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국가고시를 앞둔 선배님들과의 인터뷰

의학을 공부하는 데에 있어 선배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학교생활은 물론이며, 개강할 무렵이 되면 새롭게 공부할 과목들의 접근법 등등 궁금한 사항들을 학생의 입장에서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 선배들의 조언은 상황에 따라 귀중한 정보가 되기도, 따끔한 충고가 되기도, 위로와 격려의 말이 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의사국가고시(이하 국시)를 앞둔 본과 4학년 의대생 신문 기자 김민 선배님 (이하 민), 정창희 선배님 (이하 창희), 황현화 선배님(이하 현화)에게 본과 4학년의 생활에 대하여 물어보고 선배님들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전하는 기사를 준비하였다.

 

Q. 많이 바쁘실텐데 이렇게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저학년 학생들은 잘 모르는 부분부터 질문 드리려고 합니다. 고학년 선배님들은 CPX, OSCE 시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데 이 시험은 무엇인가요?

민) 먼저 용어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CPX는 Clinical Performance Examination의 약자이고, OSCE는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의 약자입니다. CPX 시험은 모의환자(실제환자가 아닌 연기자)에 대해서 시행한 병력청취, 진찰, 치료계획을 평가하는 시험이며, OSCE 시험은 의사로서 활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혈액채취, 주사놓기와 놓은 임상술기를 실제 사람이 아닌 모형에 대해 시행하는 시험입니다. 저도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아시아에서 실기부문에 CPX와 OSCE를 도입한 것은 대한민국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창희) 간단히 말해 CPX는 환자 진찰, OSCE는 임상 술기 항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PX는 가슴 통증이나 두통과 같이 환자가 호소하는 주소(Chief complaint)에 대하여 필요한 내용을 문진하고 신체 진찰을 하는 것이고, OSCE는 기관 삽관, 정맥혈 채취 등 나중에 의사가 되어서 필요한 술기를 하는 것입니다.

 

Q. 이런 시험들을 혼자서 대비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이 시험들을 대비하시는지 알려줄 수 있으세요?

민) OSCE는 모형에 임상술기를 시행하는 시험이라서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도 일반적인 매뉴얼대로 반복해서 연습하면 준비가 되지만 CPX같은 경우에는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연습을 해보는게 필요한 거 같아요. CPX의 경우에는 먼저 특정 증상, 예를 들어 ‘배가 아파요’라는 주제에 대해 연습해보고자 한다면 먼저 해당 증상과 관련된 질병들은 어떤 게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고 혹시 흔한 질병인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질병이 없는지에 대해 CPX관련 책을 보면서 공부를 먼저 했어요. 그리고 관련 질병과 관련된 증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리스트를 작성해보고 자연스럽게 나올 때까지 입으로 말하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CPX에서는 신체진찰 역시 중요한데, 친구들과 돌아가면서 가슴 혹은 복부 진찰을 올바른 방법으로 하고 있는지, 혹시 빼먹은 신체진찰은 무엇인지 서로 알려주며 부족한 부분을 메웠습니다.

무엇보다 시험을 보시는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10분이라는 시간이 정말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10분 안에 환자와의 첫인사부터 Q&A까지 모두 끝내야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준비하는 건 반복되는 연습밖에 없다고 생각되네요.

창희) 저도 아직 제대로 시험 대비를 시작하지 않아서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결국 실기시험 항목들은 직접 많이 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론과 실제는 많이 다르고 실제로 해보면 나에게 빠진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실기 시험과 관련해서도 시중 교재나 많은 자료들이 있는데 물론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요령과 방법을 터득하고 꾸준히 연습해서 떨지 않으면 됩니다.

현화) 보통 본3 병원실습을 돌때부터 각과에서 요구하는 술기항목을 평가하거나 직접 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OSCE를 대비하고, CPX도 각 과마다 시험을 보거나 강의를 하는 식으로 대비하게 됩니다.

4학년 1학기를 마무리하고 실기날짜가 정해지고 자신의 해당 날짜 한 달쯤 전부터 실기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게 되고, 이때 본격적으로 실기시험을 준비한다고 보면 됩니다. OSCE 의 경우에는 실습을 돌게 되면 기본적인 술기들은 접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 같지만 CPX에서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떨어지기 때문에 평소에 환자를 문진 할 때나 평소 CPX시험 볼 때 잘 준비해 놓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1월 초에 필기시험을 보기 전에 9월초부터 11월말 사이에 학교, 개인 상황에 따라 실기시험을 치게 됩니다. 당연히 필기시험, 실기시험 모두 합격해야 국가고시를 합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시합격에 필기고사보다 실기시험이 더 큰 당락을 좌우하고 있어서 실기고사 준비가 굉장히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1. 이제 곧 국가고시도 다가옵니다. 양이 참 방대한 걸로 알고 있는데 실습을 돌 때 국가고시와 실기시험들까지 챙기시려면 많이 바쁘실거 같습니다. 시험과 실습, 이 둘을 어떻게 병행하고 계신가요?

현화) 처음엔 필기공부와 실습을 병행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크고 걱정이 됐지만 1학기에는 너무 문제집 진도에 얽매이지 않고 실습을 통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시간에는 문제집을 통해 필기 공부를 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실습시간엔 환자차트도 보고 과제를 하면서 공부를 하니 더디긴 하지만 확실히 덜 지루하고 문제집만 보는 것보다 더 많이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본4때 공부하고 실습을 돌게 되면 동기들과 환자에 대해 토의하는 수준이 달라지게 되고 교수님의 코멘트 때 배우는게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습은 얼른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창희) 솔직히 시험 대비와 실습을 병행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학교마다 과마다 다르니 때마다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국은 실습이 끝나야 본격적으로 시험 대비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실습을 하면서 그 과에 해당되는 국가고시 내용을 공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한데 실습을 하다 보면 일정에 쫓기거나 피곤해서 마음먹은 만큼 잘 되지 않곤 합니다. 실습 중간에 빈 시간을 이용하여 공부를 하거나 실습을 국시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충실히 돌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민) 사실 국가고시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지는 않아서 마음에 여유가 없지는 않습니다. 지금 학교친구들과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공부하긴 하는데, 1,2학년 때 시험 준비 하듯 열심히 하진 않아요. 실습 같은 경우에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험을 쳐서 결과가 나오는 과목들과 달리 개인의 노력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은 널널하게 학교를 다니는 거 같네요. 대신 제 인생에서 학생으로 살아가는 마지막 시간이고, 당분간은 제게 지금만큼의 자유시간이 주어질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제가 하고싶은 공부나 취미에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Q. 보통 본3과 본4 이렇게 2년동안 실습을 도는데 학년이 다르면 실습도 차이가 생기는지 궁금합니다.

창희) 처음 실습을 나왔을 때보다는 병원이라는 환경이 덜 어색하고 익숙해졌지만 어설픈 학생 의사라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본인이 아는 만큼 느끼는 만큼 보이는 것이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년보다는 과나 일정에 따라 실습에 있어서 차이가 생기는데 저희 학교는 본3때는 메이저과를 주로 돌고 본 4때는 마이너과를 주로 도는 편입니다.

현화) 본3과 본4 실습일정 차이는 크게 없습니다. 다만 본3보다 본4때 실습일정에 더 익숙해지기 때문에 덜 힘들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민) 처음에는 대학병원 분위기도 모르고, 수술방은 어디에 있고, 의국은 어디에 있는지 등등 아무것도 몰라서 긴장의 연속으로 다녔었지만 1년의 실습이 끝나고 나서 다시 실습을 도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특히 환자에 대한 케이스 발표가 실습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케이스 발표란 환자의 증상부터 시작해서 병원 입원부터 퇴원하기까지, 환자 질병 진단 및 치료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피피티에 정리하여 교수님들이나 레지던트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말합니다. 3학년 때는 해리슨은 물론이고 Uptodate, 구글링, 그래도 안되면 관련과 레지던트 선생님들께 찾아가서 물어보고, 밤을 새가면서 피피티를 만들고, 그렇게 힘들게 만든 피피티로 떠듬떠듬 발표하면 송곳 같은 교수님들의 질문에 과다출혈로 사망할 것 같은 기분을 많이 느꼈었지만, 4학년 때는 지난 1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는지 피피티를 작성하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좀 더 자신있게 발표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환자 앞에서 문진할 때도 쭈뼛쭈뼛 자연스럽지 못하고 누가 봐도 학생이 물어보는 티가 많이 났지만 이제는 좀 더 능수능란하게 환자와 대화하는 것 같습니다.

 

Q . 험난한 의대과정을 모두 거치셨습니다. 힘들고 바쁠 시기에 있는 본1, 2학생들에게 이 기간을 지혜롭게 보내는, 기자님들만의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현화) 동기간에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만이 무난한 본1,2 생활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공부 관련된 스트레스보다 동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와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힘들 때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 역시 동기밖에 없습니다. 남을 무조건 탓하기 보다는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며 다른 사람들을 이해해보려는 태도가 행복한 본과생활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희) 학기가 시험의 연속이다 보니 지치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자기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남들과 비슷하게 운동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친구도 만났습니다. 저는 본 1,2 를 지혜롭게 보내기보다는 방황도 많이 했고 마음 가는 대로(?) 살았는데 이 길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으며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민) 돌이켜 보면 본 1, 2가 정말 힘들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쉴새없이 들이닥치는 시험일정에 육체는 물론 정신도 너덜너덜해지는 시간이어서 별로 기억하고 싶은 때는 아닙니다. 그렇게도 싫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학기를 버티게 해준 저만의 방법이라면, 저는 항상 매 학기 시작할 때 종강하자마자 여행갈 계획을 세워두고 비행기표를 끊어 놓았습니다. 학교 일정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4~5개월 전에 비행기표를 사두면 훨씬 싸게 살 수도 있고 학기 중 너무 힘들면 ‘종강만 하면 이런 지옥같은 곳을 벗어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떠날 여행에 대해 정보도 찾아보면서 버텼던 거 같습니다. 저는 방학 전부를 전부 외국에서 보내다가 개강 직전 돌아오는 일정을 반복하였는데, 귀국하면 정말 너무 피곤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저승으로 가는 비행기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 싫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정말 잘 놀고 재충전의 시간이었다고 제 나름대로 합리화 할 수 있어서, 그 에너지로 다시 다음 학기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 마지막으로 전국에 있는 의과대학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민) 본과 1, 2학년을 보낼 때는 학교에서 국시공부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도 저 분들처럼 국시공부해서 의사 될 날이 오려나 하면서 아련히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가 그 상황에 놓였네요. 저는 여행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행가세요~’라는 말밖에 없네요. 여러분, 학생 때가 아니면 인생에서 장기간 여행갈 시간이 없습니다. 항상 다람쥐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똑같은 생활에 젖어서, 익숙함에 묻혀 사는 것보다 멀리 여행을 떠나시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시면서 세상에 볼 건 많고 할 것도 많다는 것을 오감으로 느끼고 온다면 앞으로 의대생활 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도 좋은 자극이자 활력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창희)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실패의 경험을 많이 해보라는 것입니다. 의과대학에 입학했을 정도면 학창 시절에 공부도 잘 했을 것이고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의사가 되어 앞으로도 큰 실패를 하지 않고 살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그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인생의 큰 풍파를 만났을 때 쉽게 무너지거나 타인의 실수나 실패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리곤 합니다. 크고 작은 실패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힘이 장차 큰 원동력이 되고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여러분들은 충분히 훌륭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이라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세요. 감사합니다.

현화) 대부분 의대생들이 6년간 제대로 해본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의학지식의 습득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의사가 되는데 의학지식의 습득은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것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찾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바쁜 의대생들의 현실이지만 편협한 시선과 행동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해해 보려는 시선을 가져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강현우 기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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