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의사과학자란 어떤 사람을 일컫는 용어일까?” “의사과학자는 의사일까, 혹은 과학자일까? 위 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경상국립대학교에서는 개교 40주년을 맞아 진행한 학술 행사에서 “의사과학자”를 주제로 여러 교수님을 모셔 강연을 진행했다. 본교 예방의학교실 김미지 교수님, 해부학 교실 노구섭 교수님을 비롯해 기초교실, 임상교실에서 연구를 진행하시는 교수님들을 모셔 고견을 들을 수 있었다. 본교에서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테면, 방학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GNUMED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기초, 임상교실에서 각 지도교수님의 과제에 참여하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의학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본교를 비롯해 여러 의과대학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과대학 졸업생 중 의학연구를 자처하는 학생은 전체 졸업생의 1% 미만이다. 코로나 19 확산세의 판도를 뒤바꾼 코로나 백신 개발, 국내 학술지를 통해 여러 의학 기술 발전 사례가 보고되며 의학 연구의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매년 약 1조 원 정도의 예산을 투자하였다. 반면, 우리 정부가 의사과학자 양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현 정부는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사과학자 인력 유치를 위한 유인책 마련에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의사과학자들은 진료, 연구를 병행하고 있기에 연구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더불어, 연구를 시작하더라도, 부족한 인프라와 연구 환경 때문에 임상으로 돌아가는 인력도 많다고 한다.
필자는 본교 개교 40주년 행사에 참여한 후 예방의학을 전공한 후, 환경과 의료, 기후변화와 의료와 같이 사회, 환경 분야와 의료의 관련성 등 여러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계신 본교 교수님의 연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본교 예방의학교실 김미지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질문1) 교수님께서 “의사과학자”를 정의해 본다면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겠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 본교 40주년 행사 강연을 준비하면서 “의사과학자”라는 단어를 처음 생각해 보게 됐어요. 그 전에 의사들 사이에서는 의사과학자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습니다. 모든 의사가 과학자의 면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누군가를 의사과학자라고 지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본인의 업무에 많은 시간을 연구에 할애하고 있다면 그 사람이 의사과학자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저처럼 기초의학에서 일하는 사람뿐 아니라, 임상에서도 연구를 많이 하시는 분들도 모두 의사과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2) 교수님께서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계신 연구 주제는 무엇인가요?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 Q) 기후 변화라고 하면 요즘 학생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 A) 지구 온난화. 미세먼지 현상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기상청에서는 기후변화 공모전을 많이 열어요. 시민들 이에 참여하여 기후변화와 관련된 슬로건, 그림, 켈리그라피 등을 제출한답니다. 수상작들을 보면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듯 ‘북극곰이 살 곳을 잃어서 빙하를 잡고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그려낸 작품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제는 북극곰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변화는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인식해야 할 때가 됐어요. 예를 들면 “폭염이 있을 때 열사병, 온열질환을 조심해야 한다”라는 생각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심내 혈관 질환을 가지신 분들의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되는 부분까지 다룰 수 있어야 해요. 아직 이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요.
작년, 재작년에 서울에서 물난리가 나면서 시민들이 환경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상기후로 인해 물난리로 사람이 죽는 것뿐만 아니라 이후에 생기게 되는 여러 전염병, 수인성 질환, 의료체계 마비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해요. 코로나19 또한 어떻게 보면 기후변화의 결과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감염병이 증가하는 것도 생각해 보아야 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가 많이 없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질문3) 교수님께서 위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질문을 받고 이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생각해 봤어요. 2017년부터 본교 예방의학교실에서 레지던트를 시작해서 2018년에 2년차가 됐는데, 그때 교수님과 같이 캐나다에서 있었던 “국제 환경 역학회”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곳에서 우리나라에서 환경역학을 전공하시는 교수님들을 많이 뵙고 인사를 드릴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 예방의학을 전공하는 의사가 진짜 적고, 1년에 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우연한 기회로 같이 연구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됐어요.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서 “기후보건영향평가”라는 기후변화의 건강 영향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평가를 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같이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연구팀에 들어가서 연구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질문4)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예방의학교실에서 연구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진짜 많이 받곤 하는데, 아까 말했듯이 예방의학은 1년에 전국에서 3~5명 정도 선택하는 과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원래 꿈이 과학자였어요. 생명과학을 전공해서 분자생물학 Lab에서 일을 하기도 했어요. 우연한 기회로 의학전문 대학원에서 의사가 되긴 했지만,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꿈이 남아있었어요. 그리고 학생 때 실험실에 실험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파이펫팅처럼 되게 작은 일들을 하게 돼요. 같이 일하는 선생님께서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 굉장히 사소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이 세상에서 네가 이 일을 제일 처음 하고 있단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내가 이 일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며, 이 일이 너무 멋져서 ‘과학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의사가 되긴 했지만, 의사가 된 이후에도 ‘좀 더 과학자의 길,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어요. 예방의학을 전공을 하면 실험실 업무도 있지만, 지역사회와 국가의 일, 역학연구 등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되었어요.
-질문5) 앞으로 “의사과학자”를 꿈꾸는 후배들, 학생들에게 한마디를 전한다면?
17년부터 예방의학을 시작해서 벌써 7년째 예방의학 일을 하고 있어요. 아직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지만, 한 번도 일이 지겹다고 느껴졌던 적이 없어요. 연구 분야는 아무래도 새로운 진리를 찾고, 밝혀지지 않은 것을 밝히는 일이다 보니, 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면 되게 잘 맞을 것 같아요.
요즘 학생들도 그렇고, 이미 의사가 된 사람들도 일의 강도, 급여에 따라 일을 많이 결정하곤 하는데, 우리가 직업이라는 걸 선택할 때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 봐야 해요. 저는 ‘일을 하는 도중에 내가 즐거운가?’, ‘계속해서 하기 싫은 것을 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봤는데, 이 일을 하면서 저는 뭔가를 항상 배워요. 어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쓰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구나 기법을 사용하곤 해요. 또한, 최신 연구 결과를 공부하면서 배움을 계속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내 일이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느껴질 때면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학회에 가서 발표를 하고, 다른 분야의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그래서 자연스레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고, 이를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것 또한 의사 과학자로서 느끼는 매력인 것 같아요. 학생들이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를 해보고 의사과학자의 길을 선택해서 병원에서, 사회에서, 우리 학교에서 같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처럼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임상 외에도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폭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의사과학자’가 되어 연구를 통해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한 분야의 연구를 지속해 나가는 것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의학을 바탕으로 개인 차원의 연구를 넘어, 지역사회, 더 나아가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의사과학자’의 꿈을 품는 의학도를 기다리고 싶다.
경상국립/박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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