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의대생 공부량’을 검색하면 적지 않은 후기들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압도적인 공부량 때문에 의대생이면 책상 앞에만 있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많은 의대생들이 오케스트라, 통기타, 밴드 등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여타 대학 동아리 못지않은 열정을 쏟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동아리, 혹은 그 외의 형태로 미술, 음악, 연기 활동을 하는 의대생들을 통해 의과대학 생활 속 예술에 대해 알아보았다.
의대생신문 <본과생존일기>의 차의과학대학교 본과 3학년 문지원씨
Q. 현재 의대생신문사에서 ‘본과 4컷만화’를 연재 중이십니다. 이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또한 ‘본과 4컷만화’ 이외에도 만화, 미술 관련하여 활동하시는 내용이 있으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A. 처음에는 동기들 사이에서 웃자고 시작한 만화가 여러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본과생존일기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인스타에서(@jamiem_doodles) 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경로로 그림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나요? 또, 이 흥미를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기억을 되돌려보면 학창 시절 내내 각 반에 한 명씩은 꼭 있는 맨날 그림 그리는 친구였어요. 자꾸 그리다 보니 실력이 늘었고, 주변에서 자꾸 잘한다고 해주니까 더 즐겁게 그렸습니다. 대학 때는 다른 즐거움이 많아 따로 정진하지는 못했지만‘화우회’(유화 동아리) 활동을 잠시 했었고, 연대숲 캐릭터 공모전에 참여해서 당선되기도 했어요. 의전 진학하고 나서는 다른 취미를 가질 시간이 부족해서 오히려 다시 더 많은 낙서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Q. 의과대학 학업을 병행하며 연재를 하는데, 본인만의 시간 운용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사실 제 그림은 그다지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소재가 생기면 후다닥 그려내는 편이에요. 한편에 약 15분에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의대생 신문에 연재하는 분량은 의학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자 조금 더 고심하는 편입니다.
Q. 사용하는 기기, 즐겨 쓰는 툴 등 ‘본과 4컷만화’ 제작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다른 방식으로 작업했던 적이 있다면 그것도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아이패드 프로2세대10.5인치, 애플펜슬을 사용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메디방 앱을 사용했다가 동기들이 선물해준 프로크리에이트 앱을 사용 중입니다. 정사각형 캔버스를 미리4컷으로 나눠 놓은 형식 위에 레이어를 추가해서 그리고는 합니다. 따로 콘티를 짜지는 않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장면을 그리고 적절하게 수정하는 편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컷의 구성과 내용을 고치기도 해요.
Q. 그림에 대한 도움은 주로 어떤 경로로(e.g. 유튜브, 책, 지인) 얻나요?
A. 처음에는 다른 인스타툰 작가님들의 작품을 보고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에는 유튜브를 통해서 실질적인 기술을 익히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모로 서툴지만 언젠가 저만의 독특한 느낌을 찾고 싶어요!
Q. 카툰 연재를 하고 계신 만큼 만화를 볼 때 남다른 감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과생존일기’ 연재를 통해 본인의 문화생활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A. 연재를 시작하고서 가장 많이 달라진 문화생활의 방식은 인스타툰, 웹툰 등 여러 만화를 소비하는 태도입니다. 예전에는 스크롤을 휘휘 돌려 내용만 훑었다면 지금은 작가가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화면을 구성했는지, 색채를 활용하는 방식이 어떠한지 등을 좀 더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시간의 한계와 작가 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색을 거의 배제한 네 컷 만화를 그려내고 있지만, 나중에 그림에 좀 더 익숙해지고 구성 능력이 좋아진다면 한 컷 한 컷 비어 보이는 느낌 없이 화면을 구성하고, 다양한 색을 통해 여러 느낌을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극 동아리 ‘앙상블’의 계명대학교 본과 4학년 윤지현씨
Q.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연극 동아리 ‘앙상블’에서 4년간 활동하셨습니다. 활동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A. 저희 학교 연극 동아리는 크게 3가지 활동을 합니다. 먼저, 예과 1학년 때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 활동을 하고, 본과1학년 때 연기 지도 및 전반적인 연극을 이끌어가는 연출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학년은 연극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소품 준비나 무대 조명을 맡는 스텝 활동을 합니다.
연출진이 대본을 고르면 오디션을 보고 배역에 맞게끔 배정을 해요. 그리고는 겨울방학6~7주간 연습을 하는데, 연극이 처음인 학생들이 제대로 된 극을 단시간에 완성해야 하니 정말 고되게 연습합니다.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아침에는 단체 운동과 함께 발성 연습을 하고 연극 막바지에는 새벽 연습까지 감행해요. 비록 시작할 때는 막막해도 이렇게 준비하니 우여곡절 끝에 뿌듯한 연극 한 편이 완성되더라구요
Q. 어떤 동인으로 연극 동아리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A. 사실 대학 입학 전에는 영화나 뮤지컬을 주로 봤지 연극은 본 적이 없었어요. 동아리 신입 공연 때 처음 연극을 봤는데, 엄청 피곤했는데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요. 연극의 매력을 느꼈죠. 영화는 감독이 한 컷 한 컷 끊어내서 합치는 거라 연극보다 완성도가 더 높을 수 있지만, 코앞에서 상황이 이루어지는 연극의 생동감은 따라 할 수 없어요. 또 카메라와 달리 얼굴만 주로 보이는 게 아니니까 연기할 때 몸 전체를 활용해요. 동작도 더 커지고, 할 수 있는 액션도 늘어나죠. 연기자들이 자유롭게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저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가입했습니다.
Q. 의과대학 학업을 병행하며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셨습니다. 본인만의 시간 운용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저희 동아리의 장점 중 하나가 활동이 대부분 겨울방학에 이루어진다는 점이에요. 따라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학업에 지장 받은 적이 거의 없었어요. 아, 제가 조연출을 할 때, 일주일 정도 수업이랑 연습이 겹쳤어요. 연습 막바지 기간이라 새벽 3시, 4시까지 연습하고 다음 날8시30분에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죠. 그때는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웃음).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잠이 부족한 건 어떻게 안 되더라고요.그 일주일은 포기하고 다음 주부터 공부했죠.
- ‘앙상블’에서는 학년별로 활동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연극과 관련된 여러 분야를 경험하셨을 텐데, 가장 본인에게 흥미로웠던 활동을 기술해주세요.
- 가장 흥미로웠던 활동은 배우 활동이고 가장 애착이 가는 활동은 연출 활동이었어요. 연기가 시작되면 내 원래 성격과 가치관이 어떻든 자기 배역이 되어 생각하게 되잖아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감정선을 헤아리고 대화를 따라가는 게 흥미로웠어요. 이 사람이라면 이때 이렇게 행동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무대에서 그걸 보여주는 게 재밌었어요.
연출은 정말 신경 써야 할 게 많더라고요.기본적인 동선부터 연기지도, 극 전체 흐름을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 것까지. 그래서 아쉬움도 많이 남고 훌륭한 영화감독들이 존경스러워졌어요.
Q. 연극 동아리 활동에 대한 도움은 주로 어떤 경로로 (e.g. 유튜브, 책, 지인, 인터넷 검색) 얻나요?
A, 학교 동아리이다 보니 외부 도움은 적어요. 선배들을 통해 연극 활동하고 계시는 연극 배우분이나 연극영화과 학생분이 오셔서 몇 번 지도해주시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동아리 선배님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연극 연습을 하고 있으면, 맛있는 간식과 함께 아이디어를 툭툭 내시거나 캐릭터 설정을 해주셔요. 그때마다 정말 감사했죠. 예과1학년 때만 한번 무대에 서는데 그 순간이 빛나야 하잖아요. 배우별로 잘 맞는 캐릭터를 설정하면 정말로 무대에서 모두가 돋보여요. 바쁘신 시간 쪼개서 오시는 선배님들, 배우, 연출진,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스텝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쓰기 때문에 연극 한 편이 완성된다는 걸 매년 느낍니다.
Q.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신 만큼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 남다른 감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극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본인의 문화생활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관람 폭이 넓어졌어요. 전주 국제 영화제도 가고 독립영화도 가끔 찾아보고요. 상업적인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가 좋더라고요. 친구와 영화를 같이 보고 감상평을 얘기하는 걸 매우 좋아해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그렇구나”하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게 되니까요. 또, 연극이나 영화를 볼 때 감독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각 장면을 넣었는지 생각하며 분석도 하게 되었어요.
오케스트라 동아리 ‘MO’의 경희대학교 본과 3학년 조혜원씨
Q.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오케스트라 동아리‘MO’에서 4년간 활동하셨습니다. 활동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A. 오케스트라 공연은 여름, 겨울에 각각 1번씩 합니다. 이 중 여름 정기연주회가 1, 2부로 구성되어 5곡 정도를 연주하는 제일 큰 공연입니다. 현악기 파트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되어 있고, 저는 그중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습니다.
- 어떤 동인으로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또,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셨는데 쉽게 접하기 어려운 악기인만큼 연주하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 악기 연주에 관심이 있었고, 동아리 특성상 악기 경력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어서 이때 아니면 오케스트라 활동을 해볼 기회는 없을 것 같아 지원했습니다. 1년 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원래 콘트라베이스를 하던 선배가 졸업하면서 생긴 공석에 자원하여 그 뒤 3년간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습니다. 원래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콘트라베이스란 악기가 흔하지 않아서 공석이 나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Q. 의과대학 학업을 병행하며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하셨습니다. 본인만의 시간 운용법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MO는 주로 여름방학에 한 달간 연습하여 정기연주회를 하고 2학기 활동은 없어서 본과 때도 부담이 비교적 적었습니다. 경희대는 중간/기말고사 2번만 시험을 보고, 학기 중에도 시험 기간 근처엔 활동이 없는 편이라 동아리 활동이 시험 준비에 큰 지장을 주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부담이 될 때면 주말 아침 시간을 더 활용했습니다.
Q. 보통 오케스트라 동아리는 한 번 공연을 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연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케스트라‘MO’의 연습 과정을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1학기에는3시간씩 합주를 하면서 악보를 한 번 읽어보는 식으로 연습하고, 본격적인 연습은 여름방학에 시작합니다.방학에 하루 일정은 개인 연습 시간과 합주로 구성됩니다. 개인 연습 시간은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되어 개인지도를 받을 사람은 받고, 틈틈이 쉬기도 하면서 보내고, 마무리로3시간 동안 합주하며 각자 연습한 부분들을 맞추는 시간을 가집니다. 한 달간의 연습 기간 중 중간 즈음에4박5일간의 ‘합숙 훈련’을 가면 아침 시간도 이용하고, 파트별 연습 시간을 더 가지면서 완성도를 높입니다. 연주회가 있는 주에는 합주 시간을 늘리고, 객원 선생님들과 몇 번의 합주를 거쳐 공연 준비를 마무리합니다.
Q. 오케스트라 활동 중 음악적 부분에 대한 도움은 주로 어떤 경로로 (e.g. 유튜브, 책, 지인, 인터넷 검색) 얻나요?
A. 처음엔 유튜브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서 귀에 익히고, 그 뒤엔 합주 때 지휘자 선생님이 짚어주신 부분들을 참고합니다. 본인이 희망하면 레슨(개인지도) 선생님을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Q.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하신 만큼 음악을 들을 때 남다른 감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본인의 문화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그 전엔 클래식 공연에 가서 잘 자고 오기만 했는데 (웃음), 이젠 각 파트별 소리를 듣게 되고 파트끼리 서로 주고받는 부분들을 찾으면서 재미를 느낍니다. 유튜브에서도 클래식 악기 소개 영상이나, 유명한 연주자들의 공연을 때때로 찾아봅니다.
송지수 기자/ 건양
songkuk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