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을 통해 바라본 현대인의 수면장애

2023년 9월 6일 개봉한 유재선 감독의 영화 ‘잠’은 9월 12일 기준 박스오피스 1위를, 누적 관객수 58만 명을 달성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잠’은 수면장애를 겪는 남편과 그것을 지켜보는 아내를 다루는 이야기이다.

행복한 신혼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주인공 현수(이선균 배우)는 잠을 자는 도중 벌떡 일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가 들어왔어.“라고 중얼거린다. 수진(정유미)은 이를 듣고 공포에 떨며 밤을 지새운다. 현수의 수면장애는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다. 자는 도중 벌떡 일어나 방을 나가 걸어 다니고, 냉장고를 열어 생고기를 집어먹거나, 심지어 키우던 반려견을 냉장고에 넣어버리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수면 클리닉에 다니며 뇌파 검사, 약물치료도 진행하지만 이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현수의 수면장애는 날이 갈수록 점차 더 심해지고 깨어나면 아예 자는 중 있었던 일에 대해서 기억을 하지 못한다. 수진은 이에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며 남편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매일 밤 낯선 사람이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런 두려움이 극도에 다다르고 정신이상 증세까지 겪게 된다.

영화 ‘잠’에서 다룬 질병은 ‘렘수면 행동장애’이다. 렘수면 행동장애란 렘수면 동안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되고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계 질환, 뇌 손상이 있는 경우, 알코올, 약물 중독 등의 원인으로 나타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다. 주로 50대 이후 남성에게서 흔하게 나타나지만 젊은 사람이나 여성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누군가와 싸우거나 두려운 대상으로부터 쫓기는 꿈을 반복적으로 꾸며 꿈의 내용이 현실화되어 고함을 지르거나 옆에 있는 사람을 때리는 등의 폭력성을 보이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한 기면증과 같은 다른 수면 문제들이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다.

렘수면 행동장애를 겪는 경우 수면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수면 중 이동이 동반되는 경우 외상 등의 위험이 동반되고 같이 살아가는 가족들에게 위협감, 공포감을 줄 수 있다. 더불어 렘수면 행동장애가 발생한 환자들의 경과를 추적해 보았을 때,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 발생 확률이 약 50%에 달했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

이처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수면의 질이 좋지 않고 아주 생생한 꿈을 꾸며 꿈을 꾸는 동안 몸을 많이 움직이는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수면 장애 자가 진단을 해봐야 한다. 만약 위험군으로 의심된다면, 수면다원검사가 권고된다. 병원의 검사실에서 진행되는 수면다원검사는 환자의 뇌파, 움직임, 호흡의 일정함, 코골이, 안구 움직임 등을 측정하여 수면의 질과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검사이다. 경상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의 수면 패턴에서 문제를 보였다. 즉,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수면 장애를 앓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렘수면 행동장애 외에도 수면 무호흡, 불면증을 겪는 현대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수면 장애가 있으면 수면을 취해도 누적된 피로가 회복되지 않으며 일상생활 중 피로감을 느끼고 신체와 정신이 피곤함에 익숙해지게 된다. 이에 인체는 수면의 질이 떨어진 것을 감지하고 대신 수면의 양을 과도하게 늘려서 부족한 잠을 채우려고 한다. 수면을 방해하는 여러 수면질환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도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지 못할 수가 있다.

심한 코골이, 과도한 피로감, 권장 수면시간보다 너무 많거나 적은 수면 시간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수면장애 자가 진단이 권장된다. 이후 수면장애가 의심된다면 수면 클리닉에 방문해 더 나은 일상을 위해 수면 패턴을 교정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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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연/경상국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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