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연명의료결정법

양날의 검, 연명의료결정법

지난 2월 4일부터 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었다. 웰다잉법, 존엄사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은 환자의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준다는 목적에서 발의된 법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법이다. 모든 사람들이 겪게 되는 죽음이라는 중대한 주제에 관련된 법인만큼 최근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본인의 의사를 남겨놓기 위한 제도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가 있다. 전자는 19세 이상의 건강한 사람이 본인이 임종과정의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후자는 말기 환자 혹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담당의사를 통해 연명의료에 대한 의사를 남겨놓을 수 있는 장치이다. 이 때, 연명의료를 유보 혹은 중단하기 위해서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에게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판단 받아야 하며,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환자나 환자가족의 의사가 확인되어야 한다. 이 때 의사의 확인 또는 환자의 의사능력 가능 여부 등에 따라 다음과 같은 규정을 따른다.

<출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서로 비슷한 개념들의 혼용이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제시하는 정의를 참고로 각 개념들을 비교해보았다.

⦁ 말기 VS. 임종과정

말기 환자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만성 간경화(*개정 전 기준 네 가지 질병만 해당)에 대하여 수 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이며, 임종과정의 환자는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이다. 말기인지 임종과정인지는 모두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 호스피스, 완화의료 VS. 연명의료

전자는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이며, 후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개정 전 기준 네 가지 시술만 해당)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이다.

⦁ 유보 VS. 중단

유보는 임종과정의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 중단은 시행중인 연명의료를 철회하는 것이다.

 

다수 문제점이 지적되는 연명의료결정법, 다른 나라는?

그러나 시범사업 때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은 꾸준히 현장에의 적용에 있어 다양한 문제들이 지적되어 왔다. 허대석 서울의대 교수는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의 문제점으로 ▶유보도 중단과 동일하게 복잡한 서식절차를 요구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강조 ▶말기와 임종기의 구분이 모호 ▶과다한 벌칙 조항으로 방어진료 조장 ▶과다한 문서 작업 요구 ▶법으로 모든 상황을 규정 ▶미국의 연명의료지시서(POLST)의 기본정신 부재 등을 꼽았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존엄사법을 시행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다른 나라들의 상황은 어떠할까.우선 미국 대부분의 주,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일정 나이를 넘고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대리인 지정이 가능하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경우,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해 각기 다른 대리인을 지정하여 각각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의료뿐만 아니라 재정, 주거 등 각 분야의 대리인 등을 등록할 수 있으며 ‘대리인 중앙 등록처’라는 기관에서 이를 관리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본인이 작성한 양식만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특히 유보/중단에 있어 환자가 의사 추정이 안되고 의사능력이 없을 때에는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나, 의사가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형법의 정당행위에 대한 규정 ‘법령 또는 정당한 업무에 의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에 의거해 환자의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영국에서도 법적으로 의사가 환자의 사전의료지시서를 무효로 볼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는 말기와 임종기를 구분하지 않으며 말기로 통일하여 간주한다. 연명의료 유보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는 DNR(심폐소생술 중단)로 간단하게 처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연명의료결정법으로 DNR이 인정되지 않게 되면서 중단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 국가별로 임종에 관한 인식과 의료의 문화가 다르므로, 다른 나라의 법을 참고하는 선에서 우리나라에 맞게 장점을 들이고 문제점을 줄인 법이 필요하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연명의료결정법의 개정안은 4개 질환으로만 제한한 ‘말기환자’의 질병을 현실적으로 수 많은 질환의 말기 환자가 있음을 고려하여 제한을 없애고,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의 행위를 4가지 시술에서 대통령령으로 더 추가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또한 의료진은 환자나 가족의 뜻에 반해 연명의료를 중단하였을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며, 처벌 수위 또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기준이 완화되었다. 현재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법의 취지 자체는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한 입법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발전적이고 포용하는 방향의 법 개정과 의료계의 자체적 가이드라인 강화 등이 요구된다.

남현서 기자/연세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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