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돌기염, 그 모호함에 대하여

충수돌기염, 그 모호함에 대하여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충수돌기 절제 수술을 하게 된다 . 하지만 막상 충기돌기염이 생겨도 사람에 따라 그 증상이 매우 모호하여, 병원에 때맞춰 가기 어렵다. 본 기자는 얼마 전 충수돌기염 생겼고, 퇴원 후 다음날 때마침 외과학을 배우게 되었다. 따라서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적 정보 덧붙여 본 기사를 작성해 보았다. 수요일 오후 한시 반쯤, 갑자기 오른쪽 아랫배가 불타는 느낌으로 갑자기 아프기 시작하였다. 점심으로 매운 음식을 먹고 난 후라, 그저 장이 놀랐거니 생각하고 진통제를 먹었다. 친구에게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하니, 충수돌기염 외에 골반염증질환(pid), 난소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 아닌 진단을 들었다.
충수돌기염은 충수 돌기 꼬리에서 세균이 자라서 생긴다. 우선, 장 내강 압력이 증가하면서 내장통증 (visceral pain) 으로 둔한 통증이 상복부에서 나타난다. 그후 림프관이 막히면서 구역질과, 구토가 나타나고, 장막 염증(serosal inflamma-tion)으로 날카로운 통증이 오른쪽 아랫배에서 시작하게 된다. 구역질과 구토는 없을 수 있으나, 명치 근처 둔한 통증 후에 나타나는 우하복부 통증은 매우 중요하다. 이따금씩은 둔한 통증도 느끼지 못하고 우하복부 통증만 느낄 수도 있다.
감별해야 하는 질환은 미취학 아이들은 장중첩증, 메켈 게실염, 학령기 아이들은 변비, 장간막림프절염, 젊은 여자는 골반염, 자궁외 임신, 노인은 암, 게실염 등이 있다.
목요일, 그래도 학교를 갔다. 평상시 조금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는 정도라서 충수돌기염인지 애매하였다. 이제껏 살면서 장염도 걸려보고 생리통도 있었지만, 생전 처음 느껴보는 특이한 양상의 통증이라, 수업 끝나고 병원을 방문하였다. 진찰 결과, 우하복부 통증과 반발압통이 있기는 했으나 그 정도가 미약하여 충수돌기염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확진을 위해서 CT를 찍어야하지만, CT는 미리 예약을 하거나 응급실에서 해야한다고 하여, 일단 혈액검사 후 염증 수치가 높으면 응급실에서 CT를 찍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때 염증수치가 매우 높다고 연락와서 응급실로 방문하였다.
충수돌기염은 진찰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McBurney point에 직접적인 통증이다. McBurney point는 배꼽에서 골반뼈까지 선을 그었을때, 골반쪽 1/3지점에 나타나는 통증이다. 반발 압통 역시 중요하다. 반발 압통은 통증 부위를 누르다가 손을 뗐을 때 나타나는 통증이다.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우하복부를 눌렀을 때 통증과 다른 느낌의 통증이 손을 뗐을 때 느껴졌다. 그 외에도 통증 부위를 눌렀을 때 의사가 누르지 못하도록 막는 ‘voluntary guarding’이 나타날 수 있다.
충수돌기염시 나타날 수 있는 세가지 징후가 있다. Rovsing sign 은 왼쪽 아랫배를 오른쪽으로 밀어눌렀을 때, 오른쪽 배가 아픈 것이다. 이는 구불창자가 오른쪽으로 눌리면서 염증이 생긴 충수돌기를 건드려서 오른쪽에 통증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Psoas sign은 왼쪽으로 눕히고, 오른쪽 다리를 뒤로 당겼을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충수돌기가 허리근(psoas muscle)위에 붙어야 양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반응이 없을 수도 있다.
Obturator sign은 반듯이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바깥쪽으로 회전했을 때,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역시 폐색근(obtura-tor muscle)에 충수돌기가 얹혀진 경우에만 나타날 수 있다.
목요일 저녁, 짐을 싸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충수돌기염일 때 너무 아파서 구급차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본기자는 너무나도 멀쩡히 걸어서 지하철 타고 다음날 수업자료를 챙겨서 병원에 갔다. 후에 수업에서 들었는데,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사람도 일부 있으니 충수돌기염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응급실에 처음 도착하면 증상을 말하고, vital sign( 혈압, 심박수, 호흡수, 체온)을 잰다. 본 기자는 미열이 있었다. 원래 충수돌기염은 두드러지는 vital sign 변화는 없다. 응급실에서 대기 후 신체 검진결과, 본 기자는 미약한 Mcburney point 압통과 반발압통, voluntray gurade-ning, Rovsing sign이 있었다.
충수돌기염 의심으로 CT를 촬영하였다. 원래 CT는 찍기 6-8시간 전 금식을 해야해서 걱정했으나, 응급실에서 CT는 금식하지 않아도 찍는다고 한다. CT를 찍기 바로 전 갑자기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진단 결과, 충수돌기염이 천공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충수돌기염이 터지면 더 이상 통증이 없다. 본 기자는 원래 통증이 없는 편이었고, 아마 배에 가스가 차기 시작했을 때가 터졌을 때라고 짐작되었다.
진찰로 충수돌기염이 의심되면 확진은 CT이다. 그 외에도 초음파가 가능하나 초음파는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본 기자도 초음파를 구비한 개인병원에도 가봤지만 의사선생님께서 초음파로 진단이 어렵다고 CT를 찍는 걸 권하셨다.
충수돌기염 진단 후, 응급실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배가 아프지 않아서 기다리는데 불편함은 없었으나, 천공으로 인해 염증이 번져서 복막염이 될까 슬슬 걱정되었다. 충수돌기염 제거 수술은 한 친구와 연락하니, 대학 병원보다는 충수돌기염 전문 병원이 기다림도 없고 경험도 많아서 괜찮다는 정보를 주었다. 슬슬 간호사 선생님께 언제쯤 수술하냐고 묻는 빈도가 증가할 때 쯤 수술장에 들어서게 되었다. 확진 받은 시각인 오후 9시에서 7시간 후인, 다음날 오전 4시쯤이었다.
수술장에 들어설 때 너무 멀쩡해서 기분이 이상했다. 오죽하면 멀쩡한데 오진해서 그냥 수술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술장은 드라마에서 본 것 처럼 차갑고 추웠고, 그 가운데 누워있었다. 상의 수술복 단추를 풀고, 호흡기를 통해 마취를 하자마자 5초만에 바로 잠들었다. 수술은 1시간 30분 정도 걸려 6시가 다 돼서 끝났다. 천공된 충수돌기염이지만 다행히 복막으로 퍼지지 않아 개복하지 않고 구멍 세개 뚫는 복강경 수술을 하였다.
충수돌기염의 치료는 주로 복강경이다. 복강경은 기존의 개복 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업무에 금방 복귀할 수 있다. 복강경은 배꼽, 골반뼈 옆, 치골 위 세 부위에 구멍을 뚫어서 충수돌기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천공되거나, 충수돌기 근처 농양이 있는 경우에는 항생제 등을 사용하여 염증이 가라앉도록 일주일 정도 후에 수술 한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배가 너무 아펐다. 수술 전 멀쩡했던 것과 달리 수술 후 숨쉬기도 힘들고, 배는 아프고, 겨드랑이 사이에 차가운 걸 끼워넣어서 너무 추웠고 졸렸다. 그 와중에 2시간은 잠들지 말고 계속 심호흡을 하라고 해서 졸다 깨다하면서 호흡을 크게 하다, 2시간 채우자 마자 죽은 듯이 잠들었다.
수술 후 심호흡을 유도하는 것은 폐가 쪼그라드는 병인 무기폐를 막기 위해서다. 무기폐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래 뱉기, 빠른 보행, 30-45도의 앉은 자세 등이 있다.
금요일 수술 후 일요일 낮, 2박 3일의 입원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퇴원하였다. 항생제를 포함하여 각기 다른 약 4봉지를 받아왔다. 퇴원을 하면 처음엔 환자가 아닌 것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 다음날 구역질이 하루종일 심하게 났다. 약을 모두 검색해보니 대부분 부작용으로 오심이 있었다. 구역질이 나니 식사량이 더욱 줄 수 있지만 빈 속에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심해진다. 구역질이 나니 더욱 약이 먹기 싫어졌지만 식사량을 늘려서 약을 복용하니 증상이 나아졌다. 수술 부위 감염을 막기 위해 반드시 빼먹지 않고 항생제 복용해야해야 한다.
수술 후 그외에 위장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근위부 소장 폐색의 경우, 구토를 할 수 있고, 원위부 소장 폐색은 복부가 팽만한 증상을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병원에 입원하여, 금식하거나 비위관 삽관을 한다.
퇴원 후 일주일 동안은 거즈를 붙이고 지낸다.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녹지 않은 실을 사용하는 경우는 일주일 후에 실을 제거하고, 녹는 실을 사용한 경우에도 일주일 후 내원하여 상처 부위 패드를 제거한다. 흉터는 수술 후 3주가 다 되가는 지금 1cm정도 옅은 색으로 남아 있다.
충수돌기염은 흔히들 걸리지만 사람에 따라 그 증상이 매우 다양하다. 행여라도 무시하고 넘어가면 충수돌기염이 터져 복막으로 퍼지면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따라서 심하지 않은 오른쪽 아랫배 통증이라도 무시하지말고, 증상을 잘 지켜보고 꼭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김보민 기자/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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