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의 실습을 파헤쳐보자
간호대 학생과의 인터뷰
의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은 아마도 pk실습일 것이다. 보통의 의대생들은 본과 2학년까지의 이론적인 의학을 배우고 본과 3학년부터는 pk라고 하는 병원실습을 돌게 된다. 실습은 그동안 이론에서 배웠던 내용들을 직접 구체화 시켜보기도 하고, 병원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는 예비 의사로서의 준비를 하는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병원에는 의사 이외에도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여러 계열의 의료인들이 본인들의 역할에 충실하게 근무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는 의사보다 더 많은 시간을 환자와 보낸다. 따라서 간호대 학생들도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2년간의 이론공부과정과 더불어 수많은 실습시간을 통해 병원의 시스템을 알아가며 기본적인 환자를 다루는 방법을 배운다. 의사와 간호사는 병원에서 직장 동료로서 많은 일을 같이 하지만 의대 실습생과 간호대 실습생들은 서로 어떤 방식으로 실습을 해나가는지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는 간호대 실습시간에는 어떤 내용을 배우고 실습생들에게는 어떤 점이 요구되는지 등의 이야기를 현재 병원 실습을 돌고 있는 간호대 학생에게 들어보았다.
Q. 지나다니다 보면 간호대 역시 간호사처럼 실습복장을 하고 있던데 기본적인 복장 규정은 어떻게 되나요?
A. 먼저 기본적인 실습 복장이 있습니다. 학생전용 옷에 간호학과 xxx 이런식의 명찰을 달고 실습을 나가는데요, 옷 자체는 타이트하고 빳빳한 느낌이 있어서 입기에 살짝불편한 감이 있습니다. 또한 여자들은 머리 망을 착용해야 하는데 여자 pk선생님들이나 여의사선생님들이 머리 망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Q. 그렇군요. 그럼 간호대 실습생들은 병원에서 어떤 일을 주로 하나요?
A. 가장 많이 하는 일은 관찰입니다. 병원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환자는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서 따라다니는게 주된 일인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바쁘시면 저희가 직접 바이탈을 재기도 합니다. 혈압이나 체온같은 걸 재서 EMR에 올리는데 바이탈을 자주 재다보니 초시계를 필수로 가지고 다닙니다. 또한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환자에게 불편한 점이 있으면 불편사항을 받아 선생님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합니다.
Q. 그럼 간호대 실습생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A. 실습생들도 간호사 선생님들처럼 시간을 나눠 실습을 하는데요, 아침 출근 기준으로는 아침에 출근을 한 뒤 50명 정도 바이탈 수치를 잽니다. 그러다보면 1~2시간이 지나고 컴퓨터에 입력을 다 하면 회진하는 교수님들을 따라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러다보면 점심시간이 되고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는 오전과 같이 바이탈 수치를 또 잰 뒤, 신규환자가 오면 기본적인 검사의 진행을 도와줍니다. 그리고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다가 중간에 검사하러 가시는 분들 이 있으면 그분들을 모셔다 드립니다. 남는 시간에는 교수님들 회진을 따라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그러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퇴근을 합니다.
Q. 그럼 실습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힘든 점은 오래 서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계속 돌아다니면서 환자를 관찰하는 것이 주된 일과여서 그런지 병원에 있을 땐 서있는 시간이 매우 많고 그래서 집에 돌아오면 다리가 종종 부어있습니다. 그래서 다리가 조금이라도 편하라고 실습복 안에 압박스타킹을 신고 실습에 나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Q. pk들은 무수히 많은 케이스 발표를 하는데 간호대 실습생들도 케이스 발표를 하나요?
A. 저희는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케이스 발표 비슷한 발표를 합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 매주 금요일마다 한 환자의 진단부터 평가까지의 과정을 통해 발표를 합니다. 다른 점으로는 의대생들은 보통 증상을 가지고 어떤 병에 걸렸는지를 주로 발표하지만 간호대생들은 어떤 병에 걸린 환자의 증상을 중점으로 치료의 방향성을 찾는 발표를 주로 합니다.
Q. 실습을 돌면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A. 여러 과들을 돌면서 각 과마다 다양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먼저 응급실 실습을 돌 때는 응급실이 정말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자 군이 정말 다양한데 심한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맞는 모습까지 보았습니다. 그런걸 보면서는 정말 의사 분들이 고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위독한 환자가 들어와 응급실이 부산해질 때면 골든타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소화기 내과를 돌면서는 많은 수의 환자를 3분의 교수님들께서 보시니깐 그만큼 저희 실습생들도 할 일들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는 했지만 환자를 계속 돌보면서 환자들과 친밀감도 생기고 간호 일도 손에 익어 결과적으로는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간 생검 실습 때 하루는 교수님이 저희에게 간생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는데, 이론으로는 알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실제로 보니 정말 어려웠고,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나중에 내가 잘 모르면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실습을 돌면서 의사 선생님들의 공부방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엄청나게 두꺼운 책들을 쌓아놓고 공부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인턴 선생님들이 환자들과 라포형성을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NICU실습을 돌 때 ‘의사는 cure, 간호사는 care’라는 말을 전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들이 아기를 진단하시면 간호사들이 나머지 여러 일들을 진행했는데, 확실한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가 전문적인 직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그럼 어떤 과의 실습이 가장 인상 깊었나요?
A. 저는 정신과 실습이 힘들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정신과 실습 때는 실습생 1, 실습생 2 같은 이름표를 달고 익명으로 들어가야 했었는데요, 환자를 만나기 전 EMR로 환자에 대해 파악하고 들어가서는 환자랑 친해지면 안되고 객관적으로 대해야 하는 등의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규칙대로 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병동 안에서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겉으로는 티를 안내도 감정소모가 심해서 힘들었습니다. 환자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공감되는 것도 있고 동시에 정신이 힘들어지기도 해서 몸과 정신이 모두 피곤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양은건 기자/가천
<dmsrjs7835@naver.com>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는 가천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김유라 학생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