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과중한 학업량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의대생들은 타 전공 학생들에 비해 기본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수업 자체가 많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학업 내용을 짧은 시간 안에 숙지하고 지속적으로 시험을 봐야 하며 성적 관리와 유급에 대한 압박감으로 항상 긴장 속에서 여가시간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또, 많은 학업량과 잦은 시험으로 인해 수면시간이 부족하고 불규칙하다. 수면시간 부족에 따른 주간 졸림으로 인지 기능과 업무수행능력이 저하되고 이는 학업 수행능력과 학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른 난이도도 증가하며 임상실습 동안에는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을 마주치게 되는 등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들은 우울과 불안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이로 인해 의과대학생들의 우울감은 다른 전공과 학생들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의과대학생의 70%가 한때 자신의 정신건강을 염려한 적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으며, 2010년 한 국내 연구 보고에 따르면 의대생들의 37.1%가 우울증을 겪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림 1 출처: US news and World report (usnews.com)
피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저학년이 고학년보다 피로를 더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로, 성격특성, 학습전략과 학업성취도의 관계에 대한 가천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저학년에서 불안, 적대감, 우울 등의 신경증적 증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학년의 경우, 고학년에 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임상실습 과정에 있는 고학년에 비해 잦은 시험 일정으로 수면 부족, 긴장감 등이 더해져 피로도가 더 높을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저학년은 불안, 우울 등의 신경증적 경향성이 낮고, 외향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조용히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 외우는 학생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학년의 경우, 성격특성 중 성실성과 내향성이 학업성취도에 도움이 되는 변인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고학년은 학습전략보다는 외향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임상실습에 성실한 태도로 임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필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학생이 높은 학업성취도를 보인다고 한다. 임상실습 환경의 특성상 책임감과 맡은 일에 대한 철저한 수행이 요구되고, 임상에 필요한 직무 수행과 관련된 항목을 평가하기 때문에 성실성의 성격특성이 고학년 성취도 평가에서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여겨진다.
미래에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게 될 의과대학생들이 겪는 지나친 피로감과 정신건강 문제는 한 개인의 불행 정도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의대생들이 겪는 학업과정의 고질적인 문제에서 개선의 여지를 찾아보고 보다 합리적인 교육 방법을 함께 적극적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대생들의 정신건강 개선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저학년 의과대학생들은 위한 특별한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이지윤 기자/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