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회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를 다녀오며

제71회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를 다녀오며

본과 3학년 폴리클 실습을 하다 보면 1년에 한번쯤은 교수님들께서 학회 참석에 학생을 데려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회가 춘계, 추계 학회로 많이들 진행되어 마침 이번 호가 나갈 때는 많은 학회들이 추계 학술대회를 할 시점일 것이다. 기자는 그 중, 제71회 대한예방의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원래는 참석하려던 학회가 아니었지만, 124호에 실린 기자의 연구가 예방의학회 학생학술상 후보에 선정되어 태어나서 처음 쓴 논문으로 학생학술상 수상에 구연 발표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다행히도 얻게 되어 떠나는 발걸음은 아주 가벼웠다.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제71회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는 2018년 10월 18일과 19일 양일간 경주 더케이호텔에서 진행되었다. ‘포용적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골자로, 다양한 지역보건의료 컨퍼런스들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강연이 일정을 채우고 있었고 최근의 이슈를 반영하듯 실내라돈 노출과 문재인케어에 대한 내용도 빠지지 않는 일정이었다.

기자는 학교의 허락을 얻어, 10월 17일 저녁에 경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타서 밤 늦게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비상이 걸렸다. 발표 준비가 하나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표는 첫 날 가장 이른 시간인데 학교 실습 중의 케이스 발표와 시험을 준비하다가 결국 발표 전날 밤에서야 부랴부랴 준비를 시작했다. 기존에 만들어둔 발표 ppt가 있기는 했지만, 심사 위원들이 전부 한국인 분들이기 때문에 모든 ppt를 한글로 바꾸고 디자인 템플릿도 다시 만들고, 연구에서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모두 잘라내는 작업을 전부 새로 했다. 연구에서 그래도 꼭 이야기하고 싶던 것 위주로 간추리고 나니 벌써 시간은 새벽 3시. 발표 준비를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첫 학회 참석 일정은 그렇게 시작했다.

10월 18일 오전은 다양한 세션들이 주제에 따라 진행되고 듣고 싶은 내용을 찾아 가면 되는 일정이었지만, 기자는 준비한 연구발표로 인해 다른 세션의 구경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역학조사관 학술발표나 보건의료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지역사회환경보건사업 모델개발이라는 큼직큼직한 주제를 두고도 학생들이 쓴 논문 4편을 보러 그 방을 가득 다른 선생님들, 교수님들께서 채워주신 것부터가 놀라웠다. 그 시간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4개의 팀과 15분씩의 발표, 그리고 교수님들의 피드백까지 2시간은 정말 금방 지나갔다. 기자는 2008년 경제 위기가 한국의 원인별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Interrupted time-series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그 분석 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한 교수님이 다른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분석 방법을 설명해주기도 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이런 학생의 발표로도 교수님들께서 학술적인 내용들을 공유하는 학회의 열린 분위기는, 학회 새내기를 끌어당기기에는 충분했다. 학생 발표의 분위기가 이랬는데 다른 데는 어땠을지 사실 짐작도 되지 않는다. 기자의 지도교수님께서는 역학조사관 학술발표의 좌장을 맡으셨는데 역학조사관들이 학술발표를 끝나고도 따로 찾아와서 궁금했던 내용들을 질문하느라 점심시간이 거의 1시간이나 늦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학술적인 교류는 선생님들끼리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팀으로 학생학술상 발표를 한, 의대생신문사의 다른 기자님을 거기서 만났는데 그 학교에서는 같이 예방의학 연구를 할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시면서,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같이 공부해볼 사람을 구하기도 했다. 학회는 지식 뿐 아니라 사람과 교류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은 그날 내내 볼 수 있었다. 오후 일정은 대강당에서 큰 주제를 놓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진행되었는데, 이미 서로 아는 교수님이나 선생님들끼리는 서로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고 어떤 연구를 하는 사람인지 다 파악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학회는 발표를 듣고 배우는 게 끝이 아니라, 거기에서 자신의 연구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비슷한 연구를 하던 사람을 모을 수도 있으며 궁금한 내용은 바로바로 질문할 수도 있는 오픈된 공간이었다. 이처럼, 학술대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학자들끼리의 친목일지도 모른다. 유명한 학자가 있으면 그 사람과 연결고리를 만들고 유망한 분야가 있다면 트렌드를 쫓아갈 수 있는 효율적인 기회가 학회인 것 또한 확실하기 때문이다.

오후 세션은 기후변화와 공중보건을 주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대응 방안과 한반도의 기후변화 현황과 전망에 대해 다루었다. 그 많은 예방의학자들이 모두 기후변화의 전문가는 아닌 만큼, 아무래도 발표 끝나고 나오는 질문들은 각자가 관심 있는 분야와 연관 지은 질문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학회라는 건 자기 자신이 최대한 많이 얻어가는 게 목표니깐 말이다. 그렇게 오전과 오후 내내 머리를 굴리면 학생만 그런 게 아니라 교수님들, 선생님들도 다들 지치게 된다. 그래서 그 세션이 끝나자마자, 이후의 총회 등 학술적으로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일정에는 사람이 우수수 빠져나가며 그 큰 대회장이 텅 비어버렸다. 아침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가 사람이 머리를 쓸 수 있는 한계인가보다 하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기자는 학회의 세션을 듣는 것도 많은 공부가 되겠지만 아무래도 처음 가 본 학회라 어떤 구성으로 진행되는지가 신기했기에 총회까지도 참석해보았다. 예방의학회의 사업보고와 사업계획이 나와 있어서 의외로 개인적으로는 가장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예방의학 전문의의 활동 분야와 사회공헌 분야를 넓힐 수 있도록 분야를 개발하고 제도화하는 쪽에 현재 관심이 있으며 지역사회 공중보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역보건의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거나 법 신설을 추진하려고 한다는 활동보고는 내게 예방의학 분야는 후속 세대의 양성을 위해 주력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학생학술상 발표 도중에도 몇몇 선생님들께서 ‘이 중에 하나라도 예방의학 해 주면 정말 감사하겠다.’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한데, 지금 당장은 지원자가 많지는 않은지 후속세대 양성이 학회의 중점 사업으로 정할 정도니 말이다.

학회에는 이런 세션도 있지만 짭짤하게 챙겨갈 수 있는 것들도 많다. 많은 부스들이 있어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볼펜이나 노트 등 유용한 물건도 꽤 챙겨갈 수 있고, 식사 또한 대부분 호텔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뷔페식으로 제공되는 것도 좋았다. 아무래도 발표 준비로 전날 밤 내내 불태웠기 때문에 기력 보충이 분명 필요했다. 괜히 학술대회 참석하고 나서는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나도 누구를 만나서 뭘 맛있게 먹었는지는 잘 기억난다는 말이 있는 건 아니니깐 말이다. 물론, 오히려 정말 중요한 학술적인 성과는 그렇게 밥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과정에서 나오는 법이기도 하다.

기자는 둘째 날 일정에는 학교의 실습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는 확실히 얻고 돌아올 수 있었다. 훌륭한 연구들은 혼자 얻어지는 게 아니라 평소에 관심분야를 깊게 알고 나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더 많은 부분들을 보완해 나갈 때 나온다는 큰 교훈을 마음에 담았고, 그리고 왼손에 경주의 특산품 황남빵과 오른손에 학생학술상 동상 상장과 상금을 챙긴 채 서울로 향했다.

정진형 기자/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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