로 ‘나쁨’ 또는 ‘보통’ 수준을 보였다. 이렇게 황사의 기세를 떨어뜨려주는 고마운 존재는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베리아 기단’이다.

황사는 동아시아 건조지역에서 강풍에 의해 일어나는 직경 1~10μm 정도의 흙먼지이며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리는 입자상 물질 중 직경 10μm 이하인 먼지를 말한다. 참고로 초미세먼지는 2.5μm 이하를 말한다. 기압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황사는 기류의 흐름에 의한 변동성이 크다. 겨울철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이 지배적이면 동아시아 건조 바람에 의한 모래먼지가 대기 중으로 뜨지 못해 황사로 발달하지 못한다. 반면 봄철이나 가을철에는 저기압에 이어 고기압이 들어오는 기압 형태에 의해 저기압으로 뜬 모래먼지를 고기압이 밀고 들어와 우리나라로 유입된다. 이때 시베리아 기단이 발달하면 이런 모래먼지를 다시 밀어내준다. 봄이 되면 약해지다가 갑자기 강해져 흔히 말하는 ‘꽃샘추위’를 일으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이 황사 앞에서는 ‘얼음 방패’가 되어 주는 것이다. 황사철에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단군 할아버지의 방어벽’, ‘시베리아 기단아 힘을 내, 믿고 있었어!’, ‘추워도 괜찮으니 계속 불어라!’라고 말하는 데 이러한 이유가 있다.

코점막은 직경 10μm 이상을, 기관지는 직경 5μm 정도의 이물질을 걸러내는 능력이 있다. 즉, 황사나 미세먼지는 상·하기도에서 여과되지 않기 때문에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등의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황사와 초미세먼지는 철, 규소, 구리, 납, 카드뮴, 알루미늄 등의 중금속과 발암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전신으로 순환하거나 심혈관으로 침투하게 되면 치매나 동맥경화증 등의 전신질환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실생활 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먼저 만성 호흡기질환자, 알레르기, 천식을 앓는 환자와 노인, 임산부, 어린아이나 눈이 아픈 증상이 있거나 기침이나 목의 통증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외출을 피하는 게 좋다. 외출해야 한다면 KF80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쓰는 게 낫다. 눈이 가려우면 비비는 대신 식염수나 인공눈물로 씻어내는 게 좋다. 외출 후에는 즉시 손과 얼굴 등 노출 부위를 씻어주고 양치하고 머리를 감아 몸에 붙은 미세먼지를 제거해준다. 실내 환경은 온도는 20~22℃, 습도는 40~60%로 너무 건조하지 않게 해야 호흡기 점막 건조에 의한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조금씩 자주 수분을 섭취하는 습관은 호흡기 점막을 촉촉하게 하여 미세 섬모의 기능을 유지해주고 중금속의 혈중 농도를 낮추고 소변을 통한 배출을 도울 수 있다.

황사, 미세먼지, 대기오염, 이상기후 등은 매년 루틴처럼 반복되는 이슈들이고 또 그렇기 때문에 치명적인 위협이라기보다는 익숙한 불편사항 정도로 느껴지고는 한다. 평소 이러한 것들을 안일하게 생각하며 제대로 건강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해한 물질이 우리 몸을 조금씩 좀먹는 것을 방치하는 게 아닐까? 또한 3월 16일에는 피할 수 있었지만 결국 3월 29일에는 오전 10시 기준 미세먼지 농도가 대구 1115μg/m3, 광주 843μg/m3으로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황사가 덮치는 일이 발생했다. 점점 악화되는 대기오염에 대응하여 위의 행동 지침들은 어렵지 않은 사소한 행동들이니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해 경각심을 가지고 습관처럼 익혀가면 좋을 것 같다. 계속해서 우리나라 대기 질을 위협한 중국 내몽골 고원 등에서 발원한 황사의 영향은 4월부터 약화될 것이라도 예측된다.

신세연/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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