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회 국가고시 수석인터뷰 고려대 의대 김안나 씨

“혼자 가기가 아니라 함께 가는 공부를 했어요.”

2018 의사 국가고시가 끝났다. 매년 수석에 대한 압도적으로 높은 관심도와 궁금증은 인터뷰 기사들의 구독수와 클릭수가 반증한다. 본 지의 기자가 수석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을 때도 주위에서는 궁금한 것이 있는데, 대신 질문을 부탁한다는 요청이 많았다. 성원을 등에 업고 질문지를 작성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항목이 나오게 되었지만 흔쾌히, 그리고 꼼꼼하게 응해주신 고려대 의대 김안나 씨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Q 먼저 수석을 축하드립니다! 소식 듣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주변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채점을 하고 생각보다 잘 봤다는 생각을 했는데, 설마 수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처음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얼떨떨하면서도 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발표가 나자마자 동기들과 교수님, 선후배님들로부터 많은 축하 메시지를 받아 매우 기뻤습니다.

Q 내신 성적도 좋으셨을 것 같은데, 국시 공부와 내신 공부에 차이점을 두셨었나요?

내신준비는 수업 들었던 것을 꼼꼼하게 공부하는 편이었는데, 국시공부는 한 번에 많은 양을 커버해야 하다 보니 처음부터 매우 자세히 하기보다 틀을 잡고 계속 세부 내용을 더해가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한번 보고 외우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반복해서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Q 17년도 국가고시는 ‘경향이 바뀌었다.’, 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에 비해서 18년도 국시 필기시험의 경향은 어떠했던 것 같으세요? 후배들에게 경향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릴게요.

제 주변은 18년도 국시가 전 년도에 비해 쉬웠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17년도 문제가 더 까다롭고 어려웠던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이번 국시가 쉽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최근 추세가 증례위주의 문제들이고, 대표적인 진단과 치료 보다는 조금씩 함정을 파놓는 것들도 있어서 암기도 중요하지만 되도록 이해하면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Q 전체인원의 5%는 반드시 떨어뜨리는 만큼 학생들의 실기시험에 대한 공포감도 큰 편인데 실기시험은 어떠셨나요?

저는 초반에 시험을 봐서 상당히 긴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시간을 들여서 동기들과 반복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몸에 익어서 시험 당일 자동적으로 진찰과 술기를 시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기 역시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는 만큼 통과만하면 된다는 생각이 도리어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실기를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것들이 필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말씀 드렸듯 증례위주의 문제들이다 보니 실기 때 외웠던 증상 별로 감별해야 할 질환들이 필기 시험에서 떠올랐고, 신체진찰 소견 역시 낯익은 것들이 있어서 몇몇 문제들은 실기 때의 기억으로 풀었습니다.

Q 실기를 위해서 PK실습 때부터 준비를 하셨었나요? 실기 대비를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실습 때 따로 실기를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실습을 돌다 보면 각 과마다 CPX를 시키기도 하고 본과 4학년 때는 가끔 모의시험을 봤는데, 학교에서 보는 시험 항목들만 준비하면서 감을 익혔습니다.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시험 한 달 전이었는데, 동기들과 그룹을 짜서 많이 연습해 보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초반이어서 5주 동안 공부했는데 첫 2주간은 CPX를 중점적으로 했고 나머지 시간은 오전 CPX, 오후 OSCE를 하는 방식으로 시간표를 짜서 병행했습니다. OSCE는 머릿속으로 생각하지 말고 연습할 때 일일이 직접 해봐야 시험장에서 실수를 안 합니다. 세팅도 시험장과 최대한 비슷하게 해놓고 연습했습니다.

Q 필기 대비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신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문제집을 풀기 시작한 것은 5월경이었습니다. 졸업시험, 실기 준비 등 여러 일정들이 있어서 틈틈이 풀어두다가 실기 이후 10월 중순 경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실기 전까지 KMLE 문제집 절반 정도 풀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Q 국시 준비할 때의 하루 스케쥴은 어떻게 되셨나요?

보통 아침 9시 정도 공부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공부도 계속 앉아 있으면 효율이 안오르다 보니 기분전환 겸 긴장을 풀자는 생각에 저녁 때는 운동을 다녔습니다.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집에 가서 졸리기 전까지 그날 못 끝낸 공부들을 조금씩 더 하고 잤습니다.

Q 수험생은 기계가 아니니까 공부가 안될 때도 분명히 있죠. 본인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과 공부가 되지 않을 때의 해결 방법은 어떤 것인가요?

저는 동기들과 같이 의학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간간이 스트레스를 풀었습니다. 사소하게는 식사시간 때 각자 푸념하고 농담도 주고 받으면서 공부하는 시간을 버텼던 것 같고, 가끔은 저희끼리 놀러 가는 날을 정해서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등 나들이도 했습니다. 또한 주말에는 꼭 휴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시험이 가까워 지다 보면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 마음의 부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집에 와서 영화 한편이라도 보면서 스스로 환기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Q 국시대비를 위해 스터디를 운영하거나, 참여하셨나요? 한다면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사람마다 공부 스타일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룹 스터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는 본과 1학년 입학 후 만난 그룹 스터디원들과 국시 때까지 4년 내내 함께했습니다. 특히나 국시는 방대한 양을 긴 시간 동안 준비해야 해서 자칫 혼자 감을 잃거나 늘어질 수 있기 때문에, 동기들과 서로 체크를 해주고 도움을 주면서 공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희는 KMLE 진도 스케줄을 짜서 한 권씩 풀 때마다 모여서 서로 모르는 부분들을 질문하고 서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다음에는 임종평 등 기타 문제집을 목표를 정해서 풀어보기도 했습니다. 스터디 시간 외에도 각자 모르는 것은 언제든지 카톡방에 서로 질문을 올려서 해결했습니다.

Q 내신 때 사용하셨던 공부자료를 국시 때도 활용하셨나요? 국시 준비 때 사용하셨던 (ex. 퍼시픽 or 동화) 책들에 대한 자세한 활용방법도 부탁드려요.

아무래도 교수님들께서 요점들 위주로 강의록에 정리해놓으시다 보니 내신 때 자료들이 도움이 됩니다. 저도 문제집에 설명이 명확하지 않거나 헷갈리는 것이 있을 때 간혹 강의록을 참고했었습니다.

책 활용은 각자의 공부 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처음 KMLE 세트를 풀 때 앞의 개념 설명들을 다 읽으면서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두번째로 공부할 때는 수 개년 국가고시를 모아놓은 문제집을 쭉 풀면서 까먹은 부분들을 다시 공부하고, 헷갈리는 부분들은 KMLE 개념을 다시 읽었습니다. 두 번째에도 틀린 문제들은 표시 해놔서 나중에는 그 문제만 보도록 했습니다. 시험에 가까워서는 각 교시마다 시간분배가 중요하기 때문에 임종평이나 과거 국시 시험지를 뽑아서 실제 시험과 동일한 순서로 시간을 재면서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 직전에는 빠르게 훑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요점들을 다른 책에 정리해서 단권화 한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그 외에 자신만의 공부 비법이 있다면?

저는 잘 모르는 부분은 여러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중요한 알고리즘들을 정리해둔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의록이나 up to date도 많이 유용했고, 때로는 인터넷 검색하다 보면 학회에서 만든 가이드라인들도 간략하게 요점만 정리해 둔 것들이 있어서 열심히 찾아가면서 공부했습니다.

Q 제가 이제 실습을 도는 학년이다 보니 ‘국가고시 수석’의 PK 시절 공부(내신, 국시대비)가 궁금합니다. 기자의 사심을 담은 질문이지만 꼭 부탁드려요!^^;

실습을 돌 때 한 과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해당 과의 많은 내용들을 다 알고 넘어가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수님께 배정받은 환자, 신환환자, 케이스 발표 환자들만큼은 확실히 알고 가겠다는 생각에 꼼꼼히 공부하고 환자 파악을 했던 것 같습니다. 대게 교수님들께서 국시에서도 자주 나오는 전형적인 질환을 가진 분들을 배정해 주시기 때문에 국시 때 굳이 다시 공부하지 않더라도 내용파악이 이미 되어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PK를 돌면서 KMLE를 다 풀수만 있다면 정말 환상적이겠습니다.

Q 국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하신다면? (혹은 시험 전에 준비기간 동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저는 시험기간 동안 필요이상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서 후배님들은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수험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쉬는 방식을 터득해서 스트레스를 이겨내시고, 초반에 시간이 많을 때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여행도 다니면서 향후 긴 수험기간의 버팀목이 될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면 좋겠습니다.

Q 향후 본인이 생각하는 계획, 포부 혹은 인생의 큰 그림은 어떻게 될까요?

제가 무슨 전공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임상의사를 바탕으로 연구도 병행하고 싶습니다. 해외 학술대회에서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제가 가진 능력 안에서 봉사활동도 하고싶습니다.

Q 의대 생활 전반 동안 힘이 되었던 말은?

넬슨 만델라가 했던 말 중 “I never lose. I either win or learn.(나는 결코 지지 않는다. 나는 이기거나 배울 뿐이다. )”을 자주 생각했습니다. 의대 생활을 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있고, 후회 되거나 좌절되는 일들도 있었지만 그러한 경험들이 향후 제 자신이 더 나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함께 공부했던 동기들, 지도해 주신 교수님들,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가족들이 있어서 의과대학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신윤경 기자/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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