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의료대란이 발생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 지난 공공의대 사태와 비슷하게 길지 않게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번 의료대란으로 휴학은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번 휴학으로 발생한 불편한 점도 존재하지만, 평소 바빴던 의대생들이게 남는 시간이 많이 생겼다. 이는 이번 휴학으로 평소보다 자기개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많은 의대생들이 이런 시간을 활용해 봉사나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학업으로 인해 좁아진 견문을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취지에서 이번 기사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면서 의대생들이 문화생활을 통해 예술을 감상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취지에서 작성되었다.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다양한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의대생신문의 기자들이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소개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남는 시간을 이용해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고, 자신의 견문을 넓혀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전시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이 있다. 이 전시에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국토개발 기술사이자 1세대 조경가인 정영선의 대표작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아선수촌, 선유도 공원 등의 대표작을 통해 거장의 작품과 다양한 조경에 대한 그의 철학을 느껴볼 수 있다. 그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의 특색에 맞게 새로 조성된 정원을 거닐며 정영선의 작품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정영선은 최근 인기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그의 조경 철학과 서울아산병원 신관 정원을 설계 당시의 의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경복궁과 창덕궁 등 주변의 옛 궁원을 함께 관람한다면 조경과 자연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DDP에서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전시를 통해 1800년대 후반부터 쥬얼리와 시계 산업을 선도해 온 브랜드 까르띠에의 내재적 가치와 디자인 모티프를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챕터1: 소재의 변신과 색채’, ‘챕터2: 형태와 디자인’, ‘챕터 3: 범세계적인 호기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 1에서는 이제는 보편적인 소재가 된 플래티넘 제품들의 시초와 까르띠에에서 보존하고 있는 ‘메티에 다르’ 공예 기술을 전시하며 단순한 상업 브랜드로서 까르띠에가 아닌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고 혁신하는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챕터 2는 디자인의 모티프를 기하학적 곡선과 건축물에서 찾은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기하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구’와 건축 구조가 작품으로 승화되는 ‘뉴 아키텍처’ 작품들을 통해 공업, 수학 분야가 어떻게 쥬얼리 세계와 맞닿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챕터 3에서는 다양한 문화권과 동식물에서 모티프를 얻은 점을 보여준다. 모든 디자인은 자연의 모방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연과 다양한 문화로 뻗어간 까르띠에의 디자인에 대한 태도를 담았다.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동서양의 조화가 강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전시의 디자인 총괄은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가 설립한 건축사무소 및 신소재연구소가 맡았다. 또한 한국의 전통문화 연구소 온지음과 협업해 전시장 곳곳에 한국 전통 소재를 배치하여 이러한 조화를 강조했다. 흔히 까르띠에와 같은 헤리티지 브랜드는 보수적이고 거만하다는 오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그것이 쌓아온 예술에 대한 장인정신과 겸손이 녹아 있는 세상에 대한 시선을 통해 완성한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전시는 5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DDP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다.
2015 컬렉션 브레이슬릿과 헤이안 시대 네고로 비파
제주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올해 2024년 4월, 이건희 컬렉션 한국 근현대 미술 특별전 <<시대유감時代有感>>을 개최한다.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했던 한국 근현대 미술 명작 50점이 제주를 찾았다.
박수근 <초가집> 이응노<구성>
덩그러니 놓인 초가집(박수근)은 한국의 가난했던 농촌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격변과 혼돈의 시대 속에서 작가들이 바라본 일상들을 교감할 수 있다. 그래피티를 연상하게 만드는 구성(이응노)은 마치 사람이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통적 기법인 먹으로 서구적인 조형성을 표현한 이 작품은, 두 번째 섹션 제목인 ‘전통과 혁신’의 시도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 번째 섹션 ‘사유 그리고 확장’에서는 새로운 미술 사조 속에서 한국 미술계의 성과를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유영국 화백의 작품을 세 번째 섹션에서 감상할 수 있다. 네 번째 섹션 ‘시대와의 조우’에서는 고 이건희 회장이 지닌 미술품 수집과 공유의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을 수놓은 명작들은 오는 7월 말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대전
대전 이응노 미술관에서는 2024년 3월 26일부터 6월 9일까지 <Together-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전시를 볼 수 있다. ‘김해숙’, ‘사윤택’, ‘이동욱’, ‘정용일’ 4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전시이다. 본 전시는 치열하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현재 어느덧 익숙한 사회에 적응하고 이해하는 세대에 접어든 것처럼 젊은 작가로 전반전을 마치고 또는 후반전을 뛰고 있는 중견에 접어든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 전시를 통해 ‘동시대 작가들의 생각, 경험의 전망을 현재의 시점에서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평일에는 14시와 16시에, 주말에는 11시, 14시, 16시에 방문한다면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이응노 미술관 <Together-세상과 함께 산다는 것>
사윤택 작가는 회화성에 대한 고민을 작업의 주제로 삼았다. 그는 시대적 변화에서 회화의 고유한 방법론적 태도에 좌절을 겪으며, 일상적인 환경에서 운동성에 대한 시각화를 작품에서 표현하였다.
정용일 작가는 인천에서 파리, 옥천까지 낯선 공간에 놓여 있던 경험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 속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 희열, 의지, 고통 등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특히 옥천을 배경으로 하는 그의 그림에서는 금강과 환하게 빛나는 별, 하얀 안개. 생명력 있는 노란 등나무, 이를 바라보며 배 위에서 유유자적 즐기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동욱 작가는 27살에 찾아온 공황장애로 불안증에 시달리던 중 어둠 한켠에서 붉은 풍선 하나가 서서히 떠오르는 환영을 보았던 것을 계기로 ‘풍선’ 작업을 시작하였다. 그에게 풍선은 불안의 표상이자 희망으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틀로서 작품에 등장한다.
김해숙 작가는 사진 이미지를 직접 손으로 잘라내는 기법을 이용해, 도시건물에 비친 다른 건물이나 도시 자체를 표현하는 ‘도시거울’ 시리즈를 작업한다. 작가는 대전역, 선화동 재개발 지역을 비롯해 대전의 모습들을 작가만의 ‘특별한 눈’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이동욱 <A Day> 김해숙 <도시거울>
예술 작품을 본다는 것은 작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며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법과 삶과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넘겨받는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특별하게 바라볼 수 있는 한 명의 예술가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부산
5월 1일에서 4일까지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는 세계적인 행사가 개최되었다. 세계적인 커피 박람회인 부산월드오브커피에 각국 유명 커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부스를 꾸몄다. 매년 유럽에서만 개최되다가 이번 부산이 아시아 첫 개최지가 되었다. 각국에서 건너온 원두를 직접 시음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으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도 열리고 있어 세계인들의 커피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인에게 커피는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세계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연간 132잔인데 반해 한국인은 353잔 즉 3배 규모에 달한다. 또한 유럽 미국, 일본과 견 줄만큼 많은 양의 원두를 부산항을 통해서 수입하고 있다. 커피의 역사, 원두의 종류 등 커피에 관해 각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엿들으며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에 관한 역사와 견문을 넓힐 수 있으며 커피를 코, 입, 귀 모두로 즐길 수 있다.
현재 의대생들은 학교 밖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소중한 경험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여러 전시, 박람회에 참가하기도 하고, 때로는 봉사활동도 하면서 의미 있는 활동들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세상의 소리를 듣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다 보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풍요로움이 마음속에 싹트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이번 주말에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각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보길 권한다.
기획기사 B팀(권오훈, 남효정, 박성현, 안희상, 이승준)
#전시#문화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