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 한가지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여러 종합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아무 계획없이 무작정 비건을 시작한 뒤 적절한 열량을 섭취하지 못해서 살이 빠지기도해보고 어쩔때는 비건정크푸드만 먹는 등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런저런 시도들을 통해 배운 것도 많지만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하루 세번 혹은 그 이상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비건에 관심이 있지만 실천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우선 비거니즘이란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것은 소비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동물 가죽으로 만든 가방, 동물원 등 먹는 것이외에 다른 분야까지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지만 이 글에서는 식습관에 관한 개념만 다룰 것이다. 비건의 긍적적인 효과는 너무나 많다. 축산업과 양식업을 통해 발생하는 막대한 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막고, 당연히 균형잡힌 채식을 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나도 채식을 시작한 뒤로 여드름이 확연히 줄고 몸도 가벼워졌다.
종류는 분류기준에 따라 매우 많다. 과일과 곡식만 먹는 프루테리언, 여기에 유제품을 먹는 락토, 유제품은 안먹고 달걀은 먹는 락토 등등이 있다. 이밖에도 덩어리 고기는 먹지 않는 사람들, 때에 따라 채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 들이 있는데 사실 이런 분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단 실천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을 행동에 옮기기 위해서는 꾸준한 동기부여를 통해 신념이 확고하거나 비건 자체가 쉬운 일상이 되어야하는데 이 점이 나한테는 가장 어려웠다. 끊임없이 모든 장소에서 매순간 유혹을 마주쳤기때문이다. 이럴 때 흔들리지 않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두가지를 소개하겠다.
주변에 위치한 비건 카페, 비건 베이커리, 비건 식당에 직접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나 이외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게걸스럽게 쌓아놓고 먹는 먹방유튜버와 그 댓글들의 반응을 보면 이 세상에 채식을 지향하는 사람이 나 혼자인건 아닌가 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2021년 기준 한국의 비건 인구는 벌써 250만명이 되었고 비건 옵션을 제공하는 식당까지 합치면 서울에는 거의 천곳이나 된다. 좌절하지 말고 비건을 실천하는 가게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채식한끼’라는 어플은 주변의 채식 식당들을 표시해주어서 유용하다.
어느 순간 이질감이 느껴지거나,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의심이 드는 싶은 순간에는 책을 읽어야 한다. 다큐멘터리도 좋다. 추천하는 책은 「아무튼, 비건」과 「동물 해방」이다. 「아무튼, 비건」은 비건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동물 해방」은 충격적인 축산업의 실태를 고발해 동물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조금 더 전문적으로 알고 싶다면 책의 레퍼런스가 되는 논문들을 찾아보아도 좋다.
스스로 요리를 해먹는 것은 가장 채식에 정을 붙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조리의 전 과정을 알 수 있고 탄수화물에 치중되지 않은 적절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비건 관련 요리들은 외국유튜버들의 자료들이 매우 많다. 한국 유튜버로는 초식 마녀님이 있고, 유튜브에 ‘plant based meal recipe’ 라고 검색하면 다양한 동서양의 채식 요리들을 도전해볼 수 있다.
비건이 되어가는 일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얼굴이 빨개질지도,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체적으로 내가 먹을 신선한 식재료를 고르고, 자신을 위한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모두에게 덜 무해한 삶을 사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지금 당장 무작정, 비건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류한정 기자/경희
<ryuhanjeong221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