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에 빠진 대학생들… 현명한 투자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에 빠진 대학생들… 현명한 투자가 필요하다

“동기 말 믿고 비트코인 투자했다가 400만원 손해봤어요. 부모님이 아시면 저 집에서 쫓겨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번 달 생활비도 없어요”

얼마 전 페이스북 페이지 <의학과, 의예과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이다. 요즘 전 세계는, 특히 대한민국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빠져있다. 하루 종일 호가 창과 차트를 들여다보고 주변 사람들과 요즘 뜨는 코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 기술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엄청난 가격 급등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다. 이 광풍에 대학생들도 큰 몫을 기여하고 있는데, 우리 주변 의대생들을 보아도 실제로 투자한 친구나 투자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다. 17세기 튤립버블과의 비교, 비트코인 선물 상장이 끼칠 영향 등 비트코인에 관한 다양한 논란거리와 전망이 있지만, 이를 차치하고 본 기사에서는 대학생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전 생각해야 할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도록 한다.

합리적인 투자에 독이 되는 ‘인지적 편향’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만을 가지며, 따라서 완벽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경험적 접근법으로 판단을 내린다고 말한다. 경험적 접근으로 내린 판단은 다양한 ‘인지적 편향’을 가지고, 이로 인해 투자에서 실패가 발생한다. 요즘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대학생들을 보면 흔하게 관찰되는 인지적 편향이 있다. ‘사후 확신 편향’이다. 운 좋게 2배를 번 비트코인 투자자가 “이렇게 오를 줄 내가 알았지!” 라고 하는 것, 과거의 차트를 보고 “1년 전에 전 재산을 비트코인에 넣었으면 지금 엄청난 부자가 되었을텐데…” 하고 후회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기회나 실수는 당시에는 알 수 없었고 오직 시간이 지난 ‘사후 확인’으로써 분명해지는 것이다. 투자에서 사후 확신은 강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키는데, 흔히 후회 또는 아쉬움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다.

또 우리가 흔히 가지는 인지적 편향은 ‘생존자 편향’이다. 주변을 보면 비트코인이든 이더리움이든 암호화폐에 투자한 사람들 중 실패자를 찾기가 힘들고,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하는 미담만 들린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를 가진 채 자신의 수익을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이 생존자 편향은 금융 투자에서 실패를 낳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부끄러운 실패를 한 사람은 말을 하지 않고, 성공한 사례들만 언론에 크게 보도되어 우리의 눈과 귀를 흐리는 것이다.

인지적 편향들이 위험한 이유는 후회나 부러움의 고통 등 감정의 소모뿐 아니라 우리의 투자 철학과 습관을 장기적으로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의 의미를 이해하고 우리 스스로를 대입하여 점검해보는 것이 투자하기 이전에 필요하다.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인지적 편향에 휘둘리지 않고 어리석은 투자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트코인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비트코인 투자에 있어 그 위험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다. 주식과 비트코인은 모두 투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주식은 펀더멘탈을 분석하고 적정 주가를 유추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런 수단이 부족하다. PER, PBR만 비교해도 간단하게나마 현 주가가 비싼지를 비교할 수 있는 주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또한 주식 및 부동산과 비교해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훨씬 크다. 큰 수익을 바랄 때는 큰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한쪽 면만 보아서는 실패를 피할 수 없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 폭등한 주식의 위험성을 무시한 투자자들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인터넷이 세상을 바꾼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결국 재산을 잃었다. 위험성을 이해했다면 자신이 가진 자산을 ‘몰빵’할 것이 아니라 일부만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20% 하락 시 손절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총 자산의 10%만 투자한다면, 아무리 위험한 비트코인이라도 손실을 전체의 2%로 제한할 수 있다.

둘째, 암호화폐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투자하는 것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투자하는 대학생들이 많은 것이 우려된다. 겨울패딩 하나 살 때도 심사숙고를 거듭하면서 수 백 만원의 비트코인은 큰 고민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주식투자를 예로 들면 가치투자자들은 한 회사를 몇 달 동안 조사하고, 주담과 통화하며, 심지어 회사를 방문하기도 한다. 트레이더도 전략을 과거 데이터로 테스트하고 매수, 매도에 대한 계획을 정확히 세운 채 진입한다. 하물며 더 위험한 암호화폐에 투자할 때에는 더 철저한 공부와 준비가 필수적이다. “오르면 팔아야지”만큼 순진한 생각이 없다.

셋째, 시장 참여는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처음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일수록 매매하지 않으면 손이 근질거려서 사고 팔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다들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는데 자신만 돈을 묶어두고 참여하지 않으면 손해보는 기분이 들고, 불안해지곤 한다. 그러나 시장이 크게 하락하는 시기에는 투자하지 않고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이 돈을 버는 셈이나 다름없다. 투자하지 않는 것도 투자 전략의 일부다.

비트코인, 신중하고 철저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의 비트코인 열풍이 버블인지, 추세의 시작인지는 알 수 없다. 언제 하락할지 정확한 시점을 아는 사람도 없으며,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보 혹은 사기꾼 중 하나다. 섣부르게 ‘예측’하지 않는 것, 과욕을 부리지 않고 신중한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워렌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은 그의 책에서 “투자란 ‘철저한 분석’ 하에서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그것은 투기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자로서의 지금 우리 대학생들은 it버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대폭락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다. 그만큼 과거의 사례를 연구하고 더 철저히 준비해서 투자에 접근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비트코인에 돈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 모든 시간과 생활을 투자하는 것은 확실히 해롭다. 전문가들은 젊은 시절 단기간에 쉽게 돈을 벌어보면 중독처럼 빠져들어 남은 인생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 버는 돈이 장기적으로는 인생에 큰 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 달, 1 년 벌면 끝이 아니라 평생 경제생활과 투자를 해야 할 사람들이 우리 대학생이다.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투자 철학을 확립하는 것이다. 대학생들이 비트코인이든 투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투자, 금융, 경제에 대한 폭넓은 관심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경훈 기자/울산

<gutdokt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