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의료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의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한 요즘이다. 작년 대선에서도 모든 대통령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공약을 쏟아내었고 각 정부 부처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무언가를 시도 중이다. 물론 의료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를 원하며 적절한 준비를 통해 위기를 손쉽게 극복하고 그것을 기회로 삼아 이익을 보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작 그들에게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명확하게 답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며 의료계에서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 말해보려고 한다.

1. 4차 산업혁명이란 대체 무엇일까?

흔히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탄생,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포드 자동차의 근대식 대량 생산,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한 정보 기술의 발달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현재를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부르며 인공지능과 산업의 융합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 실체는 명확하지 않다. 그 실체는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2018의 변화에서 엿볼 수 있었다. 구글과 아마존은 플랫폼, 또는 소프트웨어 회사였지만 최근 두 회사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구글어시스턴트’와 ‘알렉사’를 다양한 가전제품에 적용하며 우리의 실생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헤이 구글” 한 마디면 TV, 냉장고 등 다양한 전자제품이 알아서 작동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삼성과 LG가 뒤늦게 인공지능 빅스비 등을 출시하여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후발 주자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단지 인공지능만이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이 개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개인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따라서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하여 적용하는 것이 인공지능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 된다. 그래서 구글이 구글 맵 등을 통해 사람들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등 인공지능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있는 회사들은 최근 개인 정보 수집에 한창이다. 또,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 구글이나 아마존은 많은 회사들을 합병하고 있는 등 우리의 실생활에 더욱 파고들어오고 있다. 세계의 정보를 독점하는 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공지능이 아닌, 독점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실생활의 편리한 인공지능을 맞춤형으로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세계의 거대 자본들이 더 많은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 편리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인공지능 서비스 산업을 독점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산업에 비해 정보 독점을 이용한 산업은 더욱 후발 주자가 따라오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정보 뿐 아니라 앞으로는 독점적인 가치를 소유한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사람들이 각자가 먹고사는 생업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하든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각각의 장소에서 독점적인 가게나 기업들이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를 해 보자. 아프리카의 초원에는 여러 동물들이 살고 있다. 키가 큰 기린이 있고, 키가 작은 나머지의 동물들이 있다. 그리고 나무에는 맛있는 풀과 열매가 있다. 나무의 낮은 곳에 있는 풀과 열매는 키가 큰 기린과 키가 작은 동물들이 모두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일종의 레드오션 말이다. 그리고 낮은 쪽의 열매와 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남는 것은 나무의 높은 쪽에 있는 열매뿐이다. 오로지 키가 큰 기린만을 위한 것이다. 당신이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던지 간에 기린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면 남들과 같은 경쟁에 휩싸이게 될 것이란 말이다. 흔히 하는 가격 경쟁이나 좀 더 많은 노력을 투자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높은 곳의 열매를 독점적으로 캐낼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당신만이 찾을 수 있는 독점적인 공간은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그 공간을 찾아내기 위해 좀 더 주변을 관찰하고 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사람이 성공할 것이다.

2. 그렇다면 어떻게 나만의 공간을 찾아야 하는가?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이 밝힌 자신의 투자 원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진입 장벽과 브랜드, 특허, 규모의 경제라는 말을 했다. 다른 의미로는 ‘소비자 독점 기업’이며, 반대로 이야기하면 상품형 기업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다. 워렌 버핏은 소비자에게 독점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익을 현재 사업 유지를 위한 보수가 아닌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으며, 가격을 인상해도 매출이 줄지 않고, 정말 많은 자금과 경영자를 투입하여 이기기 쉽지 않은 기업을 소비자 독점 기업의 조건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사례를 들면 장사를 위해 반드시 사두어야 하는 제품이나 제품 광고를 위해 반드시 거치는 방송사, 항상 필요하고 반복적인 구매가 일어나는 제품(카드사, 보안 기업, 해충 박멸 회사 등)이나 준독점 위치의 유통업체(이케아 등)가 그가 투자한 대표적인 곳들이다.

이렇게 보면 어려워 보이는가? 그러면 우리 주변에서 독점적인 것들을 살펴보자. 항상 손님이 많은, 그 손맛을 따라갈 수 없는 동네 맛집은 탄탄한 단골 손님들로 운영된다. 미슐랭 3스타 맛집은 아무리 가격이 비싸도 늘 찾는 손님 층이 있다. 코카콜라의 가격이 100원이 오른다고 해도 우리는 늘 코카콜라를 사 마실 것이다. 그들은 모두 소비자 독점 기업의 조건을 만족한다. 다른 가게가 따라갈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격을 올려도 사람들이 찾을 수밖에 없고, 그 제품의 퀄리티는 돈이나 경영 능력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결국,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다.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다른 사람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되면 그것이 곧 독점으로 이어진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이 단골이며, 자신만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결국 4차 산업 시대는 인공지능과 정보의 시대이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결국 정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살아남는다는 것이 된다. 인공지능과 정보마저 대체할 수 없는,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3. 의사는 어떻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처할 수 있을까?

의사도 독점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면 된다. 대학 병원을 먼저 살펴보자. 최근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는 헬스케어와 서비스디자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환자경험평가를 준비하여 병원의 평가를 좋게 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것과 동시에 병원에서 실제로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이해하고 서비스의 개선을 통해 최적의 효과를 내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자. 안암병원의 어린이병동은 실내 공간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디자인이 전부는 아니다. 어린이병원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복도에 늘어져 있는 유모차와 수액 거치대였다. 아이들이 수액 거치대를 퀵보드처럼 타고 놀기도 하고 좁은 복도를 그들만의 카트라이더 트랙으로 사용하다 보니 안전상에도 큰 문제가 생기지만, 현실적으로는 그것들을 보관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복도에 세워둔 것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대의료원은 각 병실마다 병상 수를 줄였다. 6인실이 5인실이 되어 그 자리에 유모차나 수액 거치대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베드 수가 병원의 규모나 수익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 파격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확한 재정적인 분석도 들어갔겠지만, 누구보다 환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끌어낸 변화였다. 앞으로는 이와 같이 환자를 더 생각하고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빠르게 알아내는 사람이 이길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도 당장 눈앞의 것만 본다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수액 거치대를 타고 놀거나, 보관할 곳이 없으니 복도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놓아두는 것은 문제될 상황이 아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속에 숨어있는 진정한 고객의 수요인 환자 안전을 찾아내어 해결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그런 숨은 불편함, 혹은 숨은 문제점을 발견해내어 개선하는 시도를 반복하여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해야만 한다. 대학 병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결국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고, 환자 안전에서 독점적인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개업 의사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 지역에서 다른 병원과는 다른 자신만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최근 병원에게 병원의 서비스와 관련해서 컨설트를 해 주는 회사가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들은 비싼 컨설트 비용을 받고 “직원들이 친절해야 한다” 라거나 “더 좋은 장비를 들여놓아야 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필요하다” 따위의 답을 내놓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규모의 경제가 해결할 수 없다.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다른 병원과는 다른 그 병원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당장 까페만 해도 수많은 다양한 인테리어의 까페가 생기고 만화 까페, 방탈출 까페, 룸까페 등 다양한 컨셉의 까페가 생기는데 병원은 유독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병원 탈출, 만화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른 병원과 다르게 그 병원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독점적인 서비스가 지금까지 없어왔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인테리어나 가격, 친절도가 아닌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진정한 환자의 주치의가 되어주는 것 같이 오히려 현재 많은 병원들이 제공하지 않는 독점적인 서비스가 아닐까.

4. 글을 마치며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변화에 두려워하는 사람도, 그리고 그 변화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새로운 시대는 모든 순간에 오고 있다. 그 시대가, 그 사회가 이야기하는 수요를 알아내는 사람은 4차 산업혁명이 오든 5차 산업혁명이 오든 실패하지 않는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 만약 대비할 수 없다면 이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만 생각하여 봐도 우리가 준비할 것, 할 것은 꽤 명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진형 기자 /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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