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란

대부분의 의학도들은 이런 고민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일까?’, ‘어떻게 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의과대학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었고, 막연히 ‘착한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과제를 하며 조사해보니 내 생각이 정말 단순하고 막연한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나 이외에도 분명 많은 의대생이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궁금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며 이 글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대별로 좋은 의사의 기준은 달라져 왔고 이 기사에 적힌 기준이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많은 의과대학에서 제시하고 있거나 영화, 드라마, 책 등에서 제시되는 좋은 의사의 모습을 통해 좋은 의사란 무엇인지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정의해보겠다.

 

의과대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좋은 의사

먼저 좋은 의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의과대학에서 교육목표를 어떻게 제시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여러 의과대학의 교육목표를 살펴본 결과, 서로 조금씩 다른 점이 있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공통적이었다. 이 글에서는 대학마다의 고유한 교육목표는 제외하고 보편적인 내용만 다룰 것이다.

우선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직업윤리관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의사의 직업윤리관이란 정체성과 책무성, 봉사정신, 자기관리 및 평생학습을 포함한 개념이다. 즉 좋은 의사는 자신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닌,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짐을 깨달아야 하고 이에 따른 책임감, 봉사정신, 지속적인 학습의지를 가져야 한다.

두 번째로는 진료능력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는 의학 지식과 술기를 포함한 내용으로서 ‘의사로서의 실력’을 강조한 내용이다. 즉, 아무리 착하다 할지라도 실력이 없다면 좋은 의사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대학들의 교육목표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를 통해 착한 의사가 곧 좋은 의사라는 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특히나 의사소통 능력은 최근에 진료능력에 있어 핵심이 되는 역량으로 미디어 속 좋은 의사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세 번째로는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 있다. 이는 문제해결능력, 협동정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의과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PBL 등의 여러 조별학습도 이러한 리더십 역량 증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병원에서는 의사뿐만 아니라 여러 의료인들이 다 같이 의료 활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좋은 의사는 리더십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점이 현재 의과대학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좋은 의사의 자질이다. 대부분의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고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당연히 생명을 존중하고 실력이 뛰어나며 리더십을 갖춘 의사가 좋은 의사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대에 들어 특히나 강조되고 있는 역량이 있다. 바로 의사소통 능력이다. 이 점에서 현대의 미디어들은 좋은 의사를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영화 ‘패치 아담스’

“의사여 해치지 말라. 이것은 환자에 믿음에 의해 부여된 의사의 장엄한 능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근성인 거짓말, 지름길 택하기, 겁내기, 피곤해하기, 실수 등으로 의사들은 환자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사명은 혹독하고 무자비하게 인간성을 빼는 훈련을 시키고 너희들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너희들을 의사로 만들 것이다.”

이 대사는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의과대학 수업 첫 날 학장님이 말씀하신 것이다. 이 대사를 통해 예전의 의사 상을 엿볼 수 있다. 즉 인간성은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와 훈련을 통한 뛰어난 실력이 좋은 의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서 환자에 대한 관심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 다음 대사에서도 이를 살펴볼 수 있다.

“환자들은 오락이 필요 없어. 친구도 필요 없어. 그들에겐 의사가 필요해.”

이 대사에서 예전의 의사 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의사는 환자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하며 그들과 감정적 유대를 갖는 일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인 좋은 의사 상은 현대에 와서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는 다음 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난 의학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쉬지 않고 공부했어. 이 병원에 있는 모든 의사들보다 훨씬 잘 진단할 수 있다고 장담해. 하지만 식사하게 만들지 못해… 넌 타고난 재능이 있어. 사람들을 잘 대해. 그 사람들은 널 좋아해. 네가 떠나면 난 그걸 배울 수 없어.”

환자들과 감정적 유대를 맺는 주인공을 무시하고 비난하던 의대생 동기가 솔직하게 자신의 한계를 고백하는 대사이다. 이 의대생 동기의 의료 실력은 무척이나 뛰어났다. 하지만 그는 의사소통 능력을 배우지 못하여 환자들과 유대를 맺지 못했기에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다. 즉 그는 진료능력에 있어 좋은 의사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환자와의 의사소통과 감정적 유대의 중요성은 주인공의 다음 대사에서 집약된다.

“의사의 사명은 죽음을 막는 것만이 아니라 또한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병을 치료하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지만 사람을 치료하면 결과가 어떻든 이기게 됩니다.”

이 대사를 음미해보고 좋은 의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기회를 갖자.

 

드라마 ‘하얀거탑’

2007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하얀거탑’이 2018년 초에 재개봉되어 관심을 받았었다. 워낙 유명하였기에 보게 되었는데 11년 전의 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와 사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하는 드라마였다. 특히나 앞으로 병원에서 근무할 의대생으로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좋은 의사의 자질 중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 다룰 것이다.

‘하얀거탑’에서 한 노교수가 다음의 말을 한다.

“소의치병(小醫治炳), 중의치인(中醫治人), 대의치국(大醫治國),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중간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

이 말에서도 병을 고치는 것과 사람을 고치는 것을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병을 고치는 것보다 사람을 고치는 것을 더 우위에 두고 있다. 즉 환자의 삶의 질의 향상이 단순한 질병 치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관련하여 ‘하얀거탑’ 속에 한 부분이 있다. 아이가 말기 암에 걸리자 내과의사인 최 교수가 괴롭고 공격적인 항암치료대신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환자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해 퇴원시키는 장면이다. 물론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의 죽음은 의사에게도 큰 고통이기에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고 실제로 드라마에서도 최 교수가 엄청난 갈등을 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에서 좋은 의사란 환자의 삶의 질을 더 존중하는 쪽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하얀거탑’을 보며 의료와 병원에 대해 생각해볼 점이 많았다. 시간이 된다면 독자들이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좋은 의사의 정의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의사가 무엇인지 모른 채 의료를 행한다면 그것은 의사의 직분을 다하지 않는 일이 될 것이다. 비록 이 글이 영화와 드라마 등의 가벼운 소재를 다루었지만 이 글을 계기로 많은 의대생들이 좋은 의사가 무엇이고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진다면 좋겠다.

 

김준엽 기자 / 가천

<luckyjun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