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또다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신사옥과 사내의원

지난 2월 28일 판교 소재의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메디게이트 주관 하에 의대생신문사 학생기자들과 일부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1784 신사옥 도슨트 투어, 사내의원 투어 및 헬스케어 연구소 간담회가 있었다.

 

  • 변환점이 될 기술과 네이버 1784 신사옥에의 접목

네이버 사옥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에 위치하고 있다. 네이버는 1784년 1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졌음에 착안하여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기술 발전들이 마치 산업혁명의 증기기관처럼 우리의 삶에 거대한 임팩트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사옥을 1784로 명명하였다.

이날 도슨트 투어에서는 1784 사옥에서 연구 개발 중인 기술 3가지를 대표적으로 소개하였다. 온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사람과 사람 또는 정보 간의 연결이 IT 기술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일부 오프라인에서도 실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네이버는 이러한 사람 중심의 오프라인 서비스를 대안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로봇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 사옥 내의 스타벅스에는 자율주행 로봇인 ‘루키’가 약 80여 대 있는데, 임직원들이 사내 모바일 앱을 통해 음료를 주문하면 루키가 자리까지 음료 배달을 해주고, 택배나 도시락을 자리까지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루키는 순환형 구조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봇 보트를 이용해 층간 이동을 하고 디지털 트윈을 통해 수평 이동을 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에 동일하게 구현하여 실시간으로 상호반응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일종의 3차원 내비게이션인 셈이다. 사옥 내에서는 GPS 통신이 원활치 않기 때문에 루키들은 실시간으로 사진을 클라우드에 전송하여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의 실현 과정에서는 AI 기술이 핵심적인데 AI 기술로 구동되는 3D 매핑 로봇이 건물을 돌아다니면서 스캔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 맵을 생성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건물, 나아가 더 큰 도시 규모의 데이터 맵도 구축할 수 있다. 2020년 서울시에서는 도시 전역을 데이터 매핑한 사례가 있는데, 당시 네이버도 독자적인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향후 스마트 빌딩이나 스마트 시티의 기반을 다질 뿐 아니라, 홍수 예측이나 자율주행 기술에 있어 디지털 트윈 기술이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 1784 사옥은 바닥 공조 시스템과 복사 냉방 시스템으로 타 건물 대비 냉방에너지를 약 50%를 절감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바닥 공조 시스템은 사옥 바닥의 환풍구처럼 생긴 타일들에 찬바람을 내보내면서 냉방 효과를 거두고 복사 냉방 시스템은 독특하게 생긴 천장 패널들 사이의 호스로 차가운 물을 흘려보내 주변 공기를 시원하게 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이처럼 네이버는 친환경적인 노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어 나가기 위해 IOT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 사내의원과 헬스케어, 네이버의 새로운 의제

네이버 사내의원은 2018년 연세의료원이 위탁 운영하는 ‘네이버 홈닥터’의 이름으로 설립되었고 2021년 독자적인 사내의원으로 정식 출범하였다. 이어서 2022년 신사옥이 완공됨에 따라 시설 규모를 키우고 첨단 장비를 도입하여 이전하는 등 사업을 더욱 확장하였다. 가정의학과, 내분비내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전문의 5명으로 구성된 네이버 사내의원은 외래 진료와 더불어 건강검진 센터를 운영하고 제품 및 사업 개발에도 관여한다. 사내의원에는 진료실, 채혈실, 영상검사실, 인체 모델링을 통한 자세 및 동작을 측정할 수 있는 및 모션 캡쳐 스튜디오와 물리치료실, 운동치료실 등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일 평균 60여 명의 사원이 진료를 받고 물리치료와 운동치료를 포함하면 약 120여 명이 사내의원을 방문한다. 건강상담센터에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에 대해 약 1시간 가량의 상담 및 관리 프로그램을 최소한의 진료비로 제공한다. 감기, 급성 복통, 소화 불량, 두통 등 급성 질환들은 가정의학과에서 진료하며 거북목이나 수근관 증후군 등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사원들은 재활의학과에서 진료를 본 후 운동치료나 물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외에도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 수면 관리, 금연 프로그램, 운동 및 영양 보조를 통한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있다. 한편 네이버 사내 의원은 여타 국내 굴지 기업의 외지 공장이라든지 번화가와 동떨어진 캠퍼스 등에 있는 사내의원과 달리 시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변 의료 환경과의 상생도 중요시한다. 따라서 비급여 진료 등 주변 의원의 수익을 침해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취하지 않으며 직원들이 가장 필요할 때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직원들의 만족을 위해 존재한다는 설립 이념에 근거하여 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사내의원 이용을 원하는 사원은 웹 또는 앱으로 진료 예약을 하고 증상을 입력하면 네이버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의 진료 과목을 추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음성인식을 통해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Voice MR(VCMR)은 도입 단계에 있는데, 의사 뿐 아니라 사원이 사전문진을 하는 과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VCMR은 과거 의무기록을 토대로 현재 상태를 확인하며 자칫 놓칠 수 있는 감별질환을 의사에게 알려주는 등의 장점이 있다. VCMR은 대학병원의 외래 진료실에서 교수가 환자를 보는 동안 전공의가 예진을 하거나, 의무기록을 작성해야 하는 상황 등의 진료 부담을 줄이고 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네이버 헬스케어 연구소에서 개발하였다. 이처럼 네이버 헬스케어 연구소는 사내의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IT와 의료기술의 협업을 통한 제품을 개발하며, 최종적으로 차세대 글로벌 헬스케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최근 Chat-GPT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데 의료현장에서도 이러한 AI 활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이퍼 클로바 기반의 진료과목 추천 서비스가 도입된 것처럼 AI는 이미 의료현장에서 활용 중이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를 여과 없이 내보낼 위험이 있기 때문에 헬스케어 및 의료현장에서 Chat-GPT를 위시한 초거대 AI의 대중적 활용은 기대와는 달리 아직 요원한 것이 업계의 시선이고 이는 의료 인공지능 경진대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던 바 있다. 다만 의대생 CPX(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 진료수행평가)의 가상 모델 등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의 활용은 현 시점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현 기자 / 고려

flyguerilla@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