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없으면 결혼도 없다?

화장실이 없으면 결혼도 없다?

인도의 화장실 이야기 발리우드 영화 <Toilet – a love story>

“화장실이 없는 줄 알았더라면, 당신과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거예요!”

최근 인도에서 개봉하여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발리우드 영화 <Toilet – a love story>에 나오는 대사이다. 인도의 가장 인기 있는 힌디어 영화배우 Akshay Kumar가 출연하는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Keshav와 Jaya는 대부분의 집에 화장실이 없는 Mathura라는 지역의 마을에 산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져 로맨틱한 연애 끝에 결국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 첫 날 갈등이 폭발한다. Jaya가 Keshav의 집에 화장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집을 영영 떠나 친정으로 돌아간 것이다. Keshav는 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마을사람들을 설득해가며 화장실 설치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현실성 없는 영화 속의 황당한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인도의 수많은 젊은 부부 사이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08년 발간된 국제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세계에서 화장실 시설이 가장 열악한 국가이다. 인도에서는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6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화장실이 없이 야외에서 볼일을 해결한다. 남성들은 길에서 보통 급한 일을 해결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성들은 인내심을 발휘하여 종일 참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용변을 볼 때는 집과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다는 전통적인 인식까지 있어 많은 여성들이 수 킬로미터를 걸어가 들판이나 숲속에서 해결하고 돌아오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화장실을 집에 마련하지 못한 남자와의 결혼을 거부하는 ‘화장실이 없으면 신부도 없다(No toilet, no bride)’라는 캠페인이 인도 곳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 북부 하르야나 주에서 시작된 이 이색 화장실 캠페인은 남녀평등 사상의 확대와 더불어 여권 신장 운동의 하나로 인식됨으로써 인도 전역에서 호응을 얻었고, 덕분에 인도 전역에 140만 개의 화장실이 추가로 생겼다고 보도되었다.

그러나 인도의 화장실 부족 문제는 단순한 생활상의 불편을 넘어 심각한 위생문제까지 야기한다.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들이 많고 하수 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까닭에 지하수나 강, 호수로 많은 용변이 유입되어 공중위생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매년 약 60만 명의 사람들이 인간의 배변을 매개로 한 질병에 걸려 사망하며, 영양실조와 발달장애를 겪는 어린이의 수도 상당하다. 경제적 손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인도가 화장실 부족과 열악한 위생으로 인해 치르는 경제적의 손실은 매년 54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2014년 총리직에 오른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위생을 최우선 순위로 삼았으며 2019년을 목표로 야외 배설을 박멸하고 공중 보건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국민 모두에게 충분한 화장실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현재까지 약 21만 마을의 4500만 가구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아있는 과제도 산더미다. 인도에선 화장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흐메다베드라 시에서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1루피씩 사례를 하겠다는 정책까지 나왔다. 한편 일부 공중화장실은 이용할 때마다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가난한 사람들은 특히 더 화장실을 이용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배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가능하면 야외에서 하는 것이 좋다”라는 내용이 힌두교 법전에 언급되어 있어 습관의 타파와 사람들의 의식 개혁도 필요하다. 또 화장실이 주기적으로 관리와 청소가 되지 않아 화장실 건설 전에 비해 위생상태가 딱히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영화 <Toilet – a love story>의 홍보사는 이 영화가 ‘열악한 위생시설과 화장실 문제를 다룬 세계 최초의 장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를 계기로 인도 위생과 화장실 문제에 대한 시민들과 정부의 인식이 제고되어 진정한 ‘Clean India’를 만드는데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

김경훈 기자 / 울산의대

gutdokt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