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과에선 무슨 일이?.. 전국 의대 예과 라이프!

본과가 의대 생활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라 할 때, 예과는 그의 ‘뿌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예과에서 쌓은 선배들과의 친분, 동기들과의 우정, 그리고 다양한 경험들은 앞으로 맞이할 힘든 본과 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번 기회에 간단하게 전국의 학교 중 몇 군데를 뽑아 각 학교의 특이한 예과 수업이나 행사를 소개하려고 한다. 혹여나 자신이 본과생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예과 생활을 추억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예과에선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까?

 

  1. 독특한 수업, 인제대학교 C언어 강의

코딩이란 프로그래밍에서 주어진 명령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더 넓은 의미에서 코딩은 ‘프로그래밍’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컴퓨터나 로봇 청소기와 같은 여러 전자 제품들은 코딩 작업을 통해 입력된 명령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방식,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여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문제를 순차적이고 해결하는 능력은 모두 코딩 교육을 통해 배양될 수 있다.

현재 인제대학교 의예과 신입생들은 ‘인제 플랫폼 코스’를 통해 앞서 말한 능력을 기르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있다. 인제 플랫폼 코스란 102명의 예과 1학년 학생들이 두 반으로 나뉘어 ‘파이썬’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아두이노’를 통한 코딩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아두이노’ 수업은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단일 보드 마이크로컨트롤러 ‘아두이노’와 ‘아두이노 IDE’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진행되며, 회로와 원리를 배우고 C언어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

조사에 응해준 인제대학교 1학년 학생은 코딩을 배우는 것이 ‘합당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 학생은 ‘가까운 미래에 다양한 직종이 AI로 인해 크게 변화할 거란 예상이 성행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고,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작동 원리를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의학의 발전에 유용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고 언급하였다.

인제대학교 의예과 신입생들도 이러한 취지에 동감하고 아두이노 조립 및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가지고 결과물에 호기심을 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했다고 한다. 또한 프로그래밍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된 것이 많거나 프로그래밍을 더 배워보고 싶다고 하는 동기들도 많았다고 한다. 대부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보완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과 대학 진학자의 특성상 물리나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학생들이 과제를 준비할 때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5주의 하드웨어 소개와 코딩 교육, 회로 이론만으로 1주일 내에 독창적인 산출물을 만들어 내기 힘들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수업의 바람직한 취지를 그대로 유지하되 수업의 시간적 여유를 늘리고 프로그래밍에 입문하는 학생들을 배려하여 난이도를 낮추는 등의 개선을 보인다면 더욱 의미 있는 수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 타지에 계신 선배와의 교류, 순천향대학교와 울산대학교

대학이 중소도시에 있거나, 혹은 대도시에 있다고 하더라도 본래 캠퍼스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할 때에는 학교와 병원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대학 캠퍼스는 지가가 싼 도시의 외곽에 자리 잡기에 대학 캠퍼스와 병원이 떨어져 있게 된다. 또한, 병원 경영의 수지와 손익을 따져본다면 지방에선 같은 도시 권역보다 서울이나 근처 대도시에 제 2병원을 세우는 게 합리적이다. 따라서 해당 대학의 부속병원 혹은 교육병원과 가까운 곳에 의과 대학만 독립적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상당수의 대학에서 의과 대학 캠퍼스는 본래 캠퍼스와 분리되어 있다. 순천향대학교와 울산대학교의 경우 예과 1학년은 본래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예과 2학년 때부터 대학의 부속병원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같은 캠퍼스에서 선배와 함께 수업을 듣는 다른 학교에 비해 교류가 적기 마련이다. 순천향대학교의 ‘설총’과 울산대학교의 ‘예방’, ‘본방’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먼저, 순천향대학교의 ‘설총’이란 ‘서울 총회’의 줄임말이다. 이는 서울에 계신 선배를 만나기 위함으로 동아리, 스터디, 향우회가 서울 총회를 가진다. 서울 총회에서는 저녁 식사를 하면서 선배와 담소를 나누게 되고, 주로 1차, 2차로 나누어 간다. 간혹 총회 일정이 겹친다면 1차와 2차 각각 다른 모임의 서울 총회에 참석하기도 한다.

울산대학교의 ‘예방’과 ‘본방’도 이와 비슷하다. ‘예방’은 예과 방문 행사의 줄임말으로 서울에 계신 선배가 울산에 와서 후배를 만나는 것이고, ‘본방’은 본과 방문 행사의 줄임말으로 예방의 반대와 같다.

 

  1. 서먹함은 이제 안녕, 영남대학교

대학에 처음 들어온 신입생이라면 모든 것이 낯설기 마련이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도 그 중 하나이다. 술은 사람과 친해지는 좋은 방법에 속하기에 대학마다 이색 술자리가 많이 있다. 이번에는 영남대학교의 ‘대치기’와 ‘술치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대치기’는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 중에 2개의 학년을 묶어 술자리를 가지는 것을 말한다. 학년을 묶을 때에는 먼저 예과 1학년부터 본과 1학년까지, 그리고 본과 2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2개의 그룹을 형성한다. 그리고 각 그룹 별로 학년을 뽑아서 2개의 학년이 3쌍으로 모임을 가지게 된다.

‘술치기’는 모임 도중에 하는 것이다. 먼저 잔을 채운 후배가 선배에게 가서 자기 잔에 있는 술을 마시고 선배에게 잔을 드린다. 그리고 술을 따라드리면서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선배 또한 후배의 잔에 채워진 술을 마시고 후배에게 잔을 돌려줌과 동시에 술을 따라주면서 자기소개를 하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동기가 오면 다른 선배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물론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잔의 반의 반 정도만 채워서 따라준다.

 

이학준 기자/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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