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홀로서기, 개원

의사들의 홀로서기, 개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는 9만 8000명이며, 5명 중 2명이 개원의로 일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많은 의사들이 개원으로 인생의 방향을 정했으며, 상당수의 의대생들도 장래에 그 뒤를 따를 것이다. 하지만 개원한 지인이 가까이 있지 않다면 대형병원에서 교육받고 대학 교수님들께 수련 받는 의대생들이 개원의의 삶을 속속들이 알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본 기사에서는 경기도 구리에서 개원한 9년차 개원의 이해웅 ‘루이피부과’ 원장님, 11년차 개원의 김OO 내과 선생님, 22년차 개원의 이OO 피부과 선생님을 찾아 뵙고 인터뷰를 진행했다(이하 이1, 김, 이2). 개원의의 삶과 개원의 장단점, 개원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점들을 중심으로 의대생들이 가지는 궁금한 점들을 여쭤보았다.

Q. 왜 대학에 남지 않고 개원을 하겠다고 결심하였습니까?
이1. 대학에서 피부과는 교수 숫자가 적은 전공과입니다. 펠로우를 하면서 운도 따라주어야 내가 원하는 곳에서 교수를 할 수 있겠죠. 그 상황이 쉽지 않았고, 나의 진료 색깔을 담은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커서 개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김. 대학은 티오가 있기에 원한다고 교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저의 성격이 개원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2.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이유가 컸고, 틀에 짜인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Q. 개원의를 하면 개인 자유시간과 가족과의 시간은 충분한 지, 또는 취미를 즐길 시간적 여유는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1. 개원 초기에는 병원을 자리 잡게 하려고 거의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개원 연차가 늘어가면서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을 점점 터득하는 것 같습니다. 주 6일 근무를 하는 나홀로 개원의의 삶이지만 그 사이사이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주말엔 잠실 야구장에 아이들과 함께 엘지트윈스 응원을 하러 가기도 하고, 친한 피부과 동료분들과 맛집 투어도 하고, 주일엔 교회에 가서 종교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김. 개인병원에서 원장 혼자서 진료 이외에 해야 할 여러 가지 잡무가 많습니다(예를 들면 전등 교환과 같은 일상적인 삶의 일, 관공서의 각종 서류에 대한 공무 처리, 병원 방문자의 상대 등). 또한 진료가 끝나고도 마치 은행원처럼 문을 닫고 못다한 업무를 처리 하는 경우가 많아 타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이2. 개원의는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물론 개업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인 활동을 하여야 하지만, 시간을 알아서 조절할 수 있으므로 가족과의 시간이나 취미 생활을 할 수 잇는 여유가 있습니다.

Q. 의사로서 환자 진료 뿐 아니라 사업자/경영자로서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하여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이1. 개원의로 살아가며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래도 의사는 학생시절부터 의학만 공부했기 때문에 경영에는 무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변에 여러 선배 개원의 분들에게 배우면서 경영에 눈을 뜨는 거 같고, 개원을 위해 따로 공부도 하기도 했던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개원의에게 가장 힘든 것은 직원과 관련된 일인데, 노무사 등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 좋은 질문이네요. 개원의는 진료이외에도 경영에 직접적으로 깊숙이 관련되므로 경제적인 지식이 필요하나 현재 의대 교육과정에는 경제 관련 커리큘럼이 보통 없습니다. 따라서 개원하여 직접 부딪히며 배워가야만 합니다.
이2. 경영자의 입장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힘듭니다. 매월 수입과 지출의 밸런스를 잘 맞추어야 하는데, 수입은 보험 질환에 대한 정리와 보험 청구 작업, 비보험에 대한 수입 장부 기장 등에 신경 써야 하며, 지출 사안별로는 인건비로 직원들의 월급, 사대보험, 퇴직금, 상여금 등을 관리해야 합니다. 병원 경영을 위한 여러 가지 소모품, 의료기기 구입 및 리스 관리, 감가상각 비용, 임대료, 관리비용, 마케팅 비용 등의 관리가 필요하며, 세무적인 지출로 세무사나 노무사 지출, 부가가치세, 소득세, 주민세 등의 세금 지출을 관리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새로운 치료 트렌드와 기구 등에 대한 공부와 구입 등에 부지런히 신경 써야 합니다.

Q. 자리를 잡기 전까지 개원 초기가 특히 힘든 부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1. 초기에 자리를 잘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위 평판이라는 것은 개원 초부터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기에 초기에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 역시 개원 초에 특히 병원을 위한 다양한 발전 방향의 모색을 위해 집에 갈 시간도 아껴 최선을 다했던 거 같습니다.?
이2. 보편적으로 3~5년 정도는 자리를 잡는 시기라고 생각되는데 이후로는 많이 적응되어 편해지는 면은 있으나, 요즘은 새로이 개업하는 경쟁이 매우 높으므로 매 순간이 안정적이라고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Q. 개원의로서 새로운 의학지식 습득을 위해 어떻게 지속적으로 공부하는지 궁금합니다.
이1. 개원을 해도 학회 참여나 연구를 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본인의 학문적인 열정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개원 이후에도 대학에 계신 피부과 교수님들과 함께 여러 편의 논문을 썼고, 학술대회에서 많은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의학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개원의 상대의 각종 세미나나 학회가 많기에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새로운 지식 습득은 충분히 가능 하며 역시 연구도 가능 합니다

Q. 개원을 하게 되어 가장 좋은 점은 무엇입니까?
이1.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시술 위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소신대로 진료할 수 있다는 점과 나만의 환자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2.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개인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Q. 개원을 하게 되어 가장 힘든 점은 무엇입니까?
이1. 아무래도 직원이 많은 대기업이 아니다 보니 모든 중소기업 사장님이 겪는 일이 힘든 일이겠죠. 갑자기 직원이 관두거나 아프다면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업무 로딩이 많이 걸리게 되므로 이런 노무적인 문제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김. 역시 진료 과정 중에 발생하는 의료 사고가 가장 문제점입니다.
이2. 근래의 개업 환경은 절대로 쉽지 않고 의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자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병원 경영에 힘써야 하는 일이 결코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미래에 개원을 고민하는 의대생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이1. 내가 진료하는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의사로써의 나를 우선 만드시길 바랍니다. 개원 10년차로 접어드는 저 역시 초심을 간직하며 더 좋은 진료와 치료를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개원의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것을 위해 내가 꼭 공부해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그것을 하나하나 준비해간다면 남들보다 빨리 성공하는 개원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김. 개원은 진료실에 의사라곤 자신밖에 없기에 충분한 의료 지식은 필수입니다. 따라서 힘들어도 공부를 열심히 하고 틈틈이 경제 관련 서적도 읽어 힘들게 번 돈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의사가 되어 타직종에 비하여 월등히 많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진료가 주가 되더라도 적당히 취미 생활을 하며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2. 자신의 전문분야를 꼭 만들어서 자기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김경훈 기자/울산
<gutdoktor@naver.com>