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만난 의학 이야기

2017년 한 해의 마지막 달이다. 겨울방학을 맞아 여행을 떠나는 의대생들에게 의학을 만날 수 있는 색다른 여행지를 소개해본다.

부산 초량 이바구길, ‘백제병원’과 ‘더 나눔센터’

부산 동구에 위치한 ‘초량 이바구길’은 ‘초량 이야기길’의 부산 사투리로 일제 강점기 부산항의 개항부터 80년 대까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역사의 길이다. 차이나타운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산 여행의 시작점인 부산역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시작된다. 특유의 가파른 골목과 문화역사 거리, 부산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유명한 이 길의 가장 초입에서 1922년 부산 최초의 근대 병원이었던 백제병원 건물을 만날 수 있다. 백제병원은 1922년 한국인이 세운 서양식 5층 건물로 당시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이었다. 1932년 병원이 문을 닫고 나서부터는 중국요리집, 일본장교의 숙소, 그리고 해방 이후 치안대사무소, 중화민국 영사관, 신세계 예식장으로 사용되었다. 현재 근대 의료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부산의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부산 부립병원, 철도병원과 함께 지역에서 가장 중요했던 의료기관 건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데, 특유의 콘크리트 벽과 목조계단, 특이한 내부평면을 그대로 유지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초량 이바구길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 끝에서 장기려 박사 기념 “더 나눔센터”를 만날 수 있다. 장기려 박사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의료 보험의 시초인 ‘청십자의료 보험 조합’을 동구 지역에 설립하였는데, 평생 가난한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한 장기려 박사의 뜻을 기리며 동구 주민들이 2013년 설립하였다. 기념관, 체험부스, 북카페로 활발한 운영 중에 있다. 도보로 이용하기에는 168계단 등 체력적인 소모가 큰 것으로 유명한 길이기도 한데, 최근 모노레일이 만들어져 한결 접근이 쉬워졌다고 한다. 탁 트인 부산항과 함께 이 두 곳도 함께 살펴보면 어떨까?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파우 병원’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로 유명한 바르셀로나. ‘산파우 병원’은 이 예술의 도시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병원이다. 1400년에 지어져 1901년에서 1930년에 걸쳐 재건축 되었으며,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병원은 가우디와 동시대인으로서 카탈루냐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건축가인인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가 설계하였으며, 역시 가우디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곡선미, 세라믹,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사용되었다. 병원의 이름은 병원 투자가인 당시 지역 은행가 파우길 이었는데, 그는 바르셀로나의 의료 전체를 담당하는 현대 병원을 원했다. 완성된 병동 내에는 교회, 박물관, 도서관까지 포함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병원의 각 층 마다 정원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일에 치유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도메네크의 신념을 나타낸다. 실내 관광도 가능한데, 거대한 설치 미술 작품과 유려한 천장과 벽 선 등을 감상해볼 수 있다. 환자의 회복을 최우선시한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대만 단수이, ‘맥카이 동상’

홍마오청, 대왕 카스텔라와 오징어튀김 등으로 유명한 대만의 대표 항구도시인 단수이에서도 대만 의학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바로 단수이강 선착장 뒤편 중정로 삼거리의 핵심적인 랜드마크인 맥카이 동상이다. 캐나다 선교사 맥카이는 타이완 북부에 기독교를 보급하고, 평생을 의료봉사 활동에 바치며 대만 의학에 업적을 남겨 추앙 받고 있다. 그의 흉상이 세워진 곳에서 바라보면 골목사이로 그가 설립한 교회와 병원이 보인다. 당시 대만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었던 맥카이 병원은 그대로 보존되어 현재 박물관 겸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교회 앞 쉼터 공간의 하트무늬 바닥은 유명한 포토존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중정로 삼거리를 따라 걸으며 보이는 단수이강의 일몰도 놓쳐서는 안된다. 단수이 강변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이 일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한데, 그 앞에도 맥카이 박사의 동상이 있다. 그가 처음으로 보트를 타고 단수이에 상륙한 장소임을 기념하기 위해 작은 배와 책 모양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대만의 길거리 음식과 함께 둘러보며 의료인 맥카이에 대한 대만인들의 존경을 체감해보자.

오윤서 기자 / 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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