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통해 준비하는 죽음

의대생 기자가 추천하는 책-죽음학 그 두 번째

200년 전의 죽음과 현대의 죽음은 다르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다.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게 될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항생제와 같은 의료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이 말이 훨씬 더 납득하기 쉬운 말이었다. 항생제가 없던 과거에는 정원을 가꾸다 가시덤불에 피부가 찔려도 운이 나쁘다면 죽을 수 있었고, 이렇듯 죽음과 질병, 말기 환자들은 일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기자 본인도 나름 의대생이지만, 실제로 말기 환자를 접해본 경험도, 죽어가는 가족 구성원을 볼 일도 거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간혹 누군가의 죽음을 접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죽음을 경험했을 뿐, 일상적인 공간에서는 죽음을 접할 일이 거의 없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작가 아툴 가완디는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죽음의 의미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다양한 일화와 본인의 목소리를 통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변화하는 죽음의 의미와 우리의 마지막,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 책에서는 이렇듯 변화하고 있는 죽음의 의미를 짚어 주고 다양한 일화와 사례를 통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일화들 속의 인물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를 묻는다. 일화들을 읽어보면 죽음이라는 것이 개인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볼 수 있으며 작가는 또한 일화를 통해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있는 고민과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을 앞둔 사람들의 선택과 그들이 내린 선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을 의대생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데 있어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과, 어느새 더 이상 접하기 어려워진, 비일상이 되어버린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인의 역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이 책은 누구나 읽어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책임은 확실하다. 하지만 기자 본인은 이 책을 의대생 또는 의료인이 되고 싶은, 또는 의료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특별히 더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죽음의 의미가 변화함에 따라 의료인의 역할 역시 변화해야 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잠시 의사의 역할과 이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흔히 미디어 속의 의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사람을 살려내는 사람으로 그려질 때가 많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끊임없는 응급처치와 세밀한 의술을 펼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의사의 이미지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죽음의 의미와 질병의 개념이 변화함에 따라 의사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완치가 불가능한 사람도 많아졌다. 자연스러운 노화와 그에 따른 노쇠로 기능을 잃어가는 사람을 다시 젊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에게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기에 의사는 더 이상 사람을 살리는 데에 치중하는 직업이 아니라, 한 명의 환자가 하나의 사람으로서 마지막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흔히 말하는 호스피스 돌봄이나 임종v돌봄, 사별v돌봄 등은 의사의 역할이 이제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도 변화하고 있음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더 이상 의료 현장에서 모든 환자가 건강하게 치료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오히려 마지막을 향해 가는 길이 고통스럽지 않도록, 그리고 노쇠가 일어나더라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것 역시 의사의 역할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제목과 같이 우리에게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할지 묻고 있다. 더 이상 죽음이 일상이 아니게 되어버린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책을 통해 애써 외면해왔던 나의 죽음, 그리고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죽음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길 기대한다. 또한 예비 의료인이라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 외에도 한 사람의 의료인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물음의 답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권오훈/울산

ohhun1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