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의사는 없다.

YES24 2021 올해의 책 <불편한 편의점>… 모두가 평범해도 의사는 그렇지 못했다.

 

책 『불편한 편의점』

 

YES24 2021 올해의 책,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사회 각계각층의 평범한 인물들이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대학을 막 졸업한 취준생, 백수 아들을 둔 어머니, 두 딸을 둔 회사원, 무대에서 쫓겨난 희곡작가, 재기를 노리는 사업가, 정년퇴직한 경찰이 그들이다.

 

<불편한 편의점>에 평범한 인물들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독고’는 평범하지 않다. ‘독고’는 대리수술을 했던 성형외과 전문의이다. ‘독고’는 대리수술을 하다가 환자를 죽게 만들었고 모든 것을 잃은 채 노숙자가 된다. 작품은 노숙자 ‘독고’가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하며 시작한다.

 

독고는 평범한 의사가 아니다. 평범한 의사는 일반적인 회사원, 자영업자와 다를 것이 없다. 대학 병원의 의사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다. 개원 의사는 다른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소상공인이다.

 

다양한 컨텐츠에서 의사가 등장하지만 평범한 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불편한 편의점>에는 단적으로 나쁜 의사가 등장한다. 반면 사회가 원하는 의사가 등장하는 컨텐츠도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그 예시이다.

 

컨텐츠 속 의사와 일반적인 의사를 비교하기 위해 제주의대 의료인문학교실에 재직 중인 황임경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황임경 교수는 영상의학 전문의로 활동하며 서울의대 인문의학교실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현재는 제주의대에서 의철학, 의료인문학, 서사의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Q1. 드라마, 영화, 만화 등의 컨텐츠 속에 기억나는 의사의 모습이 있으신가요?

A. 최근에 다 보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내과 박원장을 영상 클립으로 띄엄띄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내과 박원장이 개원해서 생활인으로서 병원을 좌충우돌 꾸려 나가는 모습은 실제 개원 의사들이 겪는 자영업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드라마 <내과 박원장>

 

Q2. 많은 컨텐츠에서 의사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는 멋진 의사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컨텐츠 속 멋진 의사의 삶과 실제 의사의 삶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나요?

A. 드라마 매체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컨텐츠 속의 의사는 실제 의사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의 캐릭터에는 사회의 가치가 투영됩니다. 사회의 가치가 그 둘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의사의 대부분은 직업적인 삶을 영위하는 생활인입니다. 그 중에는 슈바이처와 같은 의사가 있습니다. 또한 그 중에는 사회에서 용인하지 않는 의사도 있습니다. 다양한 생활인이 있듯이 의사들도 모습이 다양합니다.
그런데 컨텐츠에서 다양한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면 이야기의 초점이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의사의 모습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의 모습이 컨텐츠에서 멋지게 그려졌다면 사회가 바라는 의사의 모습이 어느정도 반영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Q3. <불편한 편의점>에서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사가 등장합니다. 콘텐츠 속에 의사가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실제로 의사 중에서 대리수술을 하는 의사가 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의사의 모습을 미디어에서 만들어 낸 것은 아닙니다.
의사를 보는 부정적인 시선 역시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입니다. 부정적인 의사의 모습 역시 사회의 가치가 투영된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부정적인 의사의 모습이 의료인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컨텐츠 작가가 의사의 여러 모습 중에 하나를 취사 선택한 것뿐이죠.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컨텐츠 속에 생활인으로서 의사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평범한 의사의 모습을 컨텐츠로 활용하기는 재미가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인으로서 아쉬운 점은 컨텐츠 속에 등장하는 의사의 모습이 의료인 전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유튜브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의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의사가 대중 매체를 통해서만 노출이 되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의사가 스스로를 드러낼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것이 점점 오해를 불식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준 기자/제주
sj419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