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팀피지션 김세준 정형외과 전문의 인터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국제대회였던 만큼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경기를 하는 선수들 뒤의 또 다른 주역은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해주고 부상을 치료해주는 의료진이다. 부상 등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결되는 문제를 담당하는 진료과목 중 하나인 정형외과는 특히 선수촌에서 필수적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팀피지션(팀닥터)로 활약하신 김세준 정형외과 전문의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Q.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팀과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또, 일반적인 하루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저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평창 폴리클리닉 정형외과 외래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폴리클리닉은 선수촌에서 생활하는 세계 각국의 선수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중앙진료소로, 작은 병원규모입니다. 외래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이며 2교대로 근무하고, 진료가 없는 시간에는 IOC Medical Committee가 초청한 외국 의사들을 안내해서 도핑센터 등을 보여주고, 올림픽 기간 중에 2~3일 간격으로 열리는 의료 회의에도 참석합니다.
Q. 어떤 계기로 이번 올림픽의 팀닥터로 활동하시게 되셨나요?
A. 저는 대한체육회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메디컬센터 정형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년에 2회정도 국제대회에 한국팀의 팀피지션으로 참여하는데, 이번 동계올림픽은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조직위원회 의사의 경험을 해보고 싶어 지원하였습니다.
Q. 의대에서 재학하실 때부터 이러한 진로를 지망하셨나요? 혹은 그 이후에 결정하시게 되었나요?
A. 의대생일 때는 전혀 이런 진로가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레지던트 때 이런 길을 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잠시 찾아본 적은 있었지만, 그때도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없어 포기했고, 펠로우 과정을 들어가기 전 우연히 알게 된 IOC 팀 주치의 연수코스(Advanced Team Physician Course, ATPC)에 참가해서 스포츠의학에 종사하시는 국내외의 많은 선생님들을 뵙고 나서 구체적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이때까지의 경기 중 치료를 하시면서 인상 깊었거나 급박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A. 2018 알마티 동계 유니버시아드 때 우리 선수 한 명이 심한 어지러움을 호소해서 주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고 심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한국 의료진들과 연락해서 전정신경염으로 진단 후 TUE*를 조직위원회인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의료진에게 제출해야 했는데, 과정이 더디어서 미국 및 영국 팀 주치의들의 지원을 받아 한 나절 만에 통과를 시켰습니다. 3일 후 경기에서 그 선수가 메달을 따서 보람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치료목적약물면책(TUE, Therapeutic Use Exemption): 팀닥터의 판단 하에, 선수의 치료에 필요하다는 사전승인을 거친 경우에 한해 금지약물 중 일부의 사용을 허가하는 예외규정
Q. 올림픽에서 팀닥터로서 활동하면서 힘든 점과 보람찬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힘든 점은 출장기간이 보통 3주 이상으로 길고, 매우 덥거나 매우 추운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경기장 간의 거리가 멀어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의무지원을 자주 나가는 것도 조금 힘들 때가 있어요. 하지만 대회는 대부분 축제 분위기이고, 최고의 시합을 팀 피지션의 입장으로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비교도 안 되는 보람이고 즐거움입니다.
Q. 팀닥터를 지망하는 의대생들이 많은데 어떤 진로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가요?
A. 팀닥터보다는 ‘팀피지션’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어떠한 학위가 중요하다기보다는, 국내에는 자리가 별로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진입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한스포츠의학회는 분과전문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공에 상관없이 자격증을 취득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스포츠의학회는 핸드볼을 시작으로 종목별 팀피지션을 희망하는 분과전문의에게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IOC 팀 주치의 연수코스(ATPC)나 FIFA Online Medical Course, IOC Sports Medicine Diploma 등의 국제적인 교육과정도 있습니다.
Q. 다음 올림픽 때도 또 팀닥터로 참가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혹은 팀닥터로서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체육회 팀피지션으로서 올해 예정되어 있는 대회는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유스 올림픽입니다. 저 외에도 재활의학과 윤정중 선생님과 가정의학과 배문정 선생님도 계시기 때문에 어느 대회에 가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국가대표 주치의로서 대한체육회 의과학부 의료진은 현재 IOC Medical Committee와 공동연구로 IOC ‘Get Set’* 부상 방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한국어 버전의 무료 어플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질병예방 프로그램, Injury Surveillance, Motion Analysis 등에 대한 연구를 국내외 사학과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와 연계하여 건강진단 시스템도 구축 준비 중에 있습니다.
* Get Set-Train Smarter 앱: 스포츠 관련 부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된 앱으로, 총 45개 스포츠 종목마다 해당 스포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상 위험을 고려한 맞춤형 준비운동을 동영상과 간략한 설명을 통해 제공한다.
Q. 마지막으로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출하신 선배로서 후배인 의대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A. 성공은 전혀 아닌 것 같습니다. 수술과 병원에서의 진료를 전혀 즐기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선후배들보다 좀 더 즐거운 의사를 꿈꾸었던 것 같습니다. 대한체육회 주치의로 근무한 이후에는 의사라는 자격을 가진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때도 진로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야에 대해서 선배들에게 많이 묻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시면, 즐기는 의료인으로서 의사 생활을 시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남현서 기자/연세원주
<che10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