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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려고요』의  저자 김민규 선생님과의 인터뷰

 

▲『의사가 되려고요』(김민규 저) 책 표지

 

사회초년생에게 「미생」이 있다면, 인턴에겐 『의사가 되려고요』가 있다. ‘인턴’, 의사로서의 첫 출발을 의미하는 단어다. 첫 디딤은 설렘과 걱정, 책임감과 두려움 등의 복잡한 감정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턴은 병원의 0년차로서 설렘과 긴장을 누릴 새도 없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기 시작한다.

 

인턴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도 그들은 너무 바빠, 가끔 동아리 술자리에 OB로 얼굴을 잠깐 비추는 게 끝이다. 그리고, 인턴이 되어 얼굴 비친 선배들의 얼굴은 여태껏 본 안색 중 가장 안 좋다. 도대체 인턴은 무엇을 겪길래 그토록 힘들다고들 하는 걸까? 선배들은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한 것일까?

 

김민규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3년차 선생님은, 인턴이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는 후배들을 위해 『의사가 되려고요』라는 책을 내셨다. 본인이 겪고 깨달은 것을 공유하여 후배들이 좀 더 준비된 상태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김민규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을 통해 다할 수 없었던 더 진솔한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Q: 인턴, 레지던트를 하며 책을 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개인적인 글쓰기를 넘어서 책을 발간하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쉽게 표현하자면, ‘현타’가 왔었어요.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학과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된 거죠. 병원에서 환자를 보는 방식이 OSCE, CPX에서 배운 것, 책에서 교수님이 설명하신 것과 많이 달랐어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인턴 현실을 맞이했지만, 후배들은 이 경험을 공유 받아 다른 방식으로 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책을 집필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Q: 위 질문에 이어서, 그렇다면 후배들은 어떻게 경험을 공유 받아야 할까요?
A: 최대한 현실에서 선배들이 받았던 고충을 여러 번 듣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런 케이스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환자들을 볼 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Q: 평소에도 글을 쓰셨나요?
A: 네, 브런치(<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 브런치>, https://brunch.co.kr/)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글을 연재하고 있었습니다. 글을 공유하는 시작점도 바로 브런치였죠. 사람들의 반응도 괜찮았습니다. 이어서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책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Q: 선생님의 인턴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의 인턴생활은 ‘비포장 도로’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는 다니기 편한 반면, 비포장 도로는 승용차로 다니기에 울퉁불퉁하고 위험합니다. 그렇지만, 도로가 편하든 불편하든 비포장 도로도 결국엔 길입니다. 따라가보면 또 다른 목적지가 나옵니다. 저도 인턴을 하며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에 와보니, 결국 필요한 과정이었고 지금은 또 이렇게 레지던트가 되었습니다. 학생의사에서 한 단계 더 위의 의사가 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Q: 인턴으로서 겪는 어려움이나 ‘현타’는 무엇이었나요?
A: 의대생은 예비의사로서 사회에서 대접을 받습니다. 그러나, 인턴은 병원이라는 사회(society)의 0년차가 되면서 학생 때만큼 존중 받지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병원에는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잔뼈가 굵은 분들이 많기도 하니까요.

 

Q: 주위 인턴 선배님께 들은 바로는, 루틴대로 하는 검사와 처방으로 인해 현타가 오기도 한다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루틴이라는 것은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형성된 것이에요. 저도 처음에는 프로토콜을 마냥 수행하기가 어려운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주체의식을 가짐으로써 이때의 현타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 자신을 처방기계라고 생각하면 자존감이 매우 떨어져요. 그러나 오더를 내리는 것 자체가 환자를 직접 보는 일이며 내가 의사니까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같은 처방을 하더라도 환자마다의 결과는 다를 수 있고, 환자들에게 어떤 일들이 생기는 지 관찰하는 것도 의사의 일이에요.

 

Q: 인턴 되기 전에 기대되었던 것이나, 긴장되었던 것이 있으셨나요?
A: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기대되는 건 별로 없었고,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의사자격증을 따자마자 잃게 되는 사고를 치게 될까 봐요. 실제로 인턴을 돌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 CPR을 다룰 때 생기는 일들이 있습니다.
응급실로 인턴 첫 파견을 나갔을 때 CPR이 났습니다. 그래서 과장님한테 CPR이 났다고 전화를 했더니, 과장님께선 처치 후에 ROSC(Return of Spontaneous Circulation)가 되면 다시 전화하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심장을 돌리는 법을 물어보려고 전화한 것인데, 심장이 돌아오면 다시 전화를 하라고 하신 것이죠. 면허의 잉크도 안 마른 의사지만, 의사이기 때문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요. 이런 준비를 본4때 했는가 돌이켜보면, 그러지 못했어요.

 

Q: CPX, OSCE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준비가 부족한 것일까요?
A: 그렇죠. 그래서 본4보다는 그 아래 학년 학생들에게도 말하고 싶은 것이, 공부를 할 때 ‘만약에 내가 이 상황에서 decision maker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인턴은 자신이 ‘의사’라는 생각을 가져야, 인턴 일을 하나하나 할 때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인턴의 일은 인계장에 모두 적혀 있어요. 그것만 하면 그건 ‘그냥 인턴’이고 ‘의사’는 아닌 거죠. 내가 decision maker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위에 계신 선생님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눈에 보이기 시작해요. 그렇게 되면 인계장 외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플러스 알파가 보이고요. 이렇게 플러스 알파를 해야 비로소 의사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의사니까 인계장 외에도 다른 걸 더 공부해서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자세가 준비의 시작인 셈이죠.

 

Q: 인턴이 수행해야할 주요 업무 중 병원이 인턴에게 요구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인턴이 없어도 병원은 돌아갑니다. 물론 인턴이 없으면 교수님, 전공의들이 일을 맡아야 해서 많이 힘들어지겠죠. 그러나 확실한 건, 위에 계신 분들은 인턴이 하는 걸 다 할 수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병원은 의사를 지켜주지 않아요. 책임이 있으면 권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병원에서는 인턴에게 책임을 요구하면 인턴은 병원에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러나, 인턴은 병원에서 의사로서 권리를 주장하기가 참 어려운 구조예요. 인턴이 주로 하는 업무는 환자를 나르거나, 바이탈이 안 좋은 환자가 MRI실에 가야할 경우 환자 옆에 서서 바이탈을 체크하는 것들이에요. 의사 수련의 일종이긴 하지만, 꼭 의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시킵니다. 그런 걸 한다고 해서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인턴은 자신의 포지션을 스스로 잘 찾아야 해요.

 

Q: 그렇다면 수련의로서 인턴 시기에 꼭 배워야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A: 마치 그 과의 레지던트 1년차인 것처럼 돌면 좋겠어요. 경험이 쌓이거든요. 인턴 때 쌓인 한달 간의 데이터, 즉 경험이 제일 중요해요. 학생 때 실습을 도는 것과, 인턴 때 직접 그 시스템에 관여하는 것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인턴 때의 경험이 그 과를 배우는 마지막 시기이기도 하고요.

 

저는 지금 이비인후과를 하면서도 여전히 내과적 처방을 하고, 내외과 문제가 생겼을 때 타과에 어레인지(arrange, 다른 과로 연결해줌)하고 있습니다. 제가 비교적 능숙하게 위 일들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인턴 때 각 과를 더 유심히 돌려고 노력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외과에서 환자를 옮길 때, 환자의 얼굴을 한 번 더 쳐다보고, 응급 상황의 배의 모습을 한 번 더 쳐다보는 거죠. 응급 상황에서 캐치할 수 있는 사인들을 발견하는 거죠. 그렇게 각 과를 돌다 보면 그 과에 대한 한 달 치 데이터가 머리에 쌓이고, 전공의가 되어 다른 과 문제를 맞닥뜨릴 때 대처할 능력이 생겨요.

 

다른 과 문제가 생겨도 그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책에서도 썼듯이, 정말로 대상포진을 대동맥 박리로 착각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니까 인턴을 레지던트 1년차인 것처럼 수련 받고 경험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Q: 책 후반부에서 힘든 순간들을 버틸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왜 힘든 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재정의’를 내리셨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재정의를 내리셨나요?
A: 내가 없어져도 전혀 티가 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공황장애도 왔었고요. 그때 제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정의를 했어요. 내가 없어도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면, 내가 윤활유가 되어 그 톱니바퀴를 부드럽게 만들어 보기로요.

 

재정의를 내리면 시선이 달라지고, 시선이 달라지면 다른 게 보입니다. 인턴의 일을 ‘윤활유’로 재정의하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환자를 의학의 대상이 아니라 ‘환자’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회진할 때, 의학적인 사실을 전달해주는 것 이후에 꼭 필요한 건 ‘괜찮아질 거에요’, ‘조금만 더 참고 힘내세요’라는 말이거든요.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쌓여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거에요. 환자를 대하는 스킬이 발전하니, 라포(rapport)도 잘 쌓이고, 환자가 제게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더라고요.

▲『의사가 되려고요』(김민규 저)의 목차

Q: 지금까지 참 진솔하고 좋은 말씀 감사드렸습니다. 혹시 요약해서 후배들에게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인턴의 경우, 힘들 때마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 재정의를 내려보길 바랍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Think from it’, 즉 마치 의사가 된 것처럼 공부를 하시기를 바라요. ‘만약 내가 이런 케이스의 환자를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공부하다 보면, 교과서가 주는 의학적인 지식에 그치지 않고, 가상이라도 경험치가 쌓일 것이에요.

 

Q: 학창시절의 자신에게 하고픈 말이 있으신가요?
A: 멘토를 만들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학생 시절의 제겐, 롤모델로 삼을 만한 멘토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직접 하나하나 다 부딪혀 보았어요. 진료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능력을 갖추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양한 부분에도 많이 부딪혀 보았고요. 예를 들어, 밴드부 활동을 6년 동안 참 열심히 했어요. 국시 일주일 전 공연에도 참여했었고요. 직접 다 부딪혀보면서 길을 찾아보려고 했던 거죠. ‘만약 멘토가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멘토는 꼭 의사일 필요가 없어요. 의사가 아닌 사람들 중에도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 사회에서 훌륭한 사람들은 사회에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죠. 전달 방식에 따라 직업이 달라지는 것뿐이에요. 따라서, 학생 선생님들께서는 내가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넓혀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 과정은 멘토를 카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새로운 멘토로 성장하는 과정이 될 거에요.

 

Q: 선생님은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A: 의사를 넘어서서 제가 전하고픈 메시지 중 하나는 ‘한 환자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저는 강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해서 강연자로서의 활동도 준비하고 있어요.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의사로서 실현하고, 널리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것은 강연을 통해 실현하고 싶어요. 환자는 일대일 관계지만, 강연은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한 번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세지가 훨씬 잘 전달되더라고요.

 

정리해보자면, 앞으로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책이 바로 그 시작이었고요. 저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힘든 시기는 오히려 인간을 한 층 더 성숙하게 해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김민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학생 때는 마치 내가 의사인 것처럼, 인턴 때는 마치 내가 레지던트 1년차인 것처럼 생각하며 학업과 수련에 집중해보도록 하자. 현타가 오는 순간엔, 직업 및 자아 정체성에 대해 재정의를 내리며 나의 시선을 바꿔보도록 하자. 김민규 선생님의 바람대로 독자 여러분들이 쉽지 않은 의사의 길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길 바란다.

 

김민규 선생님의 바람대로 『의사가 되려고요』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고 스스로의 삶을
성찰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의사가 되려고요』는 현재 온라인에서도 주문이 가능하다.

 

김현 기자/ 연세원주
lisa05122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