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님의 “다시 쓰는 육아처방전”이 주는 의미

오은영 박사님의 “다시 쓰는 육아처방전”이 주는 의미

 

인간다움은 불의를 보고 분노하고, 약자를 보호할 줄 알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함에 있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이러한 인간다움을 발현하도록 하는 것이며, 지난 11월 13일 코바코홀에서 열린 오은영 박사의 <다시 쓰는 육아처방전> 강연은 아이의 교육에서 발달(development)을 돕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발달은 물리적인 신장인 성장(growth)과는 다른 개념으로 기능의 획득을 의미하며, 선천적인 생물학적 특성인 기질(temperament)을 바탕으로 자극과 정보를 제때 받아들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 이때 주고받는 정보의 특성과,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육아 처방전의 시작이다.

특정한 정보가 입력되면 이를 전달하는 경로가 활성화되어 그에 맞는 반응을 출력하는데, 유사한 속성의 정보가 지속적으로 입력되면 이후에는 새로운 정보를 처리할 때 익숙한 경로를 활용하여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비난하는 어투, 부정적인 말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인 기질은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easy(40%), 호불호가 명확하고 이를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difficult(10%),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을 요하는 slow to warmup(15%), 정의되지 않는 25%로 분류된다. 기질에 맞지 않는 전달 방식을 이용하면, 가령 slow to warmup인 아이에게 신속한 의사 표시를 요구하면 주눅이 들기 쉽고, difficult인 아이에게 상황을 가벼이 넘기라고 가르치면 억압된 주관이 분노를 축적하게 된다.

기질에 관한 이해 없이 아무 정보를 주더라도 부모가 아이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단지 그 사랑의 건전함이 다를 뿐이다. Mary Main의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까운 관계에서 기인하는 애착(attachment)은 생후 36개월까지의 패턴이 고정되어, 이후에도 타인에게 행동화되어 나타난다. 마음이 편안한 아이는 작은 일에 감정이 흔들리지 않으며, 이해와 공감을 받는다는 느낌이 정서로 자리 잡혀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마음이 편안한 상태는 아닌데, 이는 누구에게나 해결되지 않은 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솔한 내면이 거부당했던 상처. 이 미해결된 정서가 나를 너무 닮은, 또는 너무나 다른, 혹은 나를 닮았지만 다른 아이를 통해 건드려지는 순간 부모는 불안에 잠식되어 아이에게 건강하지 못한 애착을 쏟고, 간극을 채워주길 갈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세상에 나의 소유는 오직 나뿐이다. 아이의 감정은 아이의 것이기에, 부모의 감정을 반드시 돌려줘야 할 당위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핍을 통해 나간 사랑은 상처가 되어 대물림된다. 이 고리를 끊으려면, 부모와의 관계를 탐색하면서 미성숙을 발견하고, 애착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미해결을 풀어나갈 열쇠를 찾아 의식적으로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스스로 안정에 도달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옳고 그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정서를 기준으로 세워야 한다. 즉,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마음으로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의 감정에 대한 확신을 얻음과 동시에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홀로 가용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오늘날,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기치유 에세이, 상담 프로그램, 육아 서적 열풍은 결국 현재의 상처와 과거의 결함을 미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로 귀결된다. <다시 쓰는 육아처방전> 강연이 대부분의 학부생에게 언뜻 먼 미래처럼 다가오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것은, 그러한 의지와 더불어 내면의 미성숙한 아이를 보듬는 따뜻함이 관통하고 있는 까닭이다.

 

박수연 기자/연세원주

<lhktndus1@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